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이름의 무게가 주는 울림
<아버지의 초상>은 아버지로서 살아가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2년 전 회사는 불황이라는 이름으로 티에리를 비롯한 몇몇 사원들을 정리해고 하게 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회사는 불황이 아니었고, 단순히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위해 직원들을 해고한 것이었다. 시장의 논리에 의해 부당해고를 당한 티에리. 그 후 13개월이란 시간을 구직을 위해 뛰어다니지만, 이번엔 높은 취업의 문턱을 느끼게 되는 티에리. 여전히 시장은 티에리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높게만 느껴진다.
영화의 원제 'La loi du marche'는 '시장의 법칙'이다. 시장의 논리는 티에리와 같은 자들에게는 기회 조차 주지 않으려 한다. 영화 속 부당해고를 논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이제는 상처받고, 지쳤다.'고 말하는 티에리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익히 보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국제목 <아버지의 초상>이 우리에게 깊이 다가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뱅상 랭동이 연기하는 티에리의 모습은 우리의 아버지들과 너무도 많이 닮아있다. 매일을 하루와 싸워야 하는 존재이자 가족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져야 하는 존재.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시장 논리에 빗대어 먹먹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몸이 불편한 아들을 돌봐야 하는 가장
영화 속에 '그 돈(생활보호 기금)으로 하루도 버틸 수 없다.'고 고백하는 티에리의 대사는 바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게를 숫자로 나타낸 것일 뿐이다. 한 몫을 잡아 팔자를 고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티에리의 절박함은 어느 대사보다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절박함도 가족들의 나중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담사의 만약이라는 말에 결국 자신의 꿈도 포기해야 하는 삶. 그것이 바로 아버지라는 이름이자. 가장이라는 가장 큰 존재가 되는 것이다.
반면 영화가 주는 무게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아버지의 대단함에 관해서 런닝 타임 91분을 같은 내용으로 채워주는 것은 조금은 아쉽다. 아버지들의 힘듦이 영화 속에서 굉장한 디테일로 살아나는 것은 공감하지만, 중첩되어지는 이야기가 처음의 것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긴 런닝타임의 적절한 분배일까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팔려 하는 아버지
마치며...
<아버지의 초상>은 국내 개봉명이 어쩌면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원제의 은유적 표현 역시 크게 와닿는 것은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아버지의 무게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되는 내용이 자칫 지루함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아버지의 이름 앞에서는 지루함이란 용납할 수 없는 것도 마친가지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그 무게감을 잘 살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IMDb 평점은 6.8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2% (신선 48, 진부 4)로 매우 높은 평점을 보여주고 있다. 뱅상 랭동의 아버지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의 평점보다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과 똑같은 자들을 감시해야 하는 삶
▥ 추천 : 아버지의 깊은 의미. 그리고 뱅상 랭동의 깊은 연기.
▥ 비추천 : 반복되는 화면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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