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을 잃어가는 마조리는 인공지능 홀로그램 프라임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기억을 주입 받는다.
뒤돌아보면 그땐 좋았었구나...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의 원제는 마조리 프라임이다. 원제의 의미를 좋아하는 감자지만, 이번 만큼은 우리말 제목이 더 좋게 느껴진다. 영화의 이야기는 알츠 하이머(혹은 그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마조리와 그녀의 기억에 도움을 주는 인공 지능 홀로 그램 프라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하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에게 인공 지능이 과거의 기억을 읊어준다는 스토리는 이렇다 할 것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어찌 보면 이야기 속 작은 반전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의 정체조차 이야기를 보면 쉽게 파악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마저 들게 만든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라는 설정을 지니고 있지만, 마조리의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조차도 단순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야기의 뒤편을 살펴보면 그 속에는 프라임이라는 인공지능의 정체 역시 사람의 기억이 만든 또다른 기억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억의 주입. 그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한 사람의 기억이 다른 사람의 회상으로 채워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과연 우리들이라면 새로운 기억, 그것도 장미 빛으로 가득한 기억으로 내 과거가 채워지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들까?
모두 과거의 자신과 다르고,
모두 미래의 자신과 다르네....
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됨과 동시에 기억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되기도 한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이라는 제목은 영화의 모든 것을 담기에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마조리 프라임>이라는 원제가 포용할 수 있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다만 그때 그 시절의 자그마한 기억들과 그것이 연속해서 삶을 이룬다고 가정할 때, 당신과 함께했던 순간들 역시 나의 삶에 포함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마조리의 기억들을 읊어주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삶이 되어야 했던 기억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본 타인의 시선들. 그러한 것들이 모일 때 우리는 삶의 일부분을 찾고자 하는지도 모르기에 영화의 이야기는 소중하게 다가온다.
▲ 그러면서 존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숨은 비밀을 프라임에게 털어놓게 된다.
마치며...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정적이다. 흘러가는 곳도 어느 한 공간에 머물며, 여러분을 지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사실은 부인 할 수 없다.
<전략>
(나는) 슬프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들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니...'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순간 마조리의 이 조용한 읊조림은 영화의 지난 과정들을 모두다 보상하고도 남을 무엇이 있다. 그녀의 기억 모두를 채워 줄 수 있는 그것. 지난 50년 간 감춰 온 그것이 삶의 마지막 기억을 잃어갈 때 드러나고, 그때 그 기억조차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이것이야 말로 영화가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지는 않을지. 조심스레 묻고 싶다.
▥ 추천 : 기억이라는 추억의 다른 이름.
▥ 비추천 : 정적이며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보편적 재미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극 중간 젊은 마조리역의 한나 그로스 노출이 잠깐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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