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놈만 집어먹는 왜곡되고 비겁한 사회
<디스트럭션 베이비>는 제목처럼 파멸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하는 이 영화는 자유로움을 대신하여, 폭력이라는 이름을 새겨넣으며 시작부터 커다란 물음표와 호기심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타이라는 한 마리의 짐승처럼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케릭터다. 그는 영화 속에서 거의 대사가 없는 인물로 등장하여 정말 짐승처럼 싸우고 또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마치 한 마리의 불나방처럼 불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그의 몸짓에는 브레이크도 없다. 단지 앞을 향해 달리고, 또 그것을 쳐 부술뿐이다.
영화는 그러한 타이라를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호가호위(狐假虎威)처럼 친구들의 뒤에 숨어 야비한 행위를 일삼는 유야는 그날도 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복수를 이루려다가 타이라라는 짐승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자신이 조련하여 자신의 장난감으로 사용하려는 유야의 행동은 거기서도 야비함의 극을 달리게 된다. 오로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만 폭력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에서 폭력은 게임이 되어, 아이들의 놀이감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나나라는 호스티스의 합류는 이야기의 또다른 흐름을 만들며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 눈에 띄는 것은 모두다 밟아버린다! / 타이라(야기라 유야)
<디스트럭션 베이비>에는 그 어떤 인물들에게도 명확한 이유가 없다. 오로지 약육강식의 세계처럼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잡아먹히일 뿐이다. 삐뚤어진 그들의 시선 속에 만들어진 세상은 왜곡된 풍경만을 남기며, 동물의 왕국과도 같은 이상함을 연출하게 된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왜곡됨은 이상한 프레임속에 가두어둔채로, 관객들은 철저히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구경만 하는 극 속의 엑스트라는 곧 우리들이 되고 만다.
이 영화는 이처럼 삐둘어지고 이상한 시선 속에 약육강식의 세계를 준비하게 된다. 호랑이 한 마리와 호가호위를 하는 여우, 그리고 남을 속여 간을 빼어 먹는 또 한 마리의 여우가 등장하여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동물의 왕국을 만든 연유에 대해 그 모든 것들이 무관심과 이기심이 빚어낸 죄악들이라고 변명을 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버려진 무관심. 제대로 된 사회성을 배우지 못한 이기심. 이 모든 것들이 인간사회를 동물의 왕국으로 바꾸어 버리고, 영화는 정처없는 울분이 어떤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공범자는 그것을 지켜보는(방관하는) 관객들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그들의 흐름 속에 약육강식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나 영화가 폭력이라는 이름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면서도, 그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에 관해서는 너무도 흐릿하게 처리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흐름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흐릿함과 선명함의 대비 속에 선명함만 부각이 된다는 모호함이 드러나게 되는데, 때문에 영화의 주장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 약한 모습을 보이면, 너는 내 먹잇감이 된다. / 나나(고마츠 나나)
마치며...
<디스트럭션 베이비>는 일본사회가 가진 여러문제들을 표출시키며, 결국 그것들이 그들의 왜곡된 세상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던지고 있었다. 약한 자를 집어삼킬 때 느껴지는 그릇된 쾌감. 영화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편함을 관객들에게 안겨주며, 이야기의 책임을 관객들에게 돌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스크린과 현실이라는 괴리가 발생하여, 또다른 왜곡을 만들고 마는 것이다.
극 속에서 대화 한 마디 없이 모든 것을 감정으로 처리하는 야기라 유야의 모습에 <갈증> 이후 또다시 삐둘어진 세상으로 돌아온 고마츠 나나, 그리고 야비한 듯한 표정과 몸짓으로 또다른 중심축을 이루는 스다 마사키의 조합은 이상한 케미를 폭발시키며 이야기를 더욱 왜곡되게 변질시키고 만다. 때문에 우리는 이들의 묘한 조합이 주는 불쾌함을 느끼며, 그들의 주장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뚜렷하게 끌고 가지 못한 영화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지고 만다. 그러한 아쉬움 때문인지 <디스트럭션 베이비>에 대한 일본 내의 평가도 혹평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울분이 담긴 이야기를 약육강식의 세계로 표현하며, 흐릿함 가운데서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노력만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의 이야기에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 청춘의 방황이 만들어낸 왜곡된 세상. 이들의 길바닥 인생은 어디로 흘러, 어디로 갈 것인가?
▥ 추천 : 강렬한 로드무비가 만들어낸 동물들의 세계.
▥ 비추천 : 다만 흐릿한 중심선으로 인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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