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시경 도중 살인사건의 힌트를 발설하게 되는 집주인 영감
4인용 식탁 이후 발전이 없는 이수연표 스릴러
이 영화는 병원이 망한 후 시골로 내려가게 된 승훈이 살인사건의 힌트를 목격하게 되면서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꾸미고 있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제목 해빙처럼 얼음이 녹자 수면 위로 시체가 떠오르고, 이야기를 살인사건으로 결부시키는 영화는 승훈이 살고 있는 빌라의 집주인 가족들에게 수상한 기운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승훈과 집주인들 사이에서 뭔가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게 된다.
2003년 <4인용 식탁>으로 일부 메니아들에게 호평을 얻었던 이수연 감독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 또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들고 우리곁에 돌아왔다. 하지만 감독 역시 해빙을 겪은 탓일까? 이번에 보여준 <해핑>의 스릴러는 전작처럼 매니아들의 호평도 없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먼저 이 영화는 해리성인격장애 혹은 정신분열 등을 소재로 활용하여, A가 범인인줄 알았지만, 실은 B가 범인이었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A가 범인 맞는 것 같더라. 라는 꼬이고 꼬이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전반부의 시간을 할애하여, A라는 존재에 관한 떡밥을 열심히 깔아놓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내시경 당시의 잠꼬대, 그리고 뭔가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 등을 보여주며, 영화는 A라는 대상을 범인으로 엮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그 뒤 승훈은 정육점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전반부의 이러한 내용들은 굉장히 억지스럽다는 점에서 어이없음이 느껴진다. 주어진 상황을 통해, 합리적 의심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수근거림과 기이한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A들의 행동에 의심을 부여하려 하지만, 이 과정은 억지로 상황을 엮는 티가 너무도 역력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일반적 상식(신고)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승훈의 행동에는 설득력이 없고, 그냥 흘려들어도 될 법한 집주인의 잠꼬대를 철썩같이 믿는 승훈의 행동에도 설득력은 없다.
하지만 이렇던 이야기는 후반부의 모습으로 인해서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즉 승훈의 상태로 인해서 전반부의 의심쩍은 상황들은 '얘가 이상했음'으로 그럭저럭 치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 이렇다 할 전조 없이, 조경환(송영창)을 만난 순간부터 갑자기 해리성 정체장애를 티가 나도록 엮기 시작한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이러한 수작질은 곧바로 승훈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이야기 또다시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 냉동창고에서 성근과 마주치게 되는 승훈
마치며...
'실은 이랬지롱'이라는 수법은 한국 영화의 초장기, 즉 한국 영화가 미흡하던 시절에나 먹힐 법한 수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17년 한국 영화시장은 세계 3위라는 거대한 발전을 이뤘냈지만, <해빙>의 수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음을 보게 된다. 그때는 이러한 수법이 먹혔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었고 결과는 이 모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과 상황을 연결시키는 힘은 부족했고, 영화는 그 부족한 과정을 억지로 채워넣었다.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은 너무 한 쪽으로만 몰고가며 억지로 상황을 부각시키려는 불편함을 보여줬고, 대신 꼭 필요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과정은 생략하는 우를 범했다. 때문에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뭔가의 반전을 노렸지만, 어설픈 수작은 어설픈 결과를 만들고 만 것이다.
▲ 사라진 아내의 일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 추천 : ...
▥ 비추천 : 감독은 <셔터 아일랜드 (2010)> 좀 보고 영화 공부 좀 더 해야 할 듯.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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