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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긴 여운이 있다.
<립반윙클의 신부>에는 기존의 이와이 월드(각주)에서 탈피한 듯한 분위기가 있다. 기존의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 몽환적이며 음악이 극을 지배하는 그런 분위기 - 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클래식 음률이 많이 등장하지만, 전작들처럼 극을 휘감는다는 느낌은 약간 부족하다.) 1
극의 발단은 나나미가 플래닛에서 츠루오카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결과는 파혼. 인간관계가 서툴렀던 나나미에게 있어, 파혼이란 자신을 책망하게 되는 원인이자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립 반 윙클의 신부'가 되기 위한 전조를 보여준다. 비교적 긴 시간을 들여 나나미의 혼자됨을 스케치하던 영화는 플래닛의 세상에 빠져살던 나나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왠지 거짓일 것만 같은 색체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립반윙클'이라는 닉네임의 여성. 이쯤되면 우리는 제목에 관해 한 번쫌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과연 립반윙클이란 무엇이며, 극에서 만드는 분위기는 또 무엇일까? 립반윙클이란 미국 최초로 미국에 관해 묘사한 한 소설의 주인공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 나부랭이가 아닌, 립반윙클에 있다. 우리 속담 '신선 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와 같은 의미인 립반윙클은 신선노름을 하고 왔더니 내가 돌아온 현실의 시간은 훌쩍 지나갔더라는 뜻이다.
▲ 결혼이 깨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나미
립 반 윙클은 어느 날 죽은 네덜란드의 선조 유령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웃고 떠들며 볼링을 하고 잠시 잠든 립 반 윙클. 그가 세상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2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미국은 독립군이 되었더라는 이야기.
때문에 영화는 립반윙클이 등장하기 전의 상황을 거짓으로 오염시키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혼도, 만남도, 플래닛이란 SNS도, 모두 허상. 그리고 그녀가 들어가게 되는 커다란 성. 그곳에는 립반윙클이 있었고, 세상과는 다른 시간이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립반윙클의 신부>의 중반부 부터는 나나미가 립반윙클의 성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같은 맥락은 고전소설에 대한 의미를 차용하는 분위기와 흡사한데,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많이 차용하는 일본인들의 분위기와도 흡사하다. 아무로라는 백토끼를 만나 립반윙클의 여왕이 살고 있는 성으로 들어가는 나나미. 그때부터의 세상은 모든 것이 거꾸로 흘러가듯 신기하기 만하다. 100만 엔이라는 거액의 월급, 그리고 밤마다 나나미를 찾아오는 립반윙클. 신기하기만 한 립반윙클의 성에서의 일들은 그녀들을 점점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 립반윙클이 있는 성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리고 후반부. 차츰 밝혀지는 극의 이야기는 립반윙클에게 또다른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서 이제는 성에서 나오자고 말하는 나나미.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듣는 듯한 분위기는 둘 만의 결혼식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립반윙클의 신부'가 되는 차례. 하지만 그것이 둘 만의 마지막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나나미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그녀가 성 안에 준비한 것은 독들과 나나미 였고, 마지막 역시 독과 나나미로 끝을 맺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립반윙클의 성에서의 짧은 만남. 여기서 이와이슌지가 미국 소설의 립 반 윙클을 데려온 진짜 이유가 등장하게 된다. 도끼자루가 썩었던 우리네의 선조와는 달리 소설 속 립 반 윙클은 현실로 돌아온 후 잘 먹고 잘 살았더라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동양권에 널리 퍼져있는 동화와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은데, 영화 속 나나미 역시 립반윙클의 성에서 나온 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자신이 동영상 과외를 하는 장면 '도쿄에 오면 우리집에 놀라오라'는 나나미의 변화는 립반윙클의 진짜 유산은 나나미에게 남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디어 혼자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의 큰 결심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주로 조연급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원석들을 발굴했던 이와이 슌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로 역의 아야노 고는 그가 기용한 배우 중 가장 유명한 배우일 것이다. 이런 것부터 소소한 변화를 보여주는 이와이 슌지는 극 전체의 분위기도 예전 그의 극풍에 비한다면 많이 선명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만 이와이 슌지의 이야기에는 여전히 뭉클한 감동이 있다. 이것만은 여전히 이와이월드에 변치않는 감정인 것 같다. 그리고 티가 나지 않았던 음악 역시, 긴 여운을 장식하며 우리의 귀를 멤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와이 슌지는 여전히 이와이 슌지였음이 증명되는 것 같다.
동화를 꿈꾸던 소녀가 동화 속으로 굴러떨어졌던 앨리스. 그리고 플래닛의 세계에서 립반윙클의 성으로 뛰어든 나나미. 중요한 것은 나나미가 성을 벗어났을 때의 모습이고, 그녀가 있었던 성은 역시 신선들의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 그래서 영화라는 색 안경으로 알게되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으로 돌아온 나나미의 모습에서 우리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P.S : 립 반 윙클에만 주목하느라 설명을 빼놓았는데, 극중 아무로라는 이름은 건담의 가장 인기있는 파일럿 중 한 명이며, 그가 사용하는 람바 랄은 아무로를 성장시키는 인물이다. 여기서는 캄파넬라 즉 나나미를 성장시키는 인물 중 하나로 보인다.
동시에 나나미가 사용한 '캄파넬라'는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 알려진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에 등장하는 인물로 강에 빠져 죽었지만, 그의 친구는 그가 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여기서도 아무로는 나나미가 죽은 줄로 알지만, 그녀는 립반윙클로 인해서 현실의 별을 깨닫게 된다.>
▲ 현실로 돌아온 나나미는 립반윙클로 인해서 별을 보게 된다.
▥ 추천 :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고, 이와이 월드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을 묶어서 팬들 사이에서 지칭하는 단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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