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고부터, 그녀는 상상 속 나래의 신이 되다.
어느날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는 잉그리드에게서 시력을 앗아가고 말았다. 의사는 그녀의 노력으로 병마의 진행을 어느정도 늦출 수 있다고 말해줬고, 그녀는 다양한 기억과 회상으로 예전 것들을 지키려 애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러한 노력은 점차 어떠한 것들을 창조해내기 시작했고, 상상 속의 인물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두 인물을 창조해내기에 이르렀고, 영화는 그때부터 잉그리드의 상상 속 인물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그녀가 상상이 어디로 미치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잉그리드의 상상 속 인물들은 어딘가가 결여되어있다. 아이너는 음란 동영상으로 하루에 5번 자위를 한다. 그리고 건너편에 살고있는 엘린을 바라보는 아이너. 하지만 엘린의 모습 역시 어딘가가 결여되어있기는 마찬가지로 비춰지고 있다. 그녀는 이혼녀에 어린 딸을 가지고 있지만, 딸의 모습은 가끔 만날 수 있었고 뒤돌아보니 자신이 삶은 남편에서 종속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 마치 지금의 잉그리드를 보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그녀의 또다른 자아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에 보여지는 엘린의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하다. 믿었던 남자는 자신의 눈이 멂과 동시에 자신을 버리게 되고, 그녀의 삶은 더욱 더 비참하게 변하간다. 그러한 엘린의 모습은 남편의 외도를 상상하는 잉그리드의 모습과 닮았다는 점에서, 엘린의 모습에 잉그리드의 삶이 투영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엘린을 창조한 잉그리드는 동시에 아이너라는 남자를 창조해낸다. 비록 현실에서는 자위남(?)이지만, 엘린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봐주는 남자. 어쩌면 그 역시 현실에는 바쁜 남편을 대신하여, 남편에게서 바라는 점을 투영시킨 인물일지도 모른다. 즉 잉그리드가 만든 그들의 모습이란, 결국 시력을 잃은 후 자신감을 잃게 된 그녀가 바라는 또다른 자아이자, 바라는 삶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어느 시점을 즈음하여, 드디어 잉그리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와 대면하게 된다. 스스로 창조한 인물들에게 스스로 창조한 모튼(남편 - 헨릭 라파엘센)이 나타나 '왜 그들을 괴롭히냐며' 반문을 하고 그제야 잉그리드는 자신이 만든 세계가 어딘가에서부터 왜곡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함을 깨닫게 되는 잉그리드. 드디어 그녀는 자신이 가진 그 은밀하고, 야릇한, 하지만 삐뚤어진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남편에서 스스로를 내어 보일 준비를 하게 되며,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 잉그리드는 자신의 상상 속이지만, 남편 앞에서 수음을 하는 자신을 내보이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그것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은밀한 상상들, 즉 남편이 오면 덮어야 했던 맥북의 화면 속 상상들을 더이상 감주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그가 더 이상 지루한 존재가 되지는 않겠지...
- <잉그리드의 대사 中>
이제는 '우리'가 잘 해낼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 영화는 시력을 잃게 되면서, 함께 잃어 버렸던 신뢰를 되찾게 되었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녀가 혼자만의 음란한 괴물들을 탄생시켰었지만, 이제는 가족이 그것을 대신해 줄 것을 믿기로 한 것이다.
영화의 은밀한 상상력에 IMDb는 7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97% (신선 33, 진부 1)라는 높은 평가를 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기발하고도 독특한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로 인해 관객들도 잉그리드의 상상에 은밀하게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추천 : 잉그리드에 은밀하고도 야릇한 상상력은 모두를 취하게 만들어버렸다.
▥ 비추천 : 다소 선정적인 부분들로 인해서 놀랄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전라 노출 및 성기, 음모 노출이 자주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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