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재밌는가?
-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가져온 가족의 의미가 먹먹하게 전달된다.
- 일본식 감수성이 잔잔하게 흐르며, 마지막에 이르러 포텐이 터지는 이야기.
# 이런 건 별로.
- 일본식 잔잔함이 주는 호불호.
이청준 님의 '축제'를 보는 듯한 기분.
이청준 님의 1996년 작 <축제>에는 할머니의 죽음 놓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 각자의 갈등이 터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서로가 가졌던 원망들이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아물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축제에 빗대어 이야기하던 작가. 그는 축제의 마지막 장을 화해로 물들이며 죽음이라는 이름이 가져온 거룩한 순간들을 이야기했었다.
여기 일본 영화 <최초의 만찬>이 있다. 여기에는 아버지의 죽음이 등장한다. 그리고 모인 가족들. 그들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준비된 음식에서, 각자의 사연들이 묻어있음을 눈치챈다. 재혼 부부였던 가정은 처음에는 낯설음으로 하나가 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 뒤에 숨은 부부의 또 다른 사연으로 인해서, 또다시 흩어지고 마는 가족. 이들은 음식에 숨어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그때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야기는 서로의 갈등이 아물기 전에 먼저 그들의 갈등을 노출 시킨다. 무엇이 그들을 와해시켰는지, 왜 미야코는 새엄마를 '당신'이라 부르며 용서하지 않는지. 장남 슌은 왜 그의 생일날 집을 떠나버렸는지. 모든 것에 커다란 물음표 남기며, 이야기는 각자의 갈등이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각자의 갈등이 노출되는 순간들, 하지만 그전에 좋았던 기억과 그때를 함께 한 음식들. 사소하지만 행복했었던 그들의 기억이 왜 지금처럼 되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렇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슌의 등장과 함께 전환점을 맞는다. 분명히 연을 끊었던 슌. 처음부터 5명이 처음으로 함께 한 음식이었다는 린타로의 독백이 있었음에도, 보이지 않았던 마지막 한 사람의 존재. 그 퍼즐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진짜 이야기를 향해 달려간다.
<최초의 만찬>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청준 님의 <축제>에서도 배우 오정해의 구슬픈 노랫가락과 할머니의 제사상에 미제 초콜릿을 올려놓았던 그녀의 모습 뒤에는 그녀가 가진 원망과 아픔이 담겨있었다. 이 영화에서도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했었던 음식들 뒤에는 이들의 행복과 슬픔이 어려있음을 알 수 있다. 토키와 시로감독이 만드는 구슬픈 음식들의 노래 뒤에는 어떤 진실이 있었기에 이리도 구슬펐던 것일까? 그 과정을 따라가는 우리의 마음은 이야기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먹먹함을 느낀다. 아마도 가족의 모습이 행복이 투영되어 있기에, 그들이 아픔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는 듯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가족의 화합이라는 대명제 앞에 서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본다. 잠시의 정적과 그 뒤에 올 진실의 순간.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떨림. 모든 것이 먹먹함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듯싶다.
<최후의 만찬>은 진부함과 감동이라는 상반된 이야기를 아슬하게 줄 타고 있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풀어내는 과정은 그러하지 않다. 이러한 아이러니함은 아마 일본식 감수성이 전하는 먹먹함 속에 있는 것 같다. 다만 진부함 조차 완벽하게 숨기지 못했음은 영화가 보여준 한계로 남는다. 그렇지만 일본 영화, 특히 일본 드라마가 가진 담백함과 그것이 만드는 묵직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이야기도 분명 만족하실 것으로 사료된다.
★ 감자 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비슷한 영화 : 동경가족 (東京家族, 2013)
# 비슷한 영화 : 봄을 짊어지고 (春を背負って, 2014)
# [12.27~1.3] 지난 주 추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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