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흉내는 냈다만, 바람처럼 사라질 영화
<깡치>는 여러모로 <바람 (2009)>을 닮았다. 경남지역의 불량학생들의 성장 드라마를 그렸다는 점이 그러하고, 주인공들이 불량의 저편에 있다가 우연한 계기로 일진 입문기를 거치는 이야기가 또 그러하다. 하지만 두 영화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극명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바람>이 청춘들의 스쳐가는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 반면, <깡치>는 제목의 뜻 '찌꺼기' 처럼 청춘의 밑바닥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디테일이 어디에 맞춰졌는가가 아닐까 한다. 다 알려졌듯이 <바람>은 배우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고등학교를 살아온 실제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깡치>의 경우에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이상함이 있다. 영화는 분명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아이답지 않은 찌꺼기 들이 묻어있다. 즉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의 논리로 풀어낸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바람>과 <깡치>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아닐까한다. 비록 거칠지만 때묻지 않은 청춘의 바람을 이야기한 <바람>. 청춘의 밑바닥. 즉 찌거기와 같은 삶을 묘사하면서도 정작 어른들의 찌거기 묻어있는 <깡치>. 때문에 <깡치>의 이야기는 불편하다. 아이들이 조폭 놀이를 하는 것이 불편하고, 설득력 없는 극의 진행이 또한 불편하다.
형수의 어머니가 아들의 존재를 들킴으로 인해 지금의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는 모습은 너무 진부했고, 그로 인해 형수가 그의 아버지에게 패륜적 행동을 하는 것은 더더욱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그러한 일련의 행동을 조작된 듯이 붙여넣고는 마지막에 일어나는 극단적 행동들을 납득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특히 철우의 행동은 뻔히 예측이 됐기에 반전다운 반전도 없었다는 점에 이 영화에 남는 것은 무얼지가 궁금해진다.
▲ 일진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형수
마치며...
동네 놀이터의 꼬마들이 담배 피우는 놀이를 한다고 치자. 꽤나 불편하게 비춰질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깡치>의 모습이 바로 그러한 불편함을 닮아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 싶었다면, 거기에 아이들의 색체를 입혀야 한다. 아이들이라 써놓고, 조폭이라 읽는다면 그 이야기는 참으로 불편할 것이다. 거기에 그 설득력조차 없다면 그 불편함은 해결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모 신문과 인터뷰에서 배우 손우혁은 본인이 감독, 연출, 각본, 프로듀서까지 1인 4역을 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자신은 연기를 공부한 적도 없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스타킹!>이 아니다. 본인의 부족함에도 이 만큼을 했다는 자랑보다는 좀 더 제대로 된 영화로 우리곁에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 꿈많던 청춘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스냅샷. 이 셋이 같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 추천 : ...
▥ 비추천 : 깡치의 뜻은 영화에 묻어있는 어른들의 찌거기였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폭력성 : ★★☆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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