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있는 사람은 다른 아픔에 끌리게 된다.
<은하>는 아내를 잃은 아픔이 있는 한 남자가, 아이를 잃은 슬픔이 있는 한 여인에게 끌리게 되는 과정 속에 난민 수용에 인색한 한국정부의 실태 등을 함께 녹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극 중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여인 은하는 무국적자다. 부모 모두 탈북자인 그녀는 부모님이 해외에서 은하를 출산했고, 때문에 아무런 국적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는 부모의 유언에 따라 꿈의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렇지만 그녀가 맞닥드린 현실은 부모님이 말한던 꿈의 세상도 아닌, 그저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만이 그녀를 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영화의 초반은 비밀을 감춘 것 같은 은하의 모습을 비춰주며,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을지에 한 궁금증을 유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비밀은 금새 벗겨지게 되고, 그녀의 살인 동기가 결국 '삶의 희망'과 '생존권 보장'으로 인한 최소한의 몸부림에서 발생되었음을 알게된다. 그녀가 일하던 식당 사장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하게 된 은하. 하지만 아이의 아빠인 사장은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넣기를 거부했고, 그대로가 되면 아이 역시 자신과 같은 무국자가 된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하는 영화.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아이도 결국 사산이 되고 그녀는 삶의 의욕을 잃게 된 것이다.
▲ 은하에게서 아픔을 발견하게되는 서준
그러면서 영화는 서준이 은하에게 끌리는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원리원칙 주의자인 서준은 매사를 FM대로 처리하는 편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서준은 사별한 아내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 아내의 모습을 은하에게 투영시키는 서준의 모습.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아픔으로 인해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게 되고, 영화는 그 과정을 잘 담아내며 감정이 이끄는 순간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 외람된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 (수긍)
- 교도관님은 지금 이 나라가 교도관님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믿습니까?
- 예, 물론입니다.
- 그럼 교도관님이 타고가던 배가 침몰한다면요?, 아니면 잘 살던 집이 철거 대상이 된다거나, 혹은 원전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도 이 나라가 당신을 지켜줄 것 같은가요?
영화는 은하를 보호하는 한 난민센터 국장(조덕제)의 말을 통해서, 인권이 없다면, 현재 이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무국적자임을 고백하고 있다. 즉 은하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작지만 심각한 문제에 관해 토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은하>는 초반에는 은하라는 여성이 가진 문제를 통해서 바라본 메시지를, 이후는 서진과 은하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로맨스의 모습을, 그리고 마지막은 마치 스릴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서준의 극단적 선택을 그리고 다양한 방향으로 극을 이끌고 있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영화지만, 그 과정이 제대로 섞이지 않은 듯한 모습은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서준과 은하의 감정선이 이끄는 모습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그 과정이 있는 애틋함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멜로 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 서준은 은하를 위해 위험한 모험을 결심하게 된다.
마치며...
<은하>의 모습은 마치 최동훈 선생님의 광장에서 '주인공이 남한을 택했을 때의 모습은 이랬을까?' 하는 느낌을 준다. 결국 은하는 또다시 중립국을 찾아떠나게 되지만,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강하게 다가오고 있다.
영화는 짧지만 깊은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건드리려 한다. 물론 그러한 부분이 영화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영화의 메시지에는 깊은 공감이 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의의는 있다고 생각된다. 거기에 서준과 은하가 만드는 멜로 라인은 극의 중심축을 잘 받아주며, 이야기 전체를 애절한 사람의 느낌으로 잘 끌고 가고 있다.
거기에 두 남녀가 이끄는 멜로의 감정은 먹먹한 듯, 애절하게 다가오고 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여자는 남자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을지는 모르지만, 이정진과 임수향의 케미는 부족한 설득력을 채워주며 좋은 감정을 이끈다. 때문에 우리는 이 영화에서 좋은 멜로의 흐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이 둘의 사랑. 끝까지 계속 될 수는 있을 것인가?
▥ 추천 : 이정진과 임수향이 만드는 먹먹한 사랑의 감정들.
▥ 비추천 : 배급사가 망쳐버린 이야기의 모습.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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