▲ 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끊기고 머나먼 모험을 떠나는 가족들
드라마는 훌륭하지만, 재난은 별로
<서바이벌 패밀리>의 이야기는 지극히 일본스럽다. 전력 수급 문제에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 세대 간의 단절과 세계 6위의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도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은 영화가 주장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금세 눈치 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이러한 점들을 역시 일본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금의 재앙이 앞으로의 소통과 발전을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향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지극히 그들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수많은 일본 만화 및 영화들에서 주장했던 ‘서바이벌’의 상황에 비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재난의 모습은 조금 약하게 느껴진다. 재난의 상황이 전력의 차단이라는 한정적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감안 되지만, 패닉의 상황 등 극단적 일 수 있는 여건이 비교적 평화롭게 묘사되는 점들도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일본 영화들이 그러하듯, 인간적 모습을 드라마로 녹여내는 모습은 훌륭하게 느껴진다. 특히 그들이 가진 여러 문제들을 불편하지 않게 꺼내고 마무리하는 과정들은 역시 일본 영화라는 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결국 패닉의 상황이 가족의 화합으로 연결되며, 그들이 가진 문제점을 잘 해결하는 시도 역시 바람직한 가족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괜찮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갈등의 야기와 봉합이라는 측면은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영화는 이야기의 갈등과 위기를 가장의 위험으로 대체하며 비교적 평화로웠던 이야기가 작은 파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평화로웠던 과정이 갑자기 위기로 바뀌는 과정은 너무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즉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인데, 자신들이 가져온 분위기가 이러한 역할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서바이벌 패밀리>는 일본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야기의 드라마가 잔잔한 화해와 감동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일본 영화의 장점을 느낄 수 있지만, 잔잔한 속에서 패닉의 상황을 끄집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단점도 되고 있었다. 더구나 일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장점마저 어필 할 수 없기에, 한국 시장에 이 영화의 경쟁력은 매우 낮을 것으로 사료 된다.
<서바이벌 패밀리> 의 이야기를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에 관해서는 조금은 어려운 감이 있다. 블랙 코미디로서 희화와 풍자를 담당하는 모습은 그 나라의 문제점들을 오롯이 이해할 때 그 본연의 임무가 와닿기에 우리로서는 그들의 블랙 코미디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식 코미디가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기에, <서바이벌 패밀리>의 이야기는 분명 불호가 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관객들이라면, <서바이벌 패밀리>가 전하는 소소한 웃음의 모습은 분명 매리트가 있다. 재난의 상황까지도 슬로우 라이프와 스몰빌의 모습으로 해결하려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동경하는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일본 영화는 분명 그들이 가진 특색으로 인해 호불호가 강한 장르다.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서바이벌 패밀리>의 이야기는 큰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으로 사료 된다.
▲ 결국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추천 : 재난의 상황까지도 그들식으로 풀어내는 소소한 재미들.
▥ 비추천 : 일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저 밋밋한 재난 영화.
★ 감자평점 (5개 만점)
스토리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정을 앞에 둔 동영관 살인 사건: D언덕의 살인사건 (D坂の殺人事件, 2015) (0) | 2018.01.27 |
---|---|
이토록 아름다웠던 청춘 드라마가 또 있었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2017) (0) | 2018.01.21 |
스릴러와 에로의 절묘한 만남: 다락방의 산책자 (屋根裏の散歩者, 2016) (2) | 2018.01.16 |
간 보는 남자들이여, 이젠 안녕: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好きでもないくせに, 2016) (0) | 2018.01.14 |
음악도 별로, 감동도 별로: 골든 오케스트라! (オケ老人!, 2016) (0) |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