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한 소소한 고찰과 가르침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신기하다. 미래의 어느시점에 관한 우화는 삶과 죽음에 관한 무거운 질문을 가볍게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형태적 가벼움일 뿐, 그 안에서 내포낸 의미의 중량감은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어느날 걸려온 한통의 미래전화. 영상 속 인물은 자신을 '3세대'라 부르며 자신의 유래에 관해 설명한다. 16분 30초라는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꼬마와 3세대간의 대화를 통해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꼬마 에밀리와 3세대 에밀리라는 설정, 그리고 꼬마이기때문에 발생하는 돌발적인 상황, 그리고 3세대가 전해주는 메시지 속 코믹 코드들은 묘한 웃음이 되어 우리에게 전달된다.
애니메이션 속에는 아주 짧은 '클론의 생애'가 삽입되어있다. 어느날 예술가에 의해 설치된 클론은 뇌가 생략된 채 전시되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그 클론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축소해서 대입시키는데 주력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사람과들과 어울리고, 누군가의 삭사상대가 되고, 또 누군가의 고민도 들어준다. 때로는 병원을 찾아가기도하지만, 결국 그 끝에는 죽음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애니는 죽음에 관해 이렇게 말을 한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그렇다 죽음이라는 것은 올 때도 갈 때도 소리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라는 것을 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꼬마 에밀리의 기억을 가져가는 3세대 에밀리
이렇게 삶과 죽음에 관한 우화만을 던질 것 같았던 애니메이션은 뒤로 가면서 또다른 가르침을 던진다. 3세대의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그녀가 '죽은 자들의 기억'을 모아서 간직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우리의 삶은 과거로 부터 이어졌고, 우리 역사 또한 과거로 부터 이어졌음을 소소한 웃음과 함께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며, 기억하고,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임을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담백하게 던지면서도, 위트를 잊지 않는다. 기억의 큐브 안에 들어있다는 할아버지의 편지. 그리고 달에 있는 로봇의 시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귀여운 짓으로 분위기를 깨놓는 꼬마 에밀리와 맞물러서 소소한 재미와 웃음을 함께 전하고 있다. 즉 무거울 뻔한 주제를 필요할 때마다 주위를 환기하는 작용으로 불편하지 않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 삶에 눈과 비가 올 때도 있겠지만, 그것도 인생이다.
마치며...
16분 30초라는 짧은 시간으로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능력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던지는 물음이 가벼운 것도, 그렇다고 과도하게 무거운 것도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가져야할 굴곡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으면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는 실력 덕분에 우리는 짧지만 간단하지 않은 진리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감자 역시 그 짧은 애니메이션을 본 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수다를 떨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IMDb의 평점은 8.2점으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여준다. 이 단편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싶다. 다만 재미와 애니메이션의 작화력은 생각한 것보다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하시길 바란다. 내용자체가 철학적 고찰들을 재밌게 풀고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호불호 일 것으로 보인다.
▲ 새 삶을 파란색 바꾸것도, 녹색으로 바꾸는 것도 나의 일이다.
▥ 추천 :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말도 안되는 개그가 웃기게 느껴진다.
▥ 비추천 : 언제나 철학적 물음들은 호불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