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 거자필반, 그리고 평행이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제목이 곧 스포일러이자,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내일의 내가 오늘의 너'를 만난다는 내용을 그린다. (각주) 어제의 내가, 그때의 사랑이 잇닿은 오늘의 너를 만나다는 내용. 어찌보면 다소 황당할 수 있겠지만, 영화는 평행이론의 한 부분을 빌려와서 주인공들이 사는 세계가 5년에 한 번 겹쳐지게 되며, 그로 인해 서로는 서로를 갈구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1
이야기 전체는 굉장히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리며 타카토시와 에미와 이끄는 감정선을 굉장히 애절하게 그린다. 하이틴물에서의 밝음과 성인물에서 어두움이 공존하는 배우 고마츠 나나는 이번 작품에서 내일에서 온 여인을 맡고 있는데, 그녀의 모습은 극의 단조로움에서 감정이 저며들게하는 애절함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 역시 타카토시의 어쩔 수 없는 오해들과 에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잘 설명하며 그들의 사랑을 더욱 애처롭게 잘 끌고 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각주) 특히 담담한 듯 감정의 흐림을 휘몰아치는 일본식 감수성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 빛을 발한다. 뒤로 흘러갈수록 두 사람의 상황을 '어쩔 수 없는'이란 글자로 채색하고, 그것을 통해 정말 어찌하지 못하는 애절함을 녹여내게 되는 것이다. 2
이렇게 평행이론의 한 축을 비틀어 시간의 방향성을 신선하게 설명하고 있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이야기. 하지만 각자의 마지막을 애절함으로 수놓는 그들의 행위에는 몇 가지 헛점들을 노출하게 된다. 여기에는 주어진 시간들을 왜 바꾸려하지 않는지와 그렇게 해서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정해진 대로 훌로가는 것에 대해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강제성을 회피하려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음이 발생했을 때, 관객들은 더 애절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못내 아쉬움을 만들게 된다. 즉 바꾸려해도 바꿔지지 않는 결과로 인해서 원치 않는 이별을 경험하게 될 때, 객석에 전달되는 감정의 응어리들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주어진 결과를 그대로 순응해버리는 이야기에서 애절함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 나에게 오늘이 그녀에게는 내일이 된다.
마치며...
불가에서는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의 사고가 존재한다. 이것은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떠난자는 다시 돌아온다는 세계관을 만들게 되는데, 이 두 가지 사상을 합치며 결국 하나의 원이 됨을 발견하게 된다. 즉 만나서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에 우리는 결국 그 안에서 만족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도 이러한 사고가 등장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평행이론의 세계관을 살짝 비틀어, 서로에게 닿는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함으로서 서로의 끝이 서로의 시작이되는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이 부분을 거부함으로 조금더 애절함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고마츠 나나의 시선 속에는 이러한 감정들을 최고조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때문에 처음이 마지막이 되는 에미의 모습 속에 우리는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그래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은 그녀의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 추천 :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만든 일본 문화계의 한 획들.
▥ 비추천 : 마지막 부분, 극을 리와인드(Rewind)하는 부분은 코미디.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을 떠들석하게 만든 상신서 사건의 재구성: 흉악-어느 사형수의 고발 (凶悪, The Devil's Path, 2013) (0) | 2017.07.15 |
---|---|
허섭한 그 놈의 기억: 살인범의 기억 (Dear Heart, 2015) (0) | 2017.07.09 |
사람 냄새나는 그들이 돌아왔다: 심야식당2 (続・深夜食堂, 2016) (0) | 2017.06.24 |
남성 중심의 사회에 일침을 가하다: 안티포르노 (アンチポルノ, ANTIPORNO, 2016) (0) | 2017.06.23 |
진부한 시간들의 반복됨이 주는 아쉬움: 너와 100번째 사랑 (君と100回目の恋, 2017) (0) | 2017.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