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참혹했다. - 곡성(哭聲 THE WAILING,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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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평화로운 곡성에 어느날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부인을 살해한 장소에 나간 종구(곽도원)은 살인장소의 처참함을 보고 놀란다. 그로부터 며칠 후 마을에는 일본인때문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시작한다. 마을사람들은 얼마전 산속에 들어온 수상한 일본인(쿠니무라 준)에 대한 소문을 수근대기 시작했고, 경찰인 종구 역시 그 소문을 듣게된다. 


  그리고 얼마 후 마을에서는 또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일가족을 살해 후 자살 한 한 여인의 소문은 마을을 또다시 흉흉한 소문으로 몰아넣는다. 사건 장소를 조사하던 종구는 그곳에서 정신이 나간 여인(천우희)을 만나게된다. 여인은 할매로부터 들었단 이야기를 종구에게 해주며, 일련의 사건들의 배후에는 일본인이 있음을 경고한다. 종구는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찾았다며 동료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 순간 일본인이 나타나 종구를 공격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 종구는 악몽이라 생각하고, 딸 효진(김환희)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딸이 아프단 것을 발견한다. 부인(장소연)에게 핀잔을 줘보는 종구. 그날 저녁 효진이 이상하단 것을 발견한 종구는 장모의 뜻에 따라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보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 저녁 효진이 종구에게 욕설을 하는 등 사태는 급변하게되고, 급기야 종구는 일본인을 찾아가 이 일을 따져보기로 하는데...



▲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자


곡성(哭聲) THE WAILING, 2016 제작
요약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2016.05.11 개봉 15세이상관람가 156분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황정민쿠니무라 준천우희 더보기
줄거리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 더보기
누적 관객수
6,844,675 명 (2016.06.25, 역대 38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자세히




불편함을 극도로 이용한 서스펜스의 수작!


  <곡성>은 올 상반기에 등장한 한국영화들 중 손꼽히는 대작이 아닌가 싶다. 이는 흥행성적도 아니오, 오로지 그 내용만을 봤을 때도 최고에 가까운 영화가 아닌가싶다. 아마도 스릴러라는 장르만을 꼽았을 때는 <곡성>의 짜임새가 단연 으뜸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주며, 관객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서스펜스적 관객몰이는 최근 몇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영화가 아닌가싶다. 여기에 앞뒤를 맞춰가며, 관객들과 수수께끼를 만드는 스릴러 또한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뛰어나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각주[각주:1])들은 폭력의 미학이라 불릴정도로 뛰어난 폭력성을 보여줬지만, 이만큼 뛰어난 스릴러는 갖지 못했었다. 반면 <곡성>은 훌륭한 폭력적 장치는 없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스릴러가 있다. 그럼에도 도저히 '15세 관람가'가 믿지기 않는 미장센들은 그가 여전히 가학적 장르물을 창조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 마을을 없애려 하는 자


  이 영화의 시작은 성경구절에 대한 묘한 암시를 걸어놓고 출발을 알린다. 그 다음부분 마을의 기괴한 분위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일본인에게 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영화의 흐름은 관객들의 시선역시 일본인에게 향하도록 모든 의심의 물꼬를 일본인에게 터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 = 나쁜놈"이라고 몰고갈 것 같던 영화는 종구의 분노가 일본인에게 미치는 순간부터 뭔가 의심이 발생하도록 장치하고 있다. 이러한 의심이 나는데는 종구의 행동이 일본인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로도록 장치한 것도 무관하지는 않다. 


  이때부터 영화는 무명인(천우희)와 종구, 일본인의 관계에 관해서 뭔가 미심쩍은 부분들을 남겨놓고 시작한다. 때문에 관객들은 누가 나쁜놈이고, 누가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혼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감독이 장치해 놓은 밑밥들로 인해서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더구나 중반 이후 등장한 일평의 못 미더움도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흔들기 작전은 더더욱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곡성>은 장르적인 틀에서 본다면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본다면 감독과 관객의 숨바꼭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감독이 꽁꽁 감춰놓은 보물(비밀)을 찾기 위해 눈에 혈안이 되어 두리번 거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영화의 카피 중 하나인 "미끼를 물었다."는 영화 속 대사가 아닌, 관객들의 행동을 미리 예상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 그를 돕는 자



