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의 자화상 - 그의 인상 (Vague Figur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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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성폭행을 당한 진숙(정혜지)의 집에 오형사(오창경)와 그의 조카 명선(이지선)이 들어와 몽타쥬를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큰 목소리로 윽박을 지리는 오형사. 그는 진숙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그가 원하는 대답만을 강요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고 오형사는 명선에게 대답을 얻어보라며 자리를 비운다. 공통화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진숙의 마음을 얻었다 생각한 오형사는 다시 질문을 시작하며 몽타쥬를 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또다시 윽박. 친히 시범까지 보이는 오형사는 나온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번에는 특색있게 말해보라며 또다시 대답을 강요한다. 그렇게 특색이 있는 그림은 나왔지만, 이번에 나온 그림은 과연 범인의 얼굴이 맞는 것일까?




그의 인상 (Vague Figure, 2010)

네티즌

9.00(5)
평점주기
개요
드라마24분한국15세 관람가
감독
이요섭
출연
오창경이지선정혜지

1980년대의 자화상


  이 영화도 감자가 이요섭 감독(<범죄의 여왕 (2016)> 연출)을 통해 얻은 소스(비메오 : https://vimeo.com/94201619)를 통해서 보게 된 작품이다. 감독은 연출의도를 통해 1980년대를 기억하는 인상으로 이 영화를 제작하였고 밝히고 있다. 지금은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인물들은 이미 기성세대보다 훨씬 나이를 많이 먹었을 것이다. 1980년대 언론탄압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이야기했던 노동신문을 발간했던 서울 노동자 연합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 되었으며, 1987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었던 6월 항쟁의 피해자 이한열 열사의 장례위원장이었던 우상우의원은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가 되었다. 이처럼 시대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고, 그때 그 시절을 기억 속으로 감춰 버렸다. 그리고 그 기억조차 흐릿해지고, 오염되어 버렸다.


  <그의 인상> 역시 그때 그 시절을 흐릿하게 기억한다. 극중 오형사의 단골멘트인 '네가 A가 아니더라도 A가 될 수 있으며, A더라도 A가 된다'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 멘트가 된다. 즉 너의 대답은 상관없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극은 오형사와 진숙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성폭행을 당한 진숙을 찾아온 오형사. 분명 피해자는 진숙임에도 오형사는 범인을 취조하듯 뭔가를 자꾸만 케내려한다. 


  대답을 강요하는 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대답을 내어놓아야하는 자. 영화는 상황을 자꾸만 불편하게 몰아간다. 동시에 공권력으로 대표될 수 있는 오형사의 모습을 희화시키는 영화의 이야기. 어찌보면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만하다. 그러면서도 뭔가 대답을 요구하는 오형사. 여기서 진숙의 의견과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오형사라는 '방 안의 대빵'의 의견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렇게 대빵의 의견에 흔들려 내놓은 두 번의 몽타쥬. 이미 상황에서 진숙 역시 대답이란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진숙과 명선의 합작품으로 내놓은 몽타쥬는 놀랍게도 젊은 시절의 조지 마이클이었고, 오형사는 얻을 것을 얻었다는 듯이 밖으로 나간다. 그 다음 장면은 더더욱 놀랍다. 범인이라도 잡혀온 사람이 흘리는 피. 그리고 다구침으로 찍게 되는 지장. 그때 등장하는 오형사의 단골 멘트 '네가 범인이 아니라도 범인이고, 범인이라도 범인이다'라는 말은 상황이 결코 민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 진숙에서 대답을 강요하는 오형사



마치며...


  <그의 인상>은 이요섭 감독이 생각하는 1980년의 자화상이 담겨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이 통제되던 시절. 개개인의 의사는 중요치 않았고, 대한민국은 헌법상 보장된 '민주공화국'임에도 사람들은 민주화를 부르짖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영화에는 그토록 심오한 이야기는 담겨져있지 않다. 단지 그때의 수사방식을 통해서 억눌렀던 민주화의 단편적인 모습만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당장의 우리들과 맞닿아있는 대상의 이야기를 풍자하기에, 오히려 우리들에게 와닿는 부분은 더 크게 느껴진다. 역사책에서 말하는 민주화 투쟁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함에 연유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더 크게 와닿는 것이 아닐까?



▲ 결국 조지 마이클을 내놓는 진숙



▥ 추천 : 지금의 모습과 놀랍도록 비슷한 1980년대.

▥ 비추천 : 진숙이 만든 카세트 테이프의 인쇄는 잉크젯. 1980년대는 도트식(충격식) 프린터였고, 그나마도 가정집에는 거의 없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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