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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는 게이 파티에서 나오토를 만나게 된다.
범인 찾기라는 스무고개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분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시작부터 하치오지 살인사건을 보여주는 영화의 도입부. 곧 이어 이어지는 화면은 나오토와 타시로, 타나카 세 명의 모습을 비춰주며 이야기는 범인찾기를 위한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치 세명의 얼굴을 합해놓은 것과 같은 몽타쥬의 화면은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흔들게 된다.
장황한 설명들과 그것이 그리고 있는 장엄한 서사의 과정. 그리고 런닝타임이 141분이나 되는 긴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긴 여정의 서사들은 그 안에 복잡한 것을 숨기고 있다는 냄새를 물씬 풍기며, 관객들을 극 속에 빨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서사가 담아두는 조용한 감정의 흐름들은 언제 폭발할지를 모른다는 듯이 숨을 죽이며 우리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제공하게 된다.
<분노>는 분명 범인 찾기라는 스무고개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관객들 역시 영화가 보여주는 초반의 강렬함으로 인해서,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을 안고 세 남자의 이야기를 주의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기에 극 중간마다 보여주는 몽타쥬와 그것이 가리키는 세 남자의 모습 속에 있는 단서들은 범인 찾기라는 큰 틀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야기가 향하는 목표를 확인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범인 찾기에 몰두하는 동안 영화는 이야기 속에 중요한 숙제를 남기게 된다. 그것은 범인 찾기는 이야기의 겉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이야기의 제목인 <분노>가 가리키는 대상이야 말로 우리가 찾아야 할 진짜 범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영화는 중반을 즈음해서 숙제의 진짜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세 남자와 주변인들이 가지는 불신. 그리고 불신이 만드는 불안과 불안이 만드는 배신. 영화는 믿음이 불신으로 바뀌고, 그것이 불안이 되어 배신을 향하는 동안 커다란 분노가 형성되고 있음을 발견하도록 관객들을 이끌게 된다.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서 관객들은 드디어 제목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유마가 카오루(타카하타 미츠키)를 만난 후 나오키를 불신하게 되는 과정과 끝에 밝혀진 결과가 만들어낸 자신에 대한 분노. 아이코가 자신의 과거로 인해 불안을 갖고 그것이 만들어낸 타시로에 대한 불신. 그리고 만들어진 분노. 타나카를 믿었던 자신의 믿음이 무너진 것에 대한 타즈야와 이즈미의 분노. 영화는 이렇게 모두의 분노를 하나로 응축시키며 커다란 폭발을 만들고야 만다. 그것은 앞서 관객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긴장감의 정체였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피날레는 큰 먹먹함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 나하에서 타나카를 우연히 만난 이즈미와 타츠야는 미군들에게 씻지 못 할 아픔을 겪게 된다.
마치며...
<분노>는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 (2012년) 수상자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분노에 관한 이야기를 각자가 가지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스무고개의 과정을 교묘히 벗어나, 본래의 의도했던 바로 멋지게 연결시키며 이야기가 던지고자하는 진짜 의미를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은 뒤로 흘러가며 응축되고 모아져 커다란 울림을 전달하게 된다. 때문에 이야기가 던지는 울림은 극의 피날레 후에서 긴 여운을 만들며, 우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울릴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각자가 가지는 불신과 불안. 그 안에서 그들은 각자의 믿음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각자의 분노가 모아져 더 큰 분노를 만들어내는 울림들.
▥ 비추천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남자배우들의 뒷태 누드가 등장하며, 동성애 장면도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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