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목욕탕의 구성원들
잔잔한 흐름은 돋보이지만, 튀어져 나오는 감동의 한 방은 아쉽다.
<행복 목욕탕>. 원래는 '물을 데울 수 있을만큼의 뜨거운 사랑'이라는 뜻을 지닌 영화의 제목은 가족의 사랑이 주는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 보는 이들도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것이 우리의 아픔도 치유하게 되는 그런 힐링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는 영화다.
1년 전 가족을 떠나버린 바람둥이 아빠 가츠히로. 그의 빈 자리를 느끼면서도 각자의 몫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후타바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된 후 그녀는 자신의 빈 자리를 채우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녀 먼저 준비한 것은 가족의 가장인 가츠히로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그러면서 가업인 목욕탕을 다시 문 열게 된 후타바는 차근 차근 자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가족의 구성원과 그들의 몫을 준비하게 된다.
한,중,일 동북 아시아권에 특화된 목욕문화. 그 중 일본이 가지는 탕(湯)의 문화는 삼국 중 가장 깊은 의미의 '공유'라는 개념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중이 탕의 개념을 '씻는 곳' 이라 여긴다면, 일본인이 가지는 탕의 의미는 그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함께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온가족이 같은 물에 들어가는 그들의 독특한 욕실문화는 그러한 의미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여기에 가족 뿐 아니라 집에 놀러온 친구(손님)들에게도 탕을 내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함께 할 수 있는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탕문화가 지는 '함께'의 개념이란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딸들이 험한 세상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는 후바타
때문에 이 영화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첫 번째 의미로 '함께 목욕탕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의미 역시 가족을 하나로 만든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급조한 가족공동체의 갈등을 하나 하나 풀어내는 영화의 모습. 먼저 가즈히코가 데려온 막내 아유코의 갈등을 시작으로, 왕따(いじめ -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아즈미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며, 영화는 극의 중간 중간에 작은 갈등들을 펼쳐놓게 된다. 이들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우리내 속담처럼 작은 갈등이 가족을 더욱 돈독케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후바타가 가진 진짜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가족공동체에서 공동체의 단어를 뺀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려 드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가 가진 문제점들을 털어놓으며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던 영화는 마지막 과정으로 자신을 대신할 아즈미의 진짜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 즈음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후바타의 이야기를 터뜨리는 이야기. 그렇게 기다긴 여정을 함께 달려온 후바타의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는 대단원의 막을 향해 달려가게 되고, 이야기는 감동이라는 종착역에 관객들을 데려가려 하는 것이다.
다만 이토록 장엄하고도, 먹먹한 여정의 길을 보여준 <행복 목욕탕>이지만, 마지막에 닿는 과정에서 휘몰아치는 한 방의 존재가 미미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이야기의 여정은 잔잔함이라는 일본 영화 특유의 감수성을 제공하며 담백함 가운데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잔잔함 가운데 이야기의 묵직함까지 묻혀버렸다는 점은 이야기의 길고 긴 여정에 비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 다시 가족으로 돌아온 철부지 아빠 가즈히로
마치며...
일본식 이야기가 가지는 담백하고 진솔한 여정들. <행복 목욕탕> 역시 그러한 과정을 잘 표현하며, 일본 영화의 감수성을 제대로 그려주고는 있었다. 그러나 후바타의 마지막과 그녀의 노력이 만든 과정들에 비하면 마지막이 주는 먹먹함은 과정에 비해서는 약간의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점들은 '작은 갈등 - 작은 갈등 - 작은 갈등' 이 커다란 갈등과 해소가 주는 감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또다시 '작은 갈등과 감동'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식 감수성의 진수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야자와 리에가 보여준 헌식적인 어머니 상과 그것이 만든 가족의 화합은 담백하나마 긴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는 후바타. 그녀는 행복 목욕탕에서 가족의 울타리를 준비하고 떠날 수 있을까?
▥ 추천 : 잔잔함 가운데서 터지는 먹먹한 감정들.
▥ 비추천 : 다만 잔잔함 가운데 묻혀버리는 이야기들이 아쉽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력이 부른 파멸과 아이들의 이야기: 디스트럭션 베이비 (ディストラクション ベイビーズ, 2016) (0) | 2017.05.03 |
---|---|
아마미야 형제들의 비밀이 밝혀지다: 하이앤로우 더 레드 레인 (High&Low The Red Rain, 2016) (0) | 2017.04.23 |
메시지에는 공감하지만, 스릴러는 지루했다: 천공의 벌 (天空の蜂, The Big Bee, 2015) (0) | 2017.04.16 |
믿음과 불신과 불안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분노 (怒り, RAGE, 2016) (0) | 2017.04.16 |
데스노트 향수팔이는 심심했다- 데스노트: 더 뉴 월드 (デスノート, Light up the NEW world, 2016) (0) | 2017.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