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설? 성선설? 혹은 단순한 이기심?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 제목 그대로 '벨코 실험'이라 불리는 영화의 내용은 평화롭던 벨코 주식회사가 누군가에 의해 점령이 되고, 그들을 보호하려던 장치가 폭파물이 되어 그들을 점령하게 된 사태를 그리고 있다. 어느 때와 다름 없이 출근을 하게 되는 밀치. 하지만 그의 출근길을 가로막는 새로운 보안요원들의 모습은 어딘가 불안감을 자아내게 된다. 그리고 '죽는다'는 단어가 또렷하게 들리는 사내 방송.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던 그들도 누군가의 머리가 폭파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자, 실제상황임을 직시하게 된다.
영화는 이렇게 머리가 폭파되는 상황. 그리고 죽지 않으려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00년 전 세계를 센세이션하게 만들었던 <배틀로얄>의 상황과 흡사함을 느끼게 된다. 규칙을 어기면 폭파되어 생명을 앗아가던 특수목걸이를 대신하여 영화는 머리 속에 칩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마련하게 되었고, 자신들이 정해놓은 숫자를 죽이지 않으면 그 배가 되는 숫자를 죽이겠다는 엄포를 놓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엄포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를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은 이러한 상황을 통해서 인간이 지닌 극도의 이기심을 노출시키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이 가지는 상황들을 조금씩 희화시키는 이야기. 안전하다 믿었던 상황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었고, 모든 것을 감시당하는 CCTV 천국이 지니는 문제점에 대해서 영화는 논란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보다는 영화 자체가 지닌 '죽음의 서바이벌'이라는 상황은 이야기를 긴장감속으로 끌고가게되는 가장 큰 효과가 된다. 우리는 이러한 영화의 장치들을 감상하며, 고어로 무장한 죽음의 페스티벌 앞에서 극도의 이기심을 노출하게는 되는 인간의 무자비함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크고 작은 논란의 거리들은 '서바이벌'이라는 상황 속에 모두 덮혀,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아무생각 없이 죽이고, 자르고, 폭파하고 선혈이 낭자한 화면들을 연출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그냥 피가 철철 흐르는 화면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단점이 되고 마는 것이다. 때문에 죽음의 서바이벌과 그 페스티벌을 개최한 사람의 정체에 영화는 궁금증을 제시하고는 있었지만, 그 해답이 그리 대단치 않았다는 아쉬움으로 남고 만 것이다.
마치며...
극의 마지막, <벨코 실험> 최후의 생존자가 탄생하는 순간. 영화는 그 모든 것들이 '1단계' 였음을 공개하게 된다. 그러면서 <벨코 실험>이 수많은 실험들 중 하나였음을 주장하는 영화. 마치 우리의 삶은 수많은 경쟁들 속 하나이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의 게임이라는 듯 영화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러한 메시지를 녹여내기에는 선혈 낭자 서바이벌이 만든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묻어난다. 즉 거창한 척은 하고 있었지만, 그냥 볼만한 고어물에 지나치 않았다는 점에서 그정도의 대단함은 없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볼만한 장르가 될 수는 있지만, 이 안에서 깊은 메시지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그냥 허세가득한 문법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평점이 IMDb 6.2점, 로튼 토마토 지수 53% (신선 41, 진부 37)로 살짝 아쉬웠다는 점 역시, 영화가 보여주는 아쉬움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가 보여주는 장르적 재미는 있었지만, 그 이상을 흉내냈다는 점은 분명 단점으로 남을 것 같다.
<※ 이미지 파일은 구글 애드센스 정책에 위배되어 삭제하였음을 밝힙니다.>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 (The Belko Experiment, 2016)
▥ 비추천 : 피자인 주제에 코스 요리인 척하면 안되지 말입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선정성 : ★★ (선혈이 마구 마구)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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