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줄거리 요약 |
아일랜드의 한 시골마을에서 신부로 섬김을 행하는 제임스(브렌단 글리슨)는 고해성사 중 자신을 죽이겠노라는 고백을 듣는다. 어린시절 신부로부터 오랜시절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그는 제임스에게 아무런 죄가 없기에 그를 죽이겠노라는 말을 남긴다.
한편 어린시절 자신을 버리고 신부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온 피오나(켈리 라일리)는 남자로 인해 상처를 받았고 때문에 자해를 했었다. 제임스는 딸의 상처를 보며 자살은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임을 말하며, 자신은 항상 피오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1주일. 정확히 다음 주 일요일에 있을 자신의 미래를 알아버린 제임스는 마을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변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제임스는 교회의 성도들이 얼마나 교회에 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지를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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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의 헤드라인에 쓰여진 '두 명의 암살자가 더블린에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중간제목 |
- 골고다 언덕이라는 독특한 풍자
<캘버리>는 참 독톡하면서도 무거운 형식으로 풍자와 희화를 던지는 블랙 코미디다.
성경에 등장하는 갈보리(골고다)를 의미하는 Calvary는 예수가 못 박혀 죽은 장소를 의미한다. 성경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예수는 죄있는 우리들을 대신하여 죽었다.(우리의 죄를 대속하여 죽임을 당함)'고 써있다. 즉 갈보리로 지어진 영화의 제목은 <캘버리> 전체를 감싸안는 커다란 스포일러이자, 하나의 의미가 되는 셈이다.
<캘버리>의 중심 무대가 되는 마을에 위치한 작은 산은 어쩌면 갈보리의 언덕이 되는 셈이고, 때문에 영화에서는 심각한 상황 다음에 산의 모습을 배치함으로써 이야기의 모토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은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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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소설을 읽고 있는 피오나. 소설에는 '영겁'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 각기 다른 죄를 짓고 있는 인물들
자신의 죽을 날이 정해진 상황. <캘버리>는 제임스가 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베로니카(오를 오루크). 그런 그녀를 보면서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는 잭(크리스 오다우드). 부유하지만 삶의 의미를 못 찾고 있는 마이클(딜란 모란). 섹스가 부족해 여자가 없는 군대를 선택하려는 마일로(킬리언 스콧), 동성애를 하는 형사 스탠턴. 인육을 먹는 엽기적 살인사건을 저지른 프래디(도널 글리슨). 유부녀를 탐하는 의사 프랭크(에이단 길렌), 거짓된 자세로 신부가 된 리어리(데이빗 윌못). 그리고 남자에게 버림을 받은 상처로 자살을 시도한 피오나까지.
<캘리버>에 등장하는 케릭터들은 모두 카톨릭적 죄악을 저지르고있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죄를 어겼으며(불교신자인 바텐더), 간음하지 말고, 살인하지 말며, 타인의 것(사람 포함)을 탐하지 말라고한 죄악을 저지르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동성애와 자살도 큰 죄악으로 본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그러한 죄를 지었다고 보여지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교회의 부정이 더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마이클을 비난하는 제임스에게 마이클은 오히려 교회가 소유한 부의 크기를 되묻는다. 그리고 동성애를 행한 스탠턴은 신부가 행한 소아성폭행의 행위를 말한다. 술집의 바텐더는 원론적인 죄악만을 설교하며, 정작 세상을 어렵게한 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을 비웃는다.
즉 <캘리버>는 이런 식으로 '너희는 우리가 죄를 지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너(교회)의 죄악은 어떤지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즉 바텐더가 말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뭐라한다.'는 비유는 이러한 냉소적인 현실비판을 대변하는 대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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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를 하는 스탠턴
- 제임스와 피오나. 그리고 죽음
개가 죽은 다음날. 바를 찾은 제임스에게 프랭크는 시력과 청력을 잃은 어느 한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둠 속에서 부모를 찾을 때 그 부모조차 다가오지 않는 기분을 아느냐'고 말이다. 왜인지는 답하지 않은 프랭크의 비유는 어쩌면 딸을 버렸던, 제임스에 대한 고발일지도 모른다.
제임스를 찾은 피오나. 그녀는 지금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애비 극장의 형편없는 연극'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녀가 처음 이야기한 '남자로 인한 상처' 란 바로 제임스를 뜻하는 건지도 모른다. 즉 아버지에 대한 상처때문에 자살을 하려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좀 더 많은 해석과 각자가 느끼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데, 어쩌면 제임스의 죽음에 관련된 것은 바로 피오나 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갈보리의 언덕을 지나는 제임스는 피오나에게 3막의 반전으로 '내가 항상 여기 있겠다'는 약속을 한다. 즉 어린시절 피오나를 버렸던 것에 대한 약속이었고, 피오나는 그것이 진부하다면서도 마음에 들어한다. 그리고 제임스의 마지막 날 피오나와 통화하는 가운데 그녀는 아버지를 용서한다. 그리고 자신도 용서해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첫번 째 (아버지를) 용서한다에 대한 의미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용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두 번째 (자신을) 용서해 달라의 의미는 다음에 있을 제임스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로 보인다. 즉 먼저 아버지의 개를 죽인 것에 대한 미안함과, 제임스가 죽음으로서 영원히 자신에게 남는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사죄로 보인다.
<캘리버>에서는 전체적으로 '자살'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갖는 의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다. 즉 자살을 하면 주변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기게 되는 것인데, 피오나는 용서를 구함으로서 아픔을 버리고 기억만을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각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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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를 신봉하는 마이클
마치며... |
교회에서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대속하여 죽임을 당하셨다. 그리고 <캘버리>에서 제임스는 교회의 죄를 대속하여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님처럼, 제임스 역시 죽임을 당했지만 영원히 피오나의 가슴 속에 남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캘버리> 속에는 이런말이 나온다. '고해성사는 이루어진 죄 밖에 막지 못 한다' 고 '그래서 미리 죄를 알려준다.'고. 개인적으로 가장 짜릿한 풍자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 장면인데,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가 떠오르기도 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고해성사에 관해 시사하는 부분이 큰 것 같다.(각주) 2
<캘리버>는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큰 줄거리 외에도 영화 속 모든 장면이 각기 다른 의미를 풍자하고 있는데,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는 근래에 참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감자의 리뷰가 정답은 아닐 것이다. 즉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각기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 진짜 살아있는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다양한 피트백을 남겨준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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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만찬과도 같은 파티를 즐기는 제임스와 피오나
▥ 추천 : 종교를 이렇게 풍자할 수 있는 사회적 현실과 그러한 현실이 만들어낸 명작에 박수를 보낸다.
▥ 비추천 : 생각하는 게 싫으신 분에게는 굉장히 짜증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보편적 재미 : ★ 이거나 호불호
- 노출 : 없음
- 선정성 : 불륜, 간음, 강간, 동성 섹스 등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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