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의 어머니(mere)와 바다(mer)는 음(音)이 같다.
<에볼루션>의 이야기는 아이가 태어나, 부모의 젖을 먹고,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종의 성장드라마다. 하지만 극의 형태는 프랑스 영화다운 고찰과 형이상학적(形而上學)인 난해함이 극의 메시지를 감싸고 있기에, 영화에는 다양한 해석과 논리가 존재할 수 있다. 이는 극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도리어 극에서 표현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는 극에 대한 생명을 불어넣으며 존재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준다.
먼저 이 영화는 니콜라스라는 소년이 겪게 되는 주변의 상황을 온통 어두운 색채로 채색해버린다. 여기에 소년이 아이를 잉태한다는 설정으로 인해서 공포영화인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가 던지는 무수한 물음표들로 인해서 굉장히 난해함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던 중에 어떤 소년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 니콜라스.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야기 해보지만, 어머니는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게 된다. 그리고 바다가 잠잠해지자, 자신이 본 것을 확인해보고 싶던 니콜라스. 하지만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니콜라스는 어머니와 사람들이 거기에 손을 썼을거란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주변 상황을 돌아보게 되는 니콜라스는 어머니들이 행하는 의식을 바라보고는 이 섬에서 일어나는 행동에 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영화는 아이들과 여인들만 존재하는 섬의 모습을 보여주며 서막을 연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들은 니콜라스의 행동을 부정하는 여인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여주며 우리들에게 큰 의아심을 안겨준다. 그리고 계속되는 화면들 역시 궁금증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이상하게 흘러가며, 극에 참여하는 우리들을 온통 물음표로 만들게 된다. 여기에 아이들과 그들을 통제하려는 여인들의 모습. 그리고 이상한 음식과 아이들에게 행하는 모습. 출산과 죽음 등은 이야기를 더더욱 난해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 니콜라스의 손을 치료해주며, 그의 조력자로 나서게 되는 스텔라
프랑스어 mere(메르)는 어머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mer(메르)는 바다라는 뜻도 된다. 때문에 문학에서는
프랑스어에는 어머니 안에 바다가 있고, 한자에는 바다(海)안에 어머니(母)가 있다
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도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소년이 헤엄쳐나가는 바다. 어머니라 불리는 그곳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녹색 음식을 먹는 아이들은 때가 되면 뱃 속을 초음파로 검사한 후 혈액을 체쥐당하는 이상한 일들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는 한 명과 한 무리의 소년들을 비춰주기 시작한다. 한 쪽은 의심하는 자. 그리고 한 쪽은 의심을 하지 못하는 자. 마치 그들의 관계는 자아를 깨닫는지, 혹은 깨닫지 못하는 지에 대한 구분처럼 나뉘어지게 된다. 그리고 니콜라스가 자아를 깨닫자는 라는 것이 발각이 되고 나타난 스텔라(록산느 듀란)라는 신비한 여인. 그녀는 니콜라스를 향해 '용감한 아이'라는 칭찬을 해준 후 니콜라스의 의심을 푸는 조력자가 되어준다.
그러던 영화는 니콜라스가 바라본 것들과 겪게 되는 현상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나타난 스텔라는 니콜라스에게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우리가 궁금해했던 것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것의 종착역이자, 시작점이 되는 바다로 니콜라스를 데려가는 스텔라. 그녀는 바다로 니콜라스를 끌어당기게 되고, 눈을 뜨게 된 니콜라스는 자신이 어디론가 향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일단 시작부터 극의 분위기를 어두운 색채로 채색하며 이야기를 공포스럽게 만든다. 더구나 비밀은 가진 어머니들의 모습과 소년이 잉태를 하게 된다는 모습 역시 극을 더더욱 어둡고 이상하게 만들게 된다.
▲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어머니들의 모습
<에볼루션>, 즉 제목 처럼 '진화'를 뜻하는 영화의 내용은 한 소년을 통해 바라본, 우리들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어머니)의 품에서 자라. 바다(어머니)의 그것(녹색음식)을 먹고 자란다. 여기에 수많은 과정들을 거쳐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잉태하고 그것을 세상 밖으로 내어보내는 과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잉태의 과정에 성공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우리는 소수의 성공한 자만이 살아남게 된다. 여기에 살아남은 자들은 바다(어머니)를 떠나 진짜 세상에 다다르게 되지만, 동시에 도중에 도태되는 자들도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소년이 처음에 본 죽은 소년의 모습 역시 바다 밖으로 나가려다 도태한 소년의 모습쯤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불가사리, 그리고 문어의 재생(각주)처럼 끊임없이 다시 나아가고 있다고도 이야기를 한다. 그 과정이 영화의 어두운 색채와 공포스런 분위기처럼 우리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낼 때 비로소 진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영화는 이야기를 한다. 1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 역시.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너무 쉽지 않기에 살아가는 보람이 있고, 세상에는 치트키가 없기에 모두들 필사의 노력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것 역시 인생의 다양성이기에 이 영화의 가르침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어머니의 모습
마치며...
<에볼루션>을 통해 바라본 프랑스 우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소중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던지고 있었다. 극의 마지막 장면, 니콜라스는 스텔라의 도움으로 바다 밖으로 나아가게 된다. 마치 우리가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혼자서 세상 밖으로 나아가듯, 영화는 극의 마지막을 세상이라는 물음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은 또다른 시작이 되며, 더 넓은 세상에서 생존해야 할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은 준수한 편이다. IMDb 평점은 6.1, 로튼 토마토 지수는 78% (신선 40, 진부 11)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영화의 난해함은 극의 몰두를 방해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순간은 무엇보다 큰 재미를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 다리를 잘려도 다시 재생되는 불사가리처럼 그들의 미래도 계속 될 것이다.
▥ 추천 : 카프카적인(각주 2) 상황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메시지.
▥ 비추천 : 보는 시선에 따라 내용 파악이 어려울 수도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어머니들의 단체 누드가 등장)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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