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에 비해서 마무리가 심히 허전하게 느껴지는 영화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이하 '크리피')>는 제15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작이자 마에카와 유타카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 ‘크리피(creep)’란 ‘(공포로 인해)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이라는 뜻으로 현대인들의 단절된 환경이 만들어낸 공포의 순간을 처절하고도 잔혹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의 취지답게 영화는 단절된 상황이 불러온 기괴함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년 전 경찰이 체포한 사이코 패스가 탈출하여 시민을 공격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일로 인해서 다카쿠라는 일선에게 물러나 범죄 심리학을 가르치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옆 집에 살고 있는 한 인물과 엮이게 되는 다카쿠라. 영화는 이 순간 부터의 이야기를 굉장히 기괴하게 연출하고 있다. 카메라의 프레임, 그리고 카가와 테루유키가 만드는 니시노의 이상한 모습. 그러면서도 자꾸만 니시무라와 다카쿠라 부부를 엮이게 만듦으로 영화는 계속해서 기괴한 상황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게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는 6년 전 사건과 니시노의 이야기를 병행해서 비춰주는 노력을 계속한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두 사건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점점 눈치를 채게 된다. 그리고 과연 니시노는 어떻게 그런 일을. 그리고 왜 그렇게 한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해답은 극의 초반 사이코패스로 인해서 어느정도는 눈치를 챈 상황에서 영화는 니시노의 이상한 행동을 계속 비춰주며 관객들에 기이함과 니시노가 무슨 짓을 벌일까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서스펜스를 제대로 각인시켜서 관객들을 이상한 불편함. 그리고 공포의 상황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반으로 흘러가던 영화는 니시노의 딸 미오의 이야기로 인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드디어 모든 것의 조각이 짜맞춰진 상황. 영화는 자신들이 준비한 마무리를 향해 관객들을 몰아넣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해서 불편하고 기이한 상황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게 된다.
초반과 중반을 잘 이끌던 영화. 하지만 초, 중반과는 달리 마무리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의 한 방은 조금은 아쉽다. 점점 뒤로 가면서 니시노의 정체는 쉽게 탄로가 된 상황. 그렇다면 영화는 주어진 상황을 흔들던지, 아니면 또다른 비밀의 등장으로 인해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어디론가 향하게 할 필요성이 생긴다. 그러나 <크리피>는 그 어떤 것도 준비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강조하고 있는 상황. 즉 기이한 상황을 서스펜스로 몰아넣는 기법에만 치중할 뿐인 것이다.
이렇듯 서스펜스에만 영화가 집중을 하는 사이. 이미 니시노의 정체와 그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탄로가 된 상황. 하지만 영화는 이미 계속되고 있던 상황에만 계속 메달리며 허접을 노출하고 만다. 노가미가 니시노를 쫓다가 사라진 상황인데도 영화는 딴소리를 하거나,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다카쿠라를 유괴범으로 체포하는 등. 영화는 니시노의 상황을 극적 상황으로 꾸미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에서 억지를 부리게 되고, 그러한 상황은 앞에서 잘 끌고오던 상황을 망쳐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정해진 듯이 정의를 실현하는 장면은 너무 어이없이 마무리를 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추리소설을 잘 꾸미는 일본문학계답게 이번 작품도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잘 꾸미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다만 텍스트와는 달리 극문학에서 노출되는 점이 달랐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설에서는 마지막 장면이 결말로 깔끔한 마무리를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극 문학에서의 대단원으로 본다면 헛점이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원 이전까지에서 괜찮은 서스펜스를 유지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야기를 기괴하며 불편하게 이끌고 온 덕에 관객들은 좋은의미에서의 기분나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점만으로도 <크리피>의 목적은 어느정도는 완수한 것으로 보인다.
▥ 추천 : 극 전체적으로 불편함을 만드는 서스펜스적 효과는 뛰어났다.
▥ 비추천 : 다만 마무리가 허술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