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함 가운데서 선명함을 찾게되다: 보케 (Boke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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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라일리(맷 오리어리)와 제나이(마이카 먼로)는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오게 된다. 낯선 땅과 낯선 기운이 주는 풍경에 흠뻑 빠지던 어느 날.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 자신들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모든 사람이 사라진 상태. 처음에는 혼자라는 자유에 빠져 살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들만이 남아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섬의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난 두 사람. 그 곳에서 닐스라는 생존자를 발견하게 되는 라일리와 제나이는 그로부터 섬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리고 진짜로 남아있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두 사람. 세상의 끝과 시간의 끝에 선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온 라일리와 제나이


실존주의 철학과 자연주의 철학의 만남이 만들어낸 골치아픔들...


 아날로그가 주는 순간의 기록들을 믿는 라일리.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이자 존재의 실존적 가치를 믿고 있는 제나이.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섬의 인구가 갑자기 사라짐을 깨닫게 된다. 영화의 시작은 두 사람이 현재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유를 누리던 그들.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주는 불안함은 그들로 하여금 원인을 규명하고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게 되었고, 라일리와 제나이는 각자의 생각이 가리키는 방향에 관해 떠올리게 된다.


- 라일리, 나 겁나기 시작했어


- 알아, 나도 이해가 안 돼. 만약 전염병이 돈거라면 시체들은 어딨는거지? 외계인이라면 우주선은 어딨고? 모르겠네...


  이처럼 라일리와 제나이는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왜?'라는 커다란 물음표를 떠올리게 되는 두 사람. 처음에는 자신들이 '선택' 되었나에 대한 의문증을 갖게 되지만, 그것만으로 답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들은 점점 더 실존의 의미에 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 자신이 서 있는 곳의 존재이유를 찾으려는 제나이



  이 영화의 모습을 감싸안는 커다란 질문에는 몇 가지 철학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는 실존론적 질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선택받았는가에 대한 커다란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 제나이의 모습을 통해서 표출되게 된다. 처음에는 유신론적 입장을 취하게 되는 제나이. 그녀는 자신의 선택 여부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되며, 존재가치에 대한 이유를 찾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도 또다른 생존자 닐스를 만나게 되며,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신론적 존재론과 닐스가 가지고 있는 무신론적 존재론의 부딪힘.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존재에 관한 질문들. 그러다 결국 그 물음을 찾으려던 시도는 섬 전체로 뻗어나가게 되며, 자신의 이유를 끊임없이 탐구하게 된다.


  여기서 제나이가 가지고 있는 실존론에 대한 탐구방향으로서 라일리의 존재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가진 자연주의적 철학에 대한 의미는 제나이가 가진 실존주의가 부딪히게 되면서, 두 사람은 커다란 갈등을 맞게 된다. 즉 지금 가지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을 즐기자는 라일리의 대답은 존재 안의 존재가치를 묻는 제나이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되지 못한 것이다.



▲ 반면 지금 서 있는 곳의 가치를 믿고 있는 라일리.


  영화의 제목 <보케>란, 일본어에서 파생된 사진 용어로서 '초점이 맞지 않아 뿌옇게 보이는 사진 효과'를 의마하고 있다. 즉 피사체가 흐릿하게 표현되고 있는 상황을 뜻하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영화가 던지고 있는 전체적인 물음과도 일맥상통을 하게 되는데, '현상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흐릿하게 묘사되고 있는 영화의 상황'을 의미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존론의 또다른 해석 중 하나는 '혼자의 개념'이라도 볼 수 있는 데, 이는 현대화된 사회 속에서 야기되는 소외, 혼란, 인구 증가, 대량 살상 등 수많은 문제들.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각자 '혼자' 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 그 가운데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속 닐스의 무신론적 존재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제나이가 가진 존재론가는 상반되기에 그녀는 또다른 생존자를 찾아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드디어 대단원의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제나이의 모습. 그를 찾으러가는 라일리의 시선 속에는 제나이가 표시해 둔 빨간색 마킹들이 놓여있는 것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제나이에게 온 반가운 메일 속 주인공 역시 라일리였다는 사실과 그들이 바라볼 겨울의 모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찍힌 사진 속에도 혼자라는 사실이 그녀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 속에는 라일리가 만든 풍차가 물을 실어나르게 되고, 세상은 라일라가 말한대로 그대로 흘러감을 보여주게 된다. 



▲ 그리곤 세상에 자신들만 남은 것을 알게된다.



마치며...


 <보케>는 굉장히 난해하게 비춰질 수 있는 영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쩌다 한 번 생각해볼까 말까한 존재론에 대한 의문점들을 뭉퉁그려 그려내는 영화로 인해, 관객들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굉장히 낯설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 때문일까? <보케>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도 굉장히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IMDb 평점은 4.7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47%, 로튼의 관람객 지수 역시 39%로 굉장히 낮은 점수를 보여준다. 그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는 뜻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튼의 최고 평론가 지수에서는 71%라는 점은 주목 할 만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라일리는 제나이를 매장해주려다가 그대로 땅에 놓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닐스를 매장하던 두 사람의 대화가 보여주는 연장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6피트 아래(각주[각주:1])의 무의미함을 논하던 제나이의 입장을 존중한 라일리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영화의 모습 역시 라일리의 배려와도 같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철학적 논쟁은 각자가 받아들이는 몫일 뿐이고, 영화에 대한 평 역시 영화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영화를 해석하는 몫 역시 관객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기에, 판단은 우리들의 못으로 보인다.



▲ 과연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 속에는 그들이 찾는 해답이 있을까?


요약
미국 외 SF 외 92분
감독
제프리 오스바인앤드류 설리반
출연
마이카 먼로매트 오 레리아나르 욘손군나르 헬가손  더보기










▥ 추천 : 오랜만에 생각할거리가 넘치는 영화가 등장했다.

▥ 비추천 : 영화의 낮은 평점은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남녀 배우들의 뒷태 누드는 등장)



※ 예고편



  1. 서양에서는 죽음의 깊이를 6피트 아래쪽이라고 생각해서, 실제 무덤들도 그 정도 깊이로 하고 있다. HBO의 인기미드 식스 핏 언더 역시 이와 같은 의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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