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The End of the Tour, 2015)
그들의 인터뷰의 끝에 놓인 장엄한 이야기
먼저 <여행의 끝>은 많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작품임을 미리 밝힌다. 이 영화는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20세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 불리는 '무한한 흥미'를 쓴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를 5일간 인터뷰한 데이비드 립스키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다. 먼저 '무한한 흥미(각주)'부터가 엄청난 호불호를 부르는 책인데, 1996년에 쓰여진 이 책은 '읽다가 포기하는 책 1위' 및 '다 읽고 난 뒤에 책을 던져버리게 만드는 마력' 등 엄청난 소문이 있는 작품이다. 반면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대작' 등 역시 엄청난 호평이 있는 글이다. 불행히도 국내에는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 그리고 300여개의 각주라는 방대한 분량 역시 엄청남을 자랑한다. 2
이 영화는 립스키가 월러스의 죽음을 듣게되는 일로 부터 시작을 한다. 비운의 천재라 불리던 월러스는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소식을 접한 립스키는 자신이 12년 전 그를 찾아갔던 때를 회상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지나치만큼 잔잔한 서사와 함께 진행을 한다. 월러스와의 인터뷰를 담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여행의 끝> 역시 극의 상당부분을 인터뷰에 할애한다. 처음에는 신변잡기 식 근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던 립스키와 역시나 자신의 언저리만을 털어놓는 월러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인터뷰라는 장막이 있었지만, 점점 자신에 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 때로는 여성문제에 관해서, 또 때로는 극이라는 공통된 화제데 관해서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그들의 이야기를 서사에 옮겨담는 것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 (1962 - 2008), New York City, 2005. (Photo by Janette Beckman/Getty Images) (Premium Archive Getty)
<여행의 끝>은 제시 아이젠 버그와 제이슨 세걸이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다. 즉 '픽션 문학' 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라기 보다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월러스가 살아있다면, 이 영화는 립스키와 월러스에 의한 진짜 다큐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야기는 영화라는 픽션을 빌려왔지만, 회고록을 옮긴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그들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이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인데, <여행의 끝>을 제시 아이젠버그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실망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의 끝>은 영화지만, 제시 아이젠버그와 제이슨 세걸이 출연하는 재현 다큐멘터리라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고 불호에 더 많은 평이 있을 것도 같지만, 이 영화 같지 않은 영화는 묘한 매력이 있다. 먼저 짧은 기간이지만 묘한 감정을 형성하는 립스키와 월러스의 브로맨스가 그 첫번 째가 되고, 그 두번 째는 아마도 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탈무드처럼 인생의 다양한 부분으로 해석이 된다는 점이다. 아마 이 두번 째 이유는 립스키의 회고록이 조명을 받는 이유기도 하겠지만, 천재와 천재를 동경한 팬의 대화는 어딘가 많은 끌림이 있는 이야기다. 이러한 끌림은 적지 않은 런닝타임. 그리고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두 남자의 대화임에도, 지루함보다는 엿듣고 싶은 건너편 자리의 대화와 같은 느낌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 불호가 더 많은 이야기에서도 깊은 울림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월러스와 대화를 나누는 립스키
마치며...
<여행의 끝>을 보고 있노라면, '립스키의 자리에 감자가 있었더라면' 하는 상상이 드는 영화다. 그만큼 월러스와의 대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듣고 있으면서도, 자꾸 다음질문을 하고 싶게 만드는 그와의 대화는 보는 이에게는 많은 가르침이 된다. 감자는 많은 후회 중에 경희대학교에서 황순원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많은 울림이 될까하고 많은 상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때의 아쉬움을 갖게 한다. 바로 월러스와 대화한 립스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생기는 것이다.
IMDb의 평점은 7.3점, 그리고 로튼 토마토 지수는 91% (신선 129, 진부 12)로 매우 높은 평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분명 호불호가 갈린다. 그리고 지루하다는 평이 대다수를 이룰 만큼 불호가 엄청 많다. 하지만 그러한 호불호를 떠나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그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월러스와 대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PS - 영화의 OST 'Brian Eno - The Big Ship - DOTS extended edit (아래 유투브)' 는 실제 월러스가 가장 좋아했던 곡들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 오해는 다툼을 불러오고...
▥ 추천 : 엿듣고 싶은 두 남자의 이야기.
▥ 비추천 : 대다수는 상당히 지루할 것이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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