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라는 8개월을 끌어왔던 일이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을 목격하고 허무함을 느끼지만, 거기에 또다른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상 속에 숨겨진 작은 평화.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세 명의 여인들이 펼치는 이야기들을 병렬로 늘어놓는 옴니버스 스토리다. 각개의 이야기들은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거의 없으며,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들은 저마다 일상의 평범함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게 된다. 다만 그 가운데서도 영화는 병렬로 늘어진 이야기 속에 각기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다시 병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렇게 병치된 사건들은 서로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묘한 대비의 효과를 주게 된다.
영화 속 세 개의 에피소드는 모두 한적한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또 반대편에서 그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병치하게 되는 영화의 이야기는 각자의 삶들과 묘하게 어울림을 주며,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제공하게 된다. 먼저 로라의 이야기에서는 변호사인 로라와 그녀를 괴롭히는 풀러의 이야기를 그려넣으며, 그 속에서 풀러라는 남성이 가진 문제를 비춰준다. 지나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보금자리에 몰두하는 지나와 그녀와는 반대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남편의 모습. 마지막으로는 삶의 찌들림에 몰려 시골마을에 원치 않는 강의를 하러 온 엘리자베스와 그녀를 우연히 만난 목장 관리인의 이야기를 그리며 영화는 각자의 대비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삶을 배치하는 영화는 말미에 이르러서 그들의 삶이 만든 하나의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끝자락에 위치한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결국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인질극을 벌었던 풀러도, 오래된 돌을 갖고 싶었던 지나도, 짝사랑의 실연을 당하는 목장 관리인도 모두들 내일의 태양아래 내일의 삶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즉 영화가 꿈꾸는 것은 각박한 삶이 이끄는대로 이리 저리 치일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는 내일의 태양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어떤 여자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각기 다른 세 이야기를 병치하면서도 그것이 만드는 흐름을 묘하게 걸쳐놓는 영화의 수법이 아닐까 싶다. 절제된 감정선들이 하나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영화의 흐름은 극 전체를 관통하며,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상에 지친 삶들 속에서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며, 관객들에게도 쉼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써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안에서 작은 평안을 누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 지나는 개척시대에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돌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일로 남편과 작은 다툼을 하게 된다.
마치며...
이 영화의 느린 호흡을 쫓아가다보면, 우리는 주인공들의 삶 저편으로 평화롭고 광활한 그곳의 풍경이 지나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병치되어 있는 세 개의 에피소드들을 감싸며 또 하나의 커다란 병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게 된다. 즉 병치인 줄로만 알았던 영화의 수법들이, 알고보니 조화로운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만들어낸 것이 평범한 작은 것들로 인함이라는 점은 결국 평범함 가운서도 우리는 평화를 얻게 된다는 것이 아닐지 궁금해진다.
IMDb 평점은 6.6점인 반면, 로튼 토마토 지수는 92% (신선 129, 진부 11)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영화가 가지는 절제미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조화에 대해 높은 평가를 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가 만드는 또다른 의미의 특별함 속에서 우리는 소중한 무엇을 발견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 서로 다른 3개의 이야기가 엮어서 만드는 커다른 줄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떠한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 비추천 : 평범함이란 때론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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