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갑자기 킨지 앞에 나타났다가 훌쩍 떠나버린 사에코
오래전 그날 얼어버린 킨지의 시간이 야츠코의 등장으로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대학시절 별자리를 논하며 킨지에게 다가온 여인은 수 년이 흘러 판사와 피고인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인연이 또다시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게 되지만, 킨지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떠나버린 여인. 그 일이 있고, 킨지는 죄책감에 가족도 버리고 당시 사건이 있었던 시골 마을에 속죄하듯 국선 변호인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25년 후 그때의 사에코처럼 빨간 메니큐어를 바르고 나타난 여인은 마치 속죄의 그날처럼 킨지의 앞에 나타났고, 킨지는 무언가에 끌리듯 그녀를 보살펴주게 된다.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징역처럼 작은 마을에서 국선 변호인으로 보낸 25년, 그리고 그의 용서가 되어주듯 나타난 25살의 젊은 여성. 그때의 사에코는 새끼 손가락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뒤, '너에게 짐이 되지 않을거라' 선언 한 뒤 떠나버렸고, 지금의 야츠코는 네 번째 손가락 매니큐어를 바른 뒤 나타나 킨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마치 25년을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나타난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터미널>의 이야기는 굉장히 잔잔한 듯 끌리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불륜녀와의 로맨스를 그리듯하다가 충격적으로 변해버린 이야기. 그리고 오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또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시간이 흘렀고, 사람도 다르지만 두 사건의 이야기는 어딘가 닮아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못했던 속죄를 지금에서야 하게 되는 이야기. <터미널>의 이야기는 이렇듯 기차역이 있는 소박한 동네라는 배경을 통해서 25년의 시간을 두고 못다한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풀어내게 된다. 이것은 일본식 담백화법이란 틀을 통해서 조근조근 자신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에는 킨지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들도, 사에코가 남긴 새끼 손가락의 의미들도 전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사소함에서 진솔함을 뽑아내는 일본영화의 담백함이라 볼 수 있는데, <터미널> 역시 일본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25년이 흘러 킨지 앞에 야츠코가 나타나게 된다.
마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자신이 사온 커피 메이트로 킨지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야츠코의 손가라가에는 매니큐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손가락에 있었던 그것은 사에코의 손가락과는 다른 손가락이지만, 그것은 다른 듯 같은 의미로 킨지애게 다가옴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해결이 된 지금, 킨지는 25년 아들이 좋아했던 연어알을 싸들고 아들의 결혼식에 참여하게 된다. 연어알을 하나 하나 터뜨려 먹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들. 야츠코를 통해서 킨지는 25년 전 못다한 이야기들을 이제서 끝마치게 되었고, 25년 만에 킨지는 종착역이었던 쿠시로 역에서 도쿄로 새출발을 하게 된다.
극의 제목 '터미널(ターミナル)'은 누군가에는 종착역이 되고, 누군가에는 출발역이 된다. 처음에는 자신을 종착역에 가뒀던 킨지는 야츠코와 함께 그날의 숙제들을 드디어 해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때의 종착역이 킨지에게는 출발역이 된 지금, 킨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25년이란 세월, 25살의 여인, 과연 킨지는 그날의 못다한 숙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제목의 의미를 훌륭하게 표현하여 큰 감동을 전해준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이 만드는 소소한 행복들: 남극의 쉐프 (南極料理人, 2009) (0) | 2017.09.15 |
---|---|
성모마리아 학원 문학모임의 뒤에 숨은 추악한 그림자: 암흑여자 (暗黒女子, 2017) (0) | 2017.09.15 |
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일까?: 금붕어, 여자 (蜜のあわれ, Bitter Honey, 2015) (0) | 2017.09.13 |
그 시절, 우리의 추억과 함께했던 소년: 요노스케 이야기 (横道世之介, 2013) (0) | 2017.09.13 |
Acid Black Cherry '엘', 영화로 만들어지다: 엘 (L-エル-, L, 2016) (2) | 2017.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