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줘... 항상...
<나이트 오브 컵스>의 이야기는 언뜻보면 굉장히 현학적이며, 심오하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매 챕터를 구성하는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챕터와 챕터 사이가 온전히 이어지지 않는 듯한 극의 분위기는 관객들에게 굉장히 생뚱맞고 불친절하게 다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매 챕터는 각기 한 개의 타로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타로 카드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 여기서 잠깐 우리는 타로 카드에 대한 약간의 이해를 가지고 극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타로 카드를 보는 법은 스프레드(각주)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 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 중 쓰리 카드 스프레드(각주 1)을 빌리자면 '3 X 3' 의 방식으로 '원인 - 과정 - 결과, 과거 - 현재 - 미래, 아침 - 낮 - 밤(과거 - 현재 - 미래와 비슷하게 봐, 탄생-성장-말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로 해석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타로의 이야기 중 하나다. 2
<나이트 오브 컵스>의 이야기도 총 9개의 타로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The Moon (달) |
The Hanged Man (매달린 사람, 매달린 남자 혹은 사형수) |
The Hermit (은둔자) |
Justice (정의, 재판의 여신) |
The Tower (탑, 신의 집) |
The Sun (태양) |
The Empress (여제, 여황제) |
Death (죽음, 사신) |
Freedom (자유) |
위와 같이 구성된 챕터는 각기 타로 카드에 맞는 이야기를 꾸며간다. 기만과 실패를 뜻하는 The Moon 에서는 델라와의 사랑에 실패한 이야기. 인애와 시련을 뜻하는 The Hanged Man에서는 형의 죽음에서 비롯된 가족의 불화를. 진리, 고독을 뜻하는 The Hermit에서는 환각 파티 등에 젖어 갈 곳을 잃은 자신의 처지에 관하여. Justice에서는 낸시와 헤어지게 된 이야기와 가장으로서의 의무 등을 이야기하며 옳바른 선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 넌 나약한 남자야. - 델라
이런식으로 영화의 이야기는 각자의 챕터를 통한 릭의 행동을 통해서 그가 찾고자 하는 바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때론 거칠게, 때론 환락적으로, 때론 아픔이 메어지는 슬픔으로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것이 옳은 길이고, 어디로 가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나이브 오브 컵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With' 라는 단어다. "함께 하고 싶어"라는 릭의 대사는 그가 끊임없이 찾는 대상이 그 단어와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디에 정착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삶. 그리고 두려움. 릭의 아버지는 '부모이기에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일'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릭이 가야할 길도 바로 그곳일지도 모른다고 영화는 자연스레 길을 열어놓는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이 영화는 9개의 타로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9번 째 타로 카드가 Freedom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 8개의 카드가 진짜 타로 카드의 덱에 속해있다면, Freedom은 타로의 덱에 속하지 않은 카드다. 자유라는 뜻의 챕터는 온전히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카드가 되는 것이다. 쓰리 스프레드의 해석을 빌리자면, 9번 째 타로는 바로 저녁이자 미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영화가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자유라는 단어에 '진주를 찾아 일어서라'는 맨트를 넣어둔다. 앞에서 했던 말. '아버지는 안들이 일어나기를 계속해서 원했지만, 아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진짜로 영화는 수많은 타로 카드에 잠겨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진주)를 알지 못하는 릭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영화는 릭으로 하여금 가야할 때 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몇 해를...
누군지도 모를 타인의 삶을 살았다...
릭의 초반 대사 중 하나인 저 말은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극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의 말을 듣게 된 릭은 드디어 진주를 찾아 떠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았던 지난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아버지도 낸시도 델라와 헬렌도 있다고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과의 경험을 통해서 이제 앞으로 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시작하자.
라고 말한다. 너의 사랑을 위해. 너의 해답을 위해.
▲ 내 곁에 있어줘. 떠나지 마. - 낸시
마치며...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 영화에 관하여 이런 말을 했다.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 라고. <나이트 오브 컵스>는 불친절하다.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는 대사 안에서 많은 것들을 늘어놓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하나의 이야기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자기가 타로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으면서도, 판단은 너희가 알아서 하라며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질 나쁜 무책임의 행위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불친철하고도 무책임한 영화에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탈무드와 같은 진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더욱 마음에 든다. '네들이 알아서 해'라는 까탈스러움이 사랑스럽고, '해답은 너희 앞에 있다.'는 진리가 마음에 든다.
이제 우리는 떠나면 된다. 어딘가 있을 우리의 진주를 찾으러. 행장은 간소하게 마음만은 가득 품고. 이제는 떠나야 할 때인 것이다.
IMDb의 평점 5.8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46% (신선 66, 진부 77)로 감자의 생각에 비해서는 굉장히 낮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흥행에서도 56만불이라는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박스 오피스 모조)
▲ 예쁜 여자와 노는 게 재밌지 / 취하면 완전 딴 세상인데... - 헬렌
▥ 추천 : 이 영화의 불친절함에 왠지 끌림을 느낀다.
▥ 비추천 : 지 잘난 맛에 보는 영화라 호불호 중 불호가 강할 지도.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릭의 방탕한 모습에서 전라의 여인들이 잠깐 등장)
※ 예고편
'영화 > 해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란함의 무덤 (Rak ti Khon Kaen, Cemetery Of Splendour, 2015) (0) | 2016.09.06 |
---|---|
이 남자의 유쾌한 커밍 아웃 - 난 그녀와 키스했다 (Toute premiere fois, I Kissed a Girl, 2015) (2) | 2016.09.05 |
그녀들의 거룩한 전쟁을 향하여 - 바탈리온 (Батальонъ, Battalion, 2015) (0) | 2016.09.03 |
여전히 정신없는 좀비 이야기 - 데드 라이징: 엔드게임 (Dead Rising: Endgame, 2016) (0) | 2016.09.02 |
화려함의 뒤에 있는 악마의 눈길 - 네온 데몬 (The Neon Demon, 2016) (0) | 2016.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