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일까?: 금붕어, 여자 (蜜のあわれ, Bitter Hone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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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노작가(오스기 렌)는 장터에서 사온 세 살 배기 금붕어(니카이도 후미)와 동거를 시작한다. 매일 밤 노작가의 침소에 들며, 그의 기쁨이 되어주는 금붕어. 그러던 어느 날 금붕어는 자신의 이름을 '아카이 아카코(赤井赤子 - 각주[각주:1])'라 지은 후 노작가의 애인이 되기로 한다. 그 동안 노작가의 곁에는 그가 과거에 사귀었던 유리코(마키 요코)의 귀신도 나타나고, 그녀는 노작가 자신을 이승에 불렀을거라 생각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작가는 극장에 영화를 본다는 핑계로 외출을 하고, 금붕어는 유리코와 함께 노작가의 뒤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한 노작가와 극장 주인(칸 하나에)의 은밀한 애정행각. 과연 금붕어와 노작가의 기묘한 동거생활은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 노작가가 만들어낸 창작물 금붕어


꿀의 정취(蜜のあわれ),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금붕어, 여자>는 1959년 일본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무로우 사이세이가 발행한 동명의 소설(蜜のあわれ)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서정적인 이야기 속에 삶의 다양함을 녹여냈던 작가의 작품처럼, 이 영화 역시 삶의 가장 아름웠던 부분을 '꿀(蜜)'에 비유를 하고, 그것의 정취(あわれ)를 사물에 투영하여 노작가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부터 노작가와 동거를 하게 된 금붕어. 세 살배기라는 극 중 금붕어의 나이처럼 아직 금붕어 태어난지 얼마가 안 된 갓난아이와도 같은 천진난만함이 있다. 금붕어의 나이는 인간의 수명보다 짧았다는 극중 금붕어의 대사처럼, 금붕어는 인간의 새옹지마를 함축시켜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 어려있다. 때문에 처음의 금붕어는 '난요(아타잇떼)'라는 표현을 쓰며 그녀가 아직 어린아이임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다 나이를 듦과 함께 이름이 생기고, 또 출산에 대한 마음도 생기는 금붕어. 그런 금붕어를 바라보는 노작가의 모습은 흡사 애인이라보다는 아버지의 그것을 보는 것만 같다. 때문에 금붕어가 '그의 애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 역시 어린 아이가 '커서 아빠와 결혼할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된다.


  <금붕어, 여자>는 이처럼 이야기를 판타지로 꾸며가며, 금붕어의 의인화와 죽었던 옛 연인의 등장. 그리고 라쇼몽 등을 쓴 일본의 대문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川龍之介)와의 만남 등 그려내며 이야기를 한 껏 이상하게 몰아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덧 제목이 가지는 의미를 떠올리며, 거기서 이 모든 사태의 힌트를 얻게 된다. 인간의 가장 달콤했던 시절의 정취를 그리는 영화. 제목 <꿀의 정취>란 바로 이러한 의미가 되며, 노작가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쿠타가와와의 술자리와 유리코의 귀신이 등장한 것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인간의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여자를 불러오다'라는 대목에서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유리코의 존재는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역할이며, 그녀를 통해서 우리는 금붕어의 의인화를 노작가의 머릿속이 창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금붕어가 거울을 바라볼 때 그것이 깨지며 여인의 어린시절부터 할머니까지의 얼굴이 거울 속에 비치는 것과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금붕어란 인간의 새옹지마요, 희로애락이라는 노작가의 창작물이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각주[각주:2])


  노작가는 금붕어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 아빠를 애인으로 삼다가, 점차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들. 각기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금붕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묘사하며 노작가의 길고 긴 장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그 속에는 부모로서의 삶도, 남자로서의 모습도 함께 녹여내며 노작가의 삶을 녹여내고 있었다. 



▲ 꼬리를 흔들며 즐거워하는 금붕어와 유리코


마치며...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의 마지막 여정. 붉은 우물이어야할 어항 속은 비어있고, 노작가의 붉은 아이 역시 이제는 세상에 없다. 노작가가 창작했던 세상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은 그리 불행하지는 않다. 금붕어의 붉은 혼은 노작가에게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즐거운 의미를 알려주고 떠났다. 그것은 이야기의 처음에 금붕어가 던진 질문이었고, 영화의 과정은 바로 그것의 희로애락을 보여줬었다면, 지금은 희로애략의 진정한 즐거움을 깨달은 노작가의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금붕어라는 존재가 준 중의적 의미일수도 있다. 금붕어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노작가가 인생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것. 이것이 아마도 <금붕어, 여자>라는 <꿀의 정취>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각자의 희로애락에 대한 몫은 바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다.



▲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노작가. 금붕어가 남기고 떠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요약
일본 판타지 외 2016.10.27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05분
감독
이시이 가쿠류
출연
니카이도 후미오오스기 렌마키 요코칸 하나에  더보기








▥ 추천 : 근대소설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잘 그리고 있었다.

▥ 비추천 : 어려운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니카이도 후미의 뒷모습 누드가 자주 등장)



※ 예고편



  1. 붉은 우물안의 붉은 아이 [본문으로]
  2. 금붕어가 노작가 딸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해, 영화는 아쿠타가와의 대화를 통해 노작가의 진짜 딸이 작가로서 잘 지내고 있음을 알려준다. 때문에 금붕어는 노작가와 연관이 있는 인물의 재래라고 보기보다는, 단순한 노작가의 워너비를 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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