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계의 중화사상
<개반라>는 전통을 지키던 아영식당에 창업주의 2세가 등장하고부터 생기는 가계의 변화가 불러온 헤프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물이다. 아영식당은 하난식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었지만, 씨윙이 나타나고부터는 새로운 것들을 접목하여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든 것을 싹 다 바꾸게 된다. 주문은 아이패드로, 음식은 트랜드에 맞는 것으로 바꾸고 운영비까지 대폭 삭감하여 씨윙의 방식은 초반에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미슐랭이라는 평론가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되고, 그 과정에서 씨윙은 아버지와 대흥이 가지고 있던 전통 방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개반라>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온고지신의 사고관을 투영하여, 그들이 가진 전통성의 우수함을 주장한다. 결국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라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설명하며, 대흥과 씨윙의 로맨스에도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치관으로 티격태격하게 되는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은 이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고, 미슐랭의 등장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 씨윙은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이 '(대흥과 같은) 요리사와 결혼을 하는 것' 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적에서 호감을 가지는 동지로 점점 변해간다.
▲ 티격태격하지만 아영식당을 지키려는 사람들
하지만 이렇게 음식과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하게 섞고 있는 <개반라>지만, 이야기의 진행에는 아쉬움이 여럿 보인다. 먼저 음식 영화임에도 음식의 화려한 스킬보다는 외적인 것들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물론 영화에 화려한 중국음식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결과물만 있을 뿐 그것이 만들어지는 화려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대흥이 극의 초반 한국의 치킨을 비롯하여 타국의 음식들은 중국 음식에 비해서 별로야 라고 깎아내렸던 것에 비하면 보여주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커진다.
여기에 갈등이 열리고 닫히는 부분 또한 이야기를 단조롭게 만든다. 로맨스를 만드는 방식은 클리셰를 답습하는 진부함을 보여주고, 미슐랭의 등장을 깃점으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 역시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때문에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축인 로맨틱 코미디는 인공 감미료와 같은 달달함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 대흥과 씨윙은 미슐랭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을까?
마치며...
<개반라>는 음식에 대한 풍부한 비유와 위트있는 자세를 통해서 좋은 흐름을 갖고 출발을 한다. 다만 마치 음식의 중화사상처럼 중국이 최고고 나머지는 오랑케라는 식의 접근은 약간의 불편함을 안겨준다. 더구나 치킨과 닭죽을 비교하며, 치킨은 돌덩이 같다는 영화의 설명은 제대로 된 비교라기에는 억지를 부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즉 음식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배제한 그의 비교는 제대로 된 비교라 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초반은 전통을 지키려는 대흥과 변화를 주장하는 씨윙의 다툼으로 인해서 알콩달콩한 재미가 만들어지기는 했었다는 점에서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 비록 주제가 '온고지신'이라는 것이 너무 티가 나지만, 그럼에도 극의 초반이 보여준 흐름은 다음을 기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뒤로 가면서 점점 지루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토록 잘난 척을 했다면, 그에 걸맞는 뭔가가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 달달해지는 그들의 핑크빛 로맨스
▥ 추천 : 두문택과 진인미의 케미는 좋은 로코를 만들어준다.
▥ 비추천 : 한국 치킨 별로라면서, 한국식 로코는 따라하고 있더라.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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