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광대의 전설들
라파엘 파디야라는 번듯한 이름이 있음에도 '카당카' 그리고 '쇼콜라 (초콜렛)'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했던 사나이. 그의 역할은 커다란 몸집과 까만 피부색을 이용하여, 식인종을 흉내내거나 백인에게 뺨을 맞는 것 조롱거리가 되어야만 먹고 살 수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백인들의 종으로 짐승의 흉내를 내야만 하루를 연명할 수 있었고, 피부의 대물림은 라파엘의 근원적 아픔이 되고 만다.
이 영화의 제목은 <쇼콜라>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푸티트와 쇼콜라'라는 전설이었던 두 광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영화의 실상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가르키는 것인 쇼콜라라 불렸던 사나이. 즉 라파엘의 전기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국내 포스터는 푸티트와 쇼콜라의 모습을 공평하게 나누고 있지만, 원작의 포스터에서 쇼콜라의 모습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푸티트와 쇼콜라의 당시 공연. 지금봐도 어색하지 않은 웃음을 느낄 수 있다.
<쇼콜라>는 출발부터 광대의 실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입꼬리가 올라간 분장 뒤에 숨은 그들의 일상.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그들은 망가져야 하는 광대의 삶은 리쌍의 노래 광대처럼 '슬퍼도 웃으며 내 모습을 감추는게 철칙'이라는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자신을 감춘 댓가로 큰 성공을 얻게 되는 푸티트와 쇼콜라. 하지만 화려해진 옷차림처럼 라파엘의 모습도 어딘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전임 서커스단의 악덕 주인의 신고로 감옥을 가게 되는 라파엘은 그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콤비의 운명. 물론 영화에서는 그 이면에 라파엘의 도박벽과 여자문제, 술과 마약 등을 채워넣었지만, 그것이 무엇으로 인함인지를 관객들은 알고 있기에 라파엘의 방황에서도 그의 갈등을 눈치챌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쇼콜라>의 이야기는 웃음을 팔지만 그 가운데 고뇌가 있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자신들이 안고 있었던 차별의 역사도 함께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는 당대 가장 유명했던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라파일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콤비가 되기로 마음먹은 두 사람
마치며...
처음에는 어색한 듯 싶었던 광대의 몸짓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나가 둘이 되면서 어색했던 몸짓들은 어느새 관객들의 입꼬리를 숨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현대에 의해 재창조 된 것이 아닌,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그들의 위대함에 관한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를 웃기기 위해 그들이 희생했던 과정들을 엿보게 되면서, 광대의 숙명이란 자신들의 슬픔 위에 관객들의 웃음을 쌓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쇼콜라>는 당대 최고의 콤비이자, 지금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전설들을 통해서 아픔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의 아픔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쇼콜라>는 IMDb 평점 7.1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100% (신선 10, 진부 0)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참여 인원이 적다는 점은 조금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모습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관객 여러분들의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 하지만 화려해진 옷차림 속에서 그들 사이의 관계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 추천 : 내 이름은 광대 내 직업은 수많은 관객 / 그 앞에 웃음을 파는 일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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