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이 그리워지는 영화 - 45년 후 (45 Year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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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의 줄거리 요약


  결혼 45주년 기념파티를 앞 둔 어느날 제프(톰 커트니)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스위스로부터 도착한 이 편지의 내용은 50년전 사라진 첫사랑의 시신이 알프스의 얼음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그날부터 제프의 달라진 모습에 그것을 지켜보는 케이트(샬롯 램플링)의 모습은 불편하기만 하다. 마치 20살의 청년같은 제프의 모습, 안 피우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는 남편의 모습에서 케이트는 잊어왔던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되고.


  어느날 두 사람의 사랑을 나누던 밤, 새벽에 깨어보니 남편이 다락방에 올라가 첫사랑의 사진을 꺼내어보는 모습을 발견한 케이트는 50여년 전 죽은 그녀에게 불같은 질투를 느끼게 되는데...


 ▲ 관련리뷰 : 2015/10/05 - [영화/해외영화] - 여성의 에로틱에 관한 에세이 - 로망스 (Romance, 1999) 


▲ 어느날 조지에게 도착한 편지


45년 후 45 Years, 2015 제작
요약
영국 드라마, 로맨스/멜로
감독
앤드류 하이
출연
샬롯 램플링톰 커트니제럴딘 제임스돌리 웰스 더보기






 그 여자네 집이 생각나는 영화


  <45년 후>는 데이비드 콘스탄틴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원작소설은 15페이지 분량의 단편이지만, 이것을 토대로 살을 붙여 지금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19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샬롯 램플링과 톰 커트니의 실제 부부같은 케미로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 작품이다.


  어느날 남편에게 50여년 전 사라진 첫사랑에 대한 소식이 전해오면서 부부관계에 큰 위기를 겪게 된다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가 박완서님이 출간한 <그 여자네 집(1998)>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 관련리뷰 : 2015/08/30 - [드라마/한국 드라마] - 웰메이드 드라마 추천 - 연예시대(2006) 


▲ 늘그막에 찾아온 그녀의 소식


  일제강점기시절 향촌리에서 서로 사랑하던 곱단이와 만득이. 만득이가 징병을 간 사이 마을에 일본군의 정신대 징용이 이루어지고, 곱단이의 집에서는 징용을 피하기 위해 그녀를 만주의 재취자리로 보내게 된다. 징병에서 돌아온 만득이는 마을처녀 순애가 결혼하게 되지만, 순애는 워낙 유명했던 곱단이로 인해 죽을 때까지 곱단이를 시앗(각주[각주:1])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 후 그것들이 오해였음으로 밝혀진다는 내용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그린 명작소설.


 위 내용이 <그 여자네 집>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소설에서도 순애는 만득이가 곱단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으로 평생을 불행히 살다간다. 예를 들어 중국으로 여행간 순애는 만득이가 압록강편을 바라보며 우는 것을 곱단이를 못 잊어서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남북의 분단이 가슴아퍼서 그랬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 관련리뷰 : 님포매니악의 히로인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전하는 애틋한 로멘스 - 나쁜 사랑 (Trois coeurs, 3 HEARTS, 2014) 


▲ 조지를 지켜보는 케이트


  이 영화를 본 후 국내외의 많은 리뷰들을 읽어보았다. 대부분의 경우 케이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제프가 카티야로 인해 여전히 흔들리고 있고, 케이트는 그 사건의 희생양이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감자는 <그 여자네 집>이 떠올랐다. 만약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순애의 입장이라면? 그리고 제프가 만득이같다면? 이라는 생각을 말이다. 영화에서는 마지막 장면까지 카타야(편지 속 그녀/각주[각주:2])를 의식하는 케이트의 표정을 연출하면서 열린 결말로 끝내고 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제프가 정말로 카타야 때문에 흔들리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 케이트의 질투인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 질문들에 답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지만, 이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수많은 해석과 오해를 낳도록 한 앤드류 헤이그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관련리뷰 : 2015/10/06 - [영화/해외영화] - 사랑과 전쟁 그리고 삶의 이야기 - 투와이스 본 (Venuto al mondo, Twice Born, 2012) 


▲ 케이트에게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조지


 마치며...


▲ IMDb 평점

 좋은 영화란 얼마큼의 생명력을 가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럼 영화의 생명력은 무엇으로 결정나는가? 그것은 그 영화를 우리가 얼마큼 기억하는가에 달린 문제라 여긴다. 우리가 아직도 <로마의 휴일(1955)>을 기억하며 오드리 햅번을 기리는 동안 그 영화는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45년 후>와 <로마의 휴일>을 동등비교 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영화의 자질 중 하나는 얼마큼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 할 수 있는가에도 있다고 본다. 하나의 영화가 하나의 해석을 낳는다면, 이만큼 볼가치가 없는 영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화를 본 각자의 사람들의 각자의 해석을 내놓고 그것에 대해 분분할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좋은 영화가 가져야 할 가치가 아닐까?


  그런점에서 본다면 <45년 후>가 던지는 질문들은 충분한 대답이 될 것이라 본다. 그렇기에 앤드류 헤이그가 연출한 질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관련리뷰 : 2015/09/08 - [영화/한국영화] - 당신은 사랑을 믿나요? - 그리울 련 (Amor, 2015) 



☞ 추천 : 인생의 황혼기에 찾아온 굳은 언약에 대한 흔들림

☞ 비추천 : 서사적 진행이 주는 지루함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1. 남편의 첩 [본문으로]
  2. <그 여자네 집>에서 순애가 기억하는 곱단이는 16세의 꽃다운 나이인 것처럼 <45년 후>의 카타야 역시 냉동되어 20대의 꽃다운 나이로 표현되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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