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라만 (Psycho Raman, 2016)
치밀하게 잘 짜여진 구도를 보여주는 인도식 스릴러
<싸이코 라만>은 기존의 인도영화와는 180도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는 춤도 없고, 노래도 없다. 오직 쫓기는 소시오패스 살인마와 그를 쫓는 부패 경찰의 추격전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신의 계시와 계시를 계승하는 자에 대한 인도식 사고방식이 더해져 이야기는 인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스릴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극의 초반은 굉장히 빠른 호흡을 보이며, 관객들을 정신없이 몰아간다. 발견된 시체, 그리고 흰색 봉지를 허겁지겁 챙기는 라그하반. 다음 날 자수한 범인 라만. 하지만 그 라만을 그냥 놓쳐버리고도 여자친구 심미(Sobhita Dhulipala)와 밤을 보내는 경찰.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라만. 이렇듯 영화의 모습은 온통 이상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라만은 왜 라그하반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며, 그의 주위를 멤돌고 있는지. 그리고 그는 왜 연쇄 살인을 벌이고 있는지 온통 수상하기만 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이상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범인을 쫓아야 할 경찰의 모습 역시 라만과 별다를 바가 없었고, 더구나 뭔가에 쫓기듯 여자친구와 주변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라그하반의 모습은 영화의 이상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심미를 노리는 듯한 라만의 모습으로 인해서 또다른 긴장감이 형성된다. 마치 신의 부름을 따르려는 듯, 심미가 살고 있는 집의 열쇠를 노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라만. 그로 인해서 관객들은 다음 타켓이 심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되고, 영화는 다음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심미를 지켜야 할 라그하반의 이상한 행동들로 인해 관객들은 더더욱 불안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 실제 라만 라그하브(좌)와 포스터(우)의 모습
<싸이코 라만>의 마지막 장면, 드디어 경찰에 나타난 라만의 모습. 하지만 라만이 보여주는 모습은 라그하반의 죄까지 자신이 모두 뒤집어쓰는 이상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드디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놓는 영화의 이야기. 그제야 영화는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윤회와도 같았던 이야기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싸이코 라만>의 이야기는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1960년대 실제 연쇄 살인마 라만 라그하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영화는 한 편의 윤회 서사시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
라만은 라그하반의 모습에서 살인마 라만 라그하브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를 자신을 이을 다음 세대의 라만으로 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신디 달와이(각주)라 여기며 살인을 저지르는 라만. 그의 마지막은 라만을 방해하는 심미를 처단하고, 그에게 라만을 넘겨주는 일이었으나, 라그하브가 실수를 저지르게 되자 자신이 그 죄까지 뒤집어 써준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라만에게 길을 열어주는 지금의 라만. 그렇게 영화는 살인마의 대서사시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1
▲ 신의 뜻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라만
마치며...
인도식 사고 방식이 낳은 인도식 스릴러. <싸이코 라만>의 이야기는 기존의 인도 영화의 문법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수작으로 완성되었다. 이야기가 보여주는 개연성도 완성도가 높은 편이고, 기존의 인도영화와는 다른 연출기법은 신선함을 안겨준다. 만약에 인도영화라는 선입견만 없다면, <싸이코 라만>이 주는 이야기는 분명 괜찮은 스릴러로서 다가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싸이코 라만>은 평점에서도 훌륭한 점수를 보이고 있다. IMDb 평점은 7.7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100% (신선 5, 진부 0)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영화의 완성도로 본다면 이 정도의 점수는 합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라만을 쫓는 라그하반은 그를 붙잡아 살인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2시간 13분이라는 런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의 흡입력!
▥ 비추천 : 인도식 스릴러라는 점은 편견 아닌 편견이 될 수도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0
- 스토리 : ★★
- 노출 : ☆ (배드신이 하나 등장)
※ 예고편
- 살인마 라만 라그하브의 본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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