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스릴러가 만드는 복수의 서사시
요코야마 히데오(横山秀夫)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64>는 일본의 연호인 쇼와 64년에 일어난 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14년에 걸친 경찰과 피해자. 그리고 범인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일본 의 쇼와 왕이 죽기 1주일 전. 정확히 1주일 밖에 남지 않은 쇼와의 마지막 주에 일본에서는 어린 소녀가 납치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사건은 범인이 체포되지 않은채로 14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제 공소시효도 1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때 '64' 의 사건 격려차 경찰 장관이 군마현에 방문하기로 하면서, 현은 그 사건으로 들썩이게 된다.
영화의 초반은 당시 사건과 그리고 14년이 흐른 현재의 상황을 나란히 배열하여, 지금의 시점이 그때의 사건과 연결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때의 인물이던 미카미는 홍보관이 되어있는 상황. 그는 기차단과 경찰의 정보 공개를 두고 알력다툼에 있었고, 영화는 그 상황을 보여주면서, 홍보관이 된 미카미가 장관이 시찰로 인해서 또다시 64에 연결되는 모습을 그려준다. 그리고 미카미가 그 과정에서 당시 자신도 몰랐던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오랫동안 묻혀있던 64는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64>는 일본인이 주장하는 '한 사람의 몫'이라는 사상과 묘하게 결부된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뜻하는 그들의 단어처럼 영화는 오래전 자신이 놓쳐버린,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 64에 관한 이야기를 미카미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사건이 하나 하나 풀리는 과정과 홍보관인 미카미가 왜 그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영화는 섬세하고도 자세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때문에 전/후편 4시간이라는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이야기는 그 자세한 설명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잘 짜여진 스릴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 기자들에게 실명 발표를 결정한 미카미를 만류하는 스와(아야노 고)
일왕의 죽음과 함께 묻혀버린 피해자의 슬픔. 사건의 적나라한 고발에는 정신이 팔렸지만, 정작 그 사건의 배후인 가족들에 대한 배려는 싸그리 묻혀버린 그 사건. 영화의 전편은 미카미의 모습을 통해서 그들이 놓쳐버린 64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며, 관객들은 우리가 놓쳐버린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영화 속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거의 끝날 즈음, 영화는 두 번 째 납치 사건으로 후편의 포문을 연다. 때문에 전편이 배경설명이라면, 후편은 진짜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막조차도 지루하지 않고, 촘촘한 스릴러로 구성하는 그들의 연출로 인해서 영화는 어느 장면 하나 버릴 수 없이 매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는 순간. 영화는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의 전말을 풀어내며, 4시간을 끌고 온 이야기를 모든 이들의 관계 정리로 끝맺음을 하려고 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14년간 이어온 자신의 집념의 승리를. 범인인 정당한 심판의 대가를. 마지막으로 미카미는 오랜시간 미뤄왔던 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렇게 소녀의 아버지, 수사관, 그리고 범인만 기억한다는 사건 64의 막은 그렇게 마무리되며 관객들의 가슴에도 커다른 울림을 주게 되는 것이다.
▲ 현경 기자클럽의 간사를 맡고 있는 아키카와(에이타)는 사사건건 미카미와 부딪히게 된다.
마치며...
<64>는 긴 런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을만큼 촘촘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을 보여준다. 미카미가 홍보관으로서 기자들과 다투는 장면. 그리고 장관이 내정이 발생하고 취소되는 과정. 여기에 각 인물이 가지는 무게감까지. 영화는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어내지 않았고, 그 모든 과정은 관객들이 사건을 쫓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즉 잘 짜여진 스릴러라는 것은 아마도 이런식의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물론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전편이 흘러가는 동안 범인과, 범인의 목적을 이미 파악하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카미가 던지는 진실의 배후. 그리고 그것이 가진 아픔을 찾아가는 과정이 섬세한 필체로 짜여진 드라마를 보여주기에 관객들은 그 과정 조차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지 보다는, 정의 심판과 남은 자들이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으로도 영화가 주는 재미는 충분하게 느껴지게 된다.
감자는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사건에서 배경지식을 제외하면, 그는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의 목적과 정당성을 아는 이들에게 그는 진정한 독립투사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에는 깊은 공감이 되는 것 같다.
▲ 미카미는 수사 1과장 마츠오카와 기자들 사이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인가?
▥ 추천 : 4시간이라는 런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전개.
▥ 비추천 : 취향이 아니라면, 4시간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昭和 : 일본의 쇼와 왕이 있던,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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