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전염이 되고, 모녀는 지금 그것을 치유하려는 노력을 한다.
<줄리에타>는 한 여인이 몰랐던 아픔을 찾아,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는 줄리에타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을 한다. 여느와 다름 없다는 듯이 짐을 싸고, 남자친구와 다음 일정에 관해서 논의하는 줄리에타. 하지만 그녀의 그러한 평온도 딸의 친구로부터 딸의 소식을 듣는 순간, 심하게 요동치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궁금증을 안게 되는 관객들. 그녀는 왜 딸의 소식에 그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물론 관객들은 그녀와 딸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한 여인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아픔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십수 년 전의 시점으로 이동을 하는 영화는 젊은 줄리에타(아드리아나 우가르테)와 소안(다니엘 그라오)의 사랑이야기를 비춰주면서, 줄리에타의 아픔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임을 예고한다.
자신의 괴로움을 잊기 해준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그와의 사이에서 한 생명을 얻게 되지만, 그 행복은 길게 가지 못하고 또다른 아픔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디기 위해 함께 해준 딸과 딸의 친구. 그녀들의 도움으로 줄리에타는 아픔을 극복하게 되지만, 안티아는 다른 곳으로 떠나고 만다. 3개월이면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그 뒤로 13년이 흐를동안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된 줄리에타. 그로 인해서 줄리에타는 또다른 아픔과 마주하게 된다.
▲ 소안과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 줄리에타
<줄리에타>는 아픔을 표현하는 연출이 뛰어난 영화다.
내 죄책감이 전염병처럼 네게(안티아) 옮은 거야
라는 줄리에타의 대사처럼 이 영화는 기차 안에서 한 남자의 자살을 목격하게 되고,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 잡힌 한 여인이 그 뒤로 남편의 죽음, 그리고 딸의 가출까지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리얼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평생 아픔과 함께 한 것이라 여겼던 여인. 그리고 영화는 그 여인이 아픔을 겪게 되는 과정을 조용히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여인이 느꼈을 그 아픔에 공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밝혀지는 비밀은 그 아픔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을 억누르고, 증오하는 대상을 지켜줘야만 했던 딸의 심정. 그것이 밝혀지는 과정은 놀랍도록 잔인했고, 그로 인해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아픔의 크기도 배가 되어 다가오게 되었다. 더구나 자기 자신도 추수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머니를 수습하려 했던 딸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기에 영화의 연출은 더욱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때문에 <줄리에타>는 한 여인이 자신의 아픔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그 아픔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줄리에타 모녀의 아픔과 함께 하며 그녀들의 아픔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목격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과정의 끝에는 화해라는 치유의 과정을 배치하는 것도 잊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모녀의 이야기에서 희망을 얻게 되고, 그녀들 모습에서 치유라는 기쁨을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남편의 또다른 여인인 아바(인마 케스타)의 존재
마치며...
아픔의 과정을 잔인하도록 리얼하게 표현하는 연출력. 덕분에 관객들은 이 영화로 인해서 근원적 아픔이라는 슬픔에 전염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공유된 감정으로 인해서 우리들까지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아픔을 치유라는 희망으로 마무리한다. 때문에 아픔과 치유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도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한 층 더 성숙해지게 되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평점은 IMDb 7.2점, 로튼 토마토 평점은 79% (신선 70, 진부 19)로 높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감정의 흐름이 훌륭했던만큼, <줄리에타>가 보여주는 모습도 후회하지 않을 감동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딸의 부재를 느끼게 되는 줄리에타. 그녀는 안티아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추천 ; 놀랍도록 잔인하게 다가오는 먹먹함.
▥ 비추천 : 감정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만큼 슬픔이 주는 불편함도 따라올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아드리아나 우가르테의 노출이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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