  중반을 넘어가던 영화는 뒤로 가면서 또다른 장치들로 관객들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감독의 장난질을 눈치챘을 것이다. 일본인, 일평, 종구의 관계가 관객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못된 손은 이러한 인식됨을 또다시 흔들어버린다. 이때쯤이면 '누가 나쁜놈'그리고 또 '누가 좋은 놈'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한 관객들의 생각을 송두리재 흔들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흔들기의 끝에는 분노로 인핸 광분해버린 종구들의 모습과 그의 희생자처럼 묘사되는 일본인인의 관계가 크게 미치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 한 뒤, 나홍진 감독의 "종구역에 곽도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영화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표독스럽게 변해가는 종구의 모습을 본다면, 감독의 선택과 낙점이 얼마나 현명한 것이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곽도원으로 인해서 관객들은 완벽히 낚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곽도원은 이번 '나홍진표 사기작전'의 일등공신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곡성>의 마지막부분. 관객들은 드디어 해답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감독의 장난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다시 흔들기' 하지만 이번에는 그 흔들기가 관객들이 아닌 종구를 흔드는 것을 보게된다. 이때쯤이면 이미 '누가 나쁜놈'인지를 대략 눈치챈 관객들은 이번에는 알고있는 사실로 인해서 불안감을 겪게 되는 것이다. 모른다면 불안하지 않을일을 일부러 알려줘서 불안감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곡성>은 최근 몇년 새 가장 뛰어난 서스펜스를 안겨주는 영화인 것이다.



▲ 그들에게 쫓기는 자



  관객들은 해답지를 받은 줄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해답에 해설지도 끼워있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감독은 1번에 3번이라는 정답만을 알려줄 뿐. '푸는 것은 너희가 풀어라'며 매몰차게 돌아서버린다. 물론 여기까지 관객들을 데려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재미는 얻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개운치않음은 <곡성>에게 또다시 매달리는 비굴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영화는 분명 무명인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서 해설지가 어딨는 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이러한 불칠절함은 일부 관객들에는 "뭥미?"의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불칠절함에는 이미 여러개의 생각들이 담겨져있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깊은 생각과 함께 만족스런 대답을 얻어갈 것이 분명하다. 



▲ 시작은 미약했으나...


서식


  <곡성>의 마지막 부분, 종구는 무명인의 옷차림에서 의심을 하게된다. 히자만 옷들을 설명해준 것은 못내 아쉽다. 나뒀으면 더 많은 해석을 관객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나홍진 감독의 최소한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되어, 우리들의 몫을 빼앗긴 기분이 된다. 이러한 억울함의 근원 역시, 더 많은 것을 찾고 있음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적 샤머니즘의 변용. 그리고 도입부의 성경 인용(각주[각주:2])과 뒷부분의 일본인의 읊조림을 수미상관으로 배치한 점. 그로 인해 공감할 만한 스릴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은 <곡성>의 뛰어난 스릴러를 더욱 돋보이게하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투자자인 20세기 폭스측은 이 영화의 해외판권을 통한 리메이크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 샤머니즘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오컬트화시키는 작업의 중요성을 어떻게 풀지도 궁금해진다.



▲ 하지만 그 끝은 참혹했다.



▥ 추천 : 한국도 대박 스릴러를 만들 수 있다는 점.

▥ 비추천 : 19금 스러운 15세 관람가.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번개치듯 스쳐가는 장면에서 얼핏 등장)

- 폭력성 : ★★☆



※ 예고편




  1. <추격자 (2008)>, <황해 (2010)> [본문으로]
  2. 성경의 깊은 해석은 배제하고, 표면적인 내용만 놓고 보자면 예수가 부활했을 때 제자들이 그의 모습을 믿지 못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의심'에 관해 묘사하고 있는 부분인데, 이는 종구의 딸이 귀신들리게 되는 이유, 그리고 마을에 참혹한 일이 미치게 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게 된다. 즉 도입부는 <곡성>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복선으로 깔아놓는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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