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철저히 클레어의 고립에 주목을 하게 만든다.
클레어를 조금 더 무너뜨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층의 테라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클레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어느새 주위를 돌아보면 혼자인 것을 발견하게 되는 클레어. 영화는 이렇듯 처음부터 클레어의 모습을 무리로 떨어뜨리며, 그녀의 고립감을 강조하게 된다. 그러던 클레어 앞에 나타난 앤디가 등장을 하고, 영화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핑크빛으로 물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베일을 벗게 되고, 철저한 고립에 빠지는 클레어와 삐뚤어진 모성애의 욕구가 만들어낸 한 남자의 이상성욕이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클레어가 가지는 고립감을 공유하게 되며, 우리들 역시 외딴 곳에 갇힌 듯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베를린 신드롬>은 인질들이 범인에게 동화된다라는 뜻을 지닌 '스톡홀롬 신드롬'에서 제목을 빌려오고있다. 철저하게 고립이 된 상황. 며칠이 될 줄 알았던 상황이 몇 달이 되고, 그렇게 조금씩 무너져 가던 어느 날. 그 가운데서도 탈출의 방향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클레어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언제 들킬지도 모른다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관객들과 방탈출게임이라는 완벽한 설정을 공유하게 되는 이야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클레어와 같은 편이 되고, 그렇게 클레어와 관객들을 같은 곳에 가두려는 시도는 성공을 하게 된다.
다만 영화가 시도하는 충격적인 이야기의 모습이 극초반에서 중반 즈음으로 약빨이 약해지는 모습에는 조금의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국내 포탈의 줄거리에는 '엄청난 반전'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이란 의미가 퇴색버린것도 여기서 무너져버린 긴장감으로 인함이 크게 작용을 하게 된다. 때문에 고립된 클레어의 모습을 더욱 더 철저히 망가뜨리고, 무너뜨려서 고립감과 그것으로 인한 분노를 더욱 크게 스케치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게 다가온다. 즉 커진 분노가 앤디에게 향하고, 그것이 마지막에서 폭발함으로 인해 관객들은 심판의 카타르시스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임에도, 영화는 커진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립의 상황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관객들과 같은 편이 되도록 하는 시도는 굉장히 훌륭함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끝으로 가며 스톡홀롬 신드롬처럼 베를린 신드롬을 만들며 관객들을 또 한 번 흔들려는 시도 역시 괜찮게 다가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앞선 아쉬움조차 극이 제공하는 긴장감 속으로 파묻히게되고, 관객들은 철저한 고립 속에서 완벽한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그러다 앞에 나타난 앤디의 존재는 그녀를 흔들고 만다.
마치며...
클레어를 향한 앤디의 무서운 집착. 그리고 그것이 앤디의 유년시절을 불우하게 만든 모성애의 결핍임을 깨닫게 될 때 관객들은 그의 집착에 소름을 느끼고 만다. 영화는 앤디의 집착 속에 몇 가지 사인들을 집어넣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모성애의 결핍과 그것이 만들어낸 여성혐오였다는 점에서 극이 주장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넘어 소름끼치게 되는 것이다.
<베를린 신드롬>은 생각했던 것처럼 엄청난 반전이 있거나, 앞에서 뿌려놓은 복선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뒤에서 크게 한 방을 터뜨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이러한 국내 배급사의 설레발은 극을 도리어 실망스럽게 만들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극 자체가 보여주는 고립과 그것에서 이어지는 긴장감은 꽤나 훌륭한 이야기를 연출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 점점 앤디에게 동화되어가는 클레어의 모습. 이들의 어긋난 관계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 추천 : 고립이라는 상황을 완벽하게 이용하는 극의 연출.
▥ 비추천 : 국내 홍보 담당자의 목을 베어라!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테레사 팔머의 노출 및 베드신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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