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닿지 못 한 사랑의 아픈 기억들...
<인디그네이션>, 분개(憤慨/憤愾) 라는 영화의 제목은 한 젊은이가 대학 1학생으로서 보내는 일들을 나타내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청춘의 방황과 고뇌를 분개함으로 표현하고 있는 영화다. 어찌보면 청춘의 그때라는 단어는 열병처럼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 안에서 '몹시 분하다'라는 표현으로서 그때의 그 시절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 6.25 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게 된다. 다행히 대학 진학자는 입대면제라는 특혜로 마르쿠스는 전쟁을 피하게 되지만, 그가 피한 것은 전쟁이 아닌 또다른 전쟁이었을 뿐이었다. 여기에 펼쳐진 새로운 전장의 모습 속에 마르쿠스라는 젊은이는 모든 총알과 전투로부터 자신의 몸을 은폐한 채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한 여인. 올리비아라는 금발의 미녀는 풋풋했던 마르쿠스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게 되고, 그 일은 <인디그네이션>이라는 이야기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만다.
▲ 마르쿠스와 올리비아의 첫 데이트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인디그네이션>의 이야기는 마르쿠스와 올리비아의 이야기다. 올리비아로 인해 마르쿠스의 균열이 깨어지는 이야기. 깨어진 균열은 껍질을 깨고 마르쿠스를 세상 속으로 나오게 하고, 그때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필립 로스의 동명 원작 소설이 원작이기도 하며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어른이 되는 과정과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잘 녹아져있는 작품이다.
처음 맞는 낯선 공간. 기존까지와는 다른 그 공간은 마르쿠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때문에 모든 것을 차단시키고 자신의 세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남자. 하지만 그 공간에 한 여인이 침투하게 되고, 남자가 만들었던 견고한(줄로만 알았던) 성에는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낯선 경험들이 만드는 환경에 남자는 여인을 배척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은 곯았던 균열을 터뜨리고, 마르쿠스는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얼마지나지 않아 또다른 좌절과 부닥치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한 남자의 아픈 성장통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는 것이다.
▲ 곯았던 균열이 터지고, 마르쿠스는 올리비아를 받아들이게 된다.
마치며...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 마치 수미상관의 겹침처럼 이야기를 수놓는 장면에는 '꽃병'과 그것을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여자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해들었음에도, 꽃병을 든 여인을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아마도 영화가 보여주지 않은 올리비아의 빈 칸 속 어디쯤 그 한 켠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있었음은 분명해보인다. 그것은 마르쿠스의 사랑일 수도, 혹은 그 빈 칸 속 누군가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다만 영화의 나머지 빈 칸들이 무엇을 가르키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보았던 그 사랑 속에 무엇이 깃들여있을지의 판단은 오롯이 우리의 몫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마르쿠스를 남자로 만들어준 여인. 남들이 노련하다고 할 때 수천가지의 생각과 고민을 해야만 했던 여인. 그 여연의 빈 칸 속 어디쯤에 우리의 사랑이야기도 숨겨져 있기에, 우리는 '분개(Indignation)'라는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아픔에는 우리의 성장이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 낯선 세상의 두려움. 어른이 된다는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환경이 주는 부담감. 마르쿠스는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수많은 과정과 세월이 담겨있을 올리비아의 꽃과 꽃병 속...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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