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너에게서 내일의 나를 발견하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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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빌렘 멜키오르 감독 대신 수상식에 참석하는 마리아(줄리엣 비노쉬)는 실스 마리아로 향한다. 가는 길 빌렘의 사망 소식을 듣는 마리아, 예정됐던 수상식은 빌렘의 추모식이 되어버린다. 그러던 도중 마리아를 찾는 클라우스(라르스 아이딩어)를 만나게 되는 그녀, 클라우스는 마리아에게 빌렘 감독의 명작품 '말로야 스네이크'에 그녀가 합류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자신이 18살 때 맡았던 시그리드가 아닌, 시그리드를 시기하며 그녀에게 빠지는 헬레나의 역할. 자신이 시그리드를 연기 할 나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물 간 배역을 맡기에는 왠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마리아에게, 그녀의 비서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헬레나가 그녀의 옷이 되어줄거라 말을 한다. 더구나 젊은 명장 클라우스 마저 빌렘이 준비한 2부에는 시그리드가 헬레나로 변하는 장면이 있다며 그녀를 설득한다.


  연극을 향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헬레나를 닮아가는 마리아. 그리고 발렌틴을 향한 묘한 감정들. 거기에 시그리드 역을 맡은 헐리우드 스캔들 메이커 조앤(클로이 모레츠)의 등장까지. 점점 알 수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 해외판 포스터에는 클레이 모레츠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야기의 은유가 만드는 멋진 서사의 과정들


  유시민이 선생은 '알뜰신잡'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이 진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권력도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라고,  다만 여기에서는 자연과 자연스러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실스마리아의 계곡, 유명 영화 감독 빌렘 멜키오가 자살을 한 그곳은 마리아를 있게 해준 '말로아 스테이크'가 탄생한 장소이기도 하다. 마리아의 표현을 따르면 "과거와 현재가 막 뒤섞였기에 혼란스러운 그것". 구름이 뱀처럼 밀려와 계곡 속을 채우는 모습에서 따왔다는 연극의 제목은 그처럼 모든 것이 뒤섞인 듯, 등장인물들에게 혼란을 안겨준다. 어쩌면 그것은 등장인물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보는 우리들조차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 현실이며, 어느 것이 연극인지 모르겠는 상황.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라는 영화의 제목은 '말로아 스테이크'라는 연극의 다른 이름 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대본 리딩을 하는 모든 상황은 마리아와 발렌틴의 이야기로 변하고, 어느덧 헬레나로 변한 마리아와 모습과 시그리드가 되어가는 발렌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메소드' 일지도 모르겠으나, 그토록 싫어하던 헬레나로 변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영화는 분명 '말로이 스테이크' 다. 처음에는 연극을 보지 않아도 이미 연극의 내용이 다 파악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곧 '말로이 스테이크' 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시그리드의 20년 후를 연기해 달라던 빌렘, 그리고 그가 죽은 후 그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며 속편 아닌 리메이크를 마나드는 클라우스. 클라우스의 말에 따르면 20년 후의 시그리드가 바로 헬레나 되며, 그렇기에 명장의 반열에 오른 지금까지 그 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헬레나가 되어야 하는 마리아의 고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레나 속에 빠져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클로이 모레츠는 줄리엣 비노쉬를 돕는 역할 일 뿐임을 우리는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주목하게 되는 실스마리아의 구름. 공백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계곡을 채우는 그것의 모습은 지금의 마리아와 닮았음을 그제야 느끼게 된다. 밀려오면 밀려나는 자연의 흐름. 그것은 시그리드여야 했던 그녀가 지금의 헬레나가 되어야 함을 빌렘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때문에 '말로야 스네이크' 속에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것일지도...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 지금의 마리아는 눈 앞의 조앤 속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그때 그토록 싫어했던 어떤 배우의 모습. 그제야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가 왜 그런 연기를 보여줬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그 순간. 그 속에 마리야는 자신이 나아갈 미래의 모습 역시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발렌틴은 헬레나의 모습이 되라고 마리야에게 제안을 한다.


마치며...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굉장히 멋지고, 아름답다. 마치 문학의 메타포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이야기는 훌륭한 연극 한 편을 감상하는 듯.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어제의 나를 있게 해줬던 작품. 그러나 자연의 흐름은 더 이상 과거의 영화(榮華)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이제는 그것이 다른 이들의 자리라 말을 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한 여인의 과거의 오늘, 그리고 내일을 발견한다. 서사의 이끔 속에 자연스레 몸을 맞기면 한 여인의 수십 년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 더불어 수많은 수사와 그것을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는 덤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영화는 멋지다. 그리 어렵지 않아도, 각자의 마음 속에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는 이야기. 우리 모두는 언젠가 헬레나가 될 것이며, 또 누군가에는 이미 헬레나의 역할을 다가왔는지 모른다. 


  IMDb 평점은 6.7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0%(신선 139, 진부 17)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여준다. 이제는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헬레나가 되어야 할 때, 마치 이형기님의 말처럼 '이제는 떠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때를 알기에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마치 실스마리아의 운해(雲海)가 만드는 아름다움처럼. 영화는 그 때를 결코 추하다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 실스마리아의 운해를 구경하는 도중 발렌틴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는 마리야.


요약
프랑스 외 드라마 2014.12.18 개봉 15세이상관람가 124분
감독
올리비에 아싸야스
출연
줄리엣 비노쉬크리스틴 스튜어트클로이 모레츠라스 에이딘거  더보기
누적관객수
33,093 명 (2016.06.08,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영화 순위







▥ 추천 : 이런 영화를 우리는 명작이라 부른다.

▥ 비추천 : 문학적 표현을 다루는 모든 영화들처럼 여기에도 호불호는 존재한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중간에 줄리엣 비노쉬가 전라의 차림으로 수영하는 장면이 잠깐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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