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부활한 박착욱표 스릴러
<아가씨>는 개봉 전 부터. '파격 노출 신인 공고' 로 유명새를 얻기 시작하더니, 칸의 사랑을 받았다는 말로 엄청난 홍보를 얻으며 국내에 개봉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스토커 (2013)>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박잔욱 감독의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도 정말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기대는 감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퀄리티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의 구성은 전작 <스토커>와 유사한 진행을 보인다. 전작 역시 어느 한 집안에 남자가 나타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불안감 등을 이용한 스릴러를 구성했다면, 이번 작품 <아가씨> 역시 히데코의 집에 숙희가 들어가고 부터 생기는 암투의 모습을 통해 스릴러를 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토커>와 비슷하다는 이유는 형태가 아니라 구성으로 볼 수 있는데, 스릴러를 엮는 과정은 전작과 흡사한 구조를 보인다.
다만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서는 더 뛰어난 스릴러를 보여줌을 알 수 있다. 전작 같은 경우는 박찬욱 감독이 헐리웃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내용면에서는 껄그러운 면이 많았다. 즉 '작가주의'에 빠진 진행을 보인 것인데, 한마디로 욕심이 과했다고 볼 수 있다.
▲ 백작을 도와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는 숙희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박찬욱 감독에게서 '힘이 빠졌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우리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시대상을 녹여낸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3장에 걸쳐 분할 진행을 하고 있다. 1장에서는 이야기의 서막이자, 표면적 이야기를. 그리고 2장에서는 그 표면적 이야기의 이면적 숨김에 관한 진실을. 그리고 3장에서는 1장에서의 심판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는 어느 부잣집 아가씨의 재산을 둘러싼 암투를 그린다. 그 재산을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코우즈키에 빌 붙어 그가 먹으려는 아가씨의 재산을 자신이 가로채려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 빌 붙어 자신의 신분 상승을 노리는 숙희의 다양한 관계를 설명하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작은 서사들을 이용한 작은 반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반전이 다일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아직도 2/3가 남은 상황에서 거는 반전은 그것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2부에서 진행할 숨어있는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시작된 2부에서는 1부의 비어있는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짧막짧막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1부의 빈 칸들을 채우주며, 진짜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우리가 예상한 것이 맞아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 속이려는 자. 그리고 또 속이려드는 그녀
사실 이러한 점은 조금은 아쉽다. 치밀한 스릴러임은 인정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리는 것이다. 전작 <스토커>의 이야기가 딱딱 떨어지는 작가주의적 스릴러로 인해 너무 자기 생각대로만 꼬아놓은 스릴러로 인해 원성을 샀다면, 이번 이야기는 1부의 끝에서 '이게 다가 아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스릴러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또다른 아쉬움도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바람이자 아쉬움인데,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의 아픔이 조금은 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칸과 같은 무대에서 우리의 아픔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바람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는 작품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개인적 아쉬움일 뿐이다.)
이러한 아쉬움들에도 불고하고, <아가씨>가 만드는 이야기는 예쁘다. '파격' 운운하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화면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다. 숙희가 히데코를 씻겨주는 화면에서의 카메라 앵글은 그러한 것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보이는데, 섬세한 듯 두 여인을 잡아가는 시선은 설레는 그들의 마음을 잘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아름답다. 때문에 이것은 스릴러이면서도 정말 아름다운 한국 영화가 되는 것이다.
▲ 어느 덧 속임은 사랑으로 변하고
마치며...
이토록 하고 싶은 말이 많게 만드는 영화는 <곡성 (2015)> 이 후로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박찬욱 감독에 대한 반가움이자, 한국 영화의 힘에 대한 기쁨일 수도 있다. 즉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칸에서의 수상을 논하기에는 역시나 부족함은 있다. 즉 칸이 사랑하는 '메시지의 부재'가 그것이다. 이 이야기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를 잘 타면서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아냈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거국적 메시지의 부재는 칸의 선택을 받기에는 모자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가씨>는 멋지다. 아름답다. 그리고 박찬욱 답다. 그래서 반갑다. 앞으로도 박찬욱표 이야기를 종종 듣고 싶은 바람이다. :")
▲ 숙희를 이용해서 여기를 떠나죠. 히데코 양.
▥ 추천 : 정말 아름답고, 예쁜. 한국형 스릴러.
▥ 비추천 : 미성년자가 못보는 게 아쉽다. :P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 예고편
'영화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엉터리 이야기들만 늘어놓는 허섭함 - 캠핑 (Camping, 2015) (0) | 2016.08.21 |
---|---|
조선의 제비 한 마리가 흐려놓은 억지스러움 - 봉이 김선달 (Seondal: The Man who Sells the River, 2016) (0) | 2016.08.08 |
고발이란 이름의 관객 우롱 - 트릭 (Trick, 2016) (0) | 2016.07.23 |
이렇다 할 재미도 감동도 부족했다. - 굿바이 싱글 (GOODBYE SINGLE, 2016) (0) | 2016.07.22 |
독립영화 수준에 머물러야 할 영화가 너쿠 판을 키웠다. - 사냥 (The Hunt, 2016) (0) | 201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