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줄거리 요약 |
세계적인 탈무드학 교수를 아들로 둔 일라이져 슈콜닉 교수(쉬로모 바-아바)는 아들 우리엘의 행사상을 찾은 자리에서 깊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도 탈무드 학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노력이 있음에도, 어느덧 자신보다 한 발자국 앞성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일라이져는 학자로서 질투심을 느끼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일라이져의 집으로 걸려온 장관의 전화 한 통. 19년간 낙방해온 '이스라엘 상' 올해의 수상자로 일라이져가 뽑혔다는 것. 겉으로는 덤덤한 척하지만 20년 만에 받게 된 영예에 일라이져는 내심 날아갈 듯 하다.
그리고 얼마 후 아들 우리엘(라이어 애쉬케나지)에게도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발신처는 '이스라엘 상' 수상위원회. 전화로는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는 통화에, 우리엘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위원회를 찾아가게 된다. 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 것인지. 위원회의 결정은 우리엘에게는 벼락같은 소리!
자 이제부터 부자간의 눈을 뗄 수 없는 코믹한 라이벌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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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수상식 자리가 영 불편한 일라이져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
2011년 64회 칸영화제 각본상(황금종려상 - 트리 오브 라이프)에 빛나는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이 지난 2월 11에 개봉되었다.
이번 영화는 이스라엘 상이라는 히브리 문학계의 가장 큰 상으로 두고 벌어지는 부자간의 헤프닝을 웃음과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평생을 학계에 종사해 왔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학계의 거목인 스승의 저서에 삽입된 각주 한 줄이 자신이 가진 업적의 전부다. 남들이 가지 않는 히브리 탈무드 필사본을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인 일라이져는 자신이 가진 직책보다는 '언어학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 남들은 모르지만 아버지의 그러한 업적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는 이는 아들인 유리엘. 아버지의 뒷모습을 따라 학계에 들어왔지만, 어느덧 아버지의 그림자는 아들을 뒤쫓아가기도 버겁게 되었다.
아들이 학계의 큰 상을 수여하는 모임에 참석한 아버지는, 자신만이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깊은 소외감에 빠진다. 아무도 자신의 업적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차에 타라는 아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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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자신보다 작아진 아버지를 느끼게 된 유리엘
영화에서는 이렇듯 아버지 일라이져의 모습을 대부분 혼자인 것으로 그리고 있다. 혼자서 걷고, 헤드폰을 쓰고 혼자 연구에 틀어 박히고. 이러한 모습은 일라이져가 살아온 과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항상 외딴 길을 걷고, 남의 소리를 의식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쇠고집같은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곤 카메라의 프레임은 어느덧 아들에게로 자연스레 바톤을 넘긴다. 어느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만들어낸 골치아픈 헤프닝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입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수상식에서는 농담 섞인 말들로 아버지를 희화화의 대상에 넣고 말았지만, 그의 속마음 속 아버지란 존재는 이스라엘 상을 수여하는 위원장보다도 훨씬 대단한 존재다. 아들의 눈에 위원장은 아버지를 질투한 나머지 학계에서 왕따시킨 장본인이며, 자신에게 큰 상을 주는 '저의'도 부자간의 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모략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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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수상식장에서 '난 언어학자다!'라는 속마음을 말하고 싶었던 일라이져
영화는 중간 쯤 아들이 아버지의 이스라엘상 심사워원 평가서를 작성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상을 주는 것처럼 묘사되는 장면은 그동안 데면데면하게 대했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단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며, 아들은 진짜로 자신이 상을 주는 것처럼 아버지의 업적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진정성이 불편하다는 듯이 자신들이 만들어온 감동을 또한번 비트는 위트를 발휘한다. 아들이 심사위원 평가서를 작성하는 그 시간. 이스라엘상 예비 수상자로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일라이져는, 자신이 상을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는 듯 우쭐함을 보여준다. 그리곤 이어지는 질문은 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어찌보면 짖굳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일라이져는 여느 아버지와 마찮가지로 '아직은 멀었다'고 우리엘을 평가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상 예비 수상자로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떠오른 '심사위원 평가서'의 문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임을 깨닫게 되면서, 일라이져의 표정은 점점 흑빛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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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위원장에게 아버지의 이스라엘상 탈락의 부당함에 대해 주장하는 우리엘
마치며... |
▲ IMDb 평점은 높은 편이다.
2011년 칸은 왜 이 영화에게 각본상이라는 거창함을 부여했는지가 이제는 명확해진다.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따라 '청출어람'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넌 멀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밝혀지는 진실은 도리어 '난 멀었다'는 것을 가리키며 일라이져는 머리가 띵! 하고 한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린다.
이 영화의 이러한 위트는 정말 유쾌하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라이벌로 설정하면서도, 아버지를 알아주는 이는 아들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정말 훌륭한 각본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의 원제는 각주(Footnote)다. 각주란 어떠한 단어나 문장의 부족한 설명을 부연해주는 장치를 뜻하는 것인데, 일라이져라는 케릭터가 가진 피상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국내개봉명보다는 영화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원제를 살려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아내(엘머 잭)에게 아버지를 안았을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우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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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 이 영화의 위트는 우디 엘런이 부럽지 않다.
☞ 비추천 : 원제의 심오함을 살려내지 못한 국내 개봉명이 아쉽다.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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