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로 피신한 복카치오들의 삶의 피신
오늘부터 커피 메이트가 되자는 두 사람. 둘은 그렇게 카페에서 속마음을 터놓는 관계가 된다.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않은 비밀을 털어놓자는 희수의 제안에 별 것 아닌 듯 보물처럼 간직했던 비밀들을 풀어놓게 되고, 그렇게 점점 친해지던 두 사람은 더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속마음까지 끄집어내게 된다.
<커피메이트>의 이야기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치유를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도심의 한 카페라는 한정된 공간과 희수와 인영이라는 중심인물이 극의 대부분을 이끌고 나가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독립영화의 틀을 보여준다. 마치 흑사병을 피해 시골마을로 숨어둔 귀족들의 뒷담화처럼, 이 영화의 이야기도 카페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피산한 두 남녀의 뒷담화를 보여주게 된다. 거기에는 자신들의 과거도 숨어있고, 그 과거를 맞닥드려야 했던 자신의 비밀도 숨어있다.
이렇게 흘러가는 영화의 진행.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우리들은 데카메론의 그들이 흑사병을 피해 시골로 숨어들었다면, 희수와 인영은 무엇을 피해 카페로 숨어든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한다. 영화는 그들의 흑사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치유받는 과정을 묘사한다. 마치 관객들에게 희수와 인영의 감정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는 듯, 그렇게 영화는 각자의 과정을 보여주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치유의 과정들은 그리 매끄러운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극의 초반 인영과 희수의 만남은 분명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이 감정을 끌고가는 시간들은 지루하게 다가왔고, 미문주의에 빠진 듯 잘난체를 하는 대사들은 불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흑사병을 터뜨리는 시점을 놓친 듯한 극의 타이밍도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즉 좋은 흐름을 가져올 뻔은 했지만, 그들이 놓쳐버린 흐름들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영화의 진행에서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한계가 저예산이라는 핑계만은 아니기에, 미흡한 연출에서 비롯된 흐름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커피메이트>의 모습은 복카치오의 데카메론이 보여줬던 유토피아로의 피신에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이토이 시게사토의 '영혼의 만남 꿈의 대화' 라는 <소울메이트>의 진행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복카치오, 그리고 하루키의 진행과 <커피메이트>의 진행이 가지는 큰 차이점은 극을 끌고 가는 힘의 차이가 다르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귀를 기울이게 되는 호기심. 그런 것의 부재는 결국 극에 대한 지루함으로 연결됐고, <커피메이트>의 이야기는 거기서 흐름을 놓치고야 말았다.
이것은 희수와 인영의 이야기는 런닝타임을 꽉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뜻도 되기에 오지호와 윤진서의 스타 파워를 가지고도 극을 다 채우지 못한 연출의 미흡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 추천 : 커피메이트라는 공간적 상황과 그 안에서 풀어내는 치유의 과정은 잠깐이나마 귀 기울고 싶은 호기심을 만들었다.
▥ 비추천 : 하지만 극을 꽉 채우지 못한 연출의 미흡은 지루함으로 이어지며, 관객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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