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흐름 속에 먹먹함의 의미를 담다.
내연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그때 걸려온 전화 한 통, 우수개 소리로 아내의 전화일지도 모르니 우리 사이를 고백하라며 웃고 떠들던 중 자동응답기 속에는 아내의 비보가 담기게 된다. 그러고 정신없이 아내의 뒷수습을 떠밀리듯 처리하게 되는 사치오. 이제는 절필을 하겠노라 떠드는 그의 웃음 뒤에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는 아련함이 느껴지게 된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슬픔이란 단어를 깨닫지 못하게 되고, 그러던 도중 같은 유족인 오미야의 전화를 받게 된다.
<아주 긴 변명>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직접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소설가인 주인공이 아내를 잃은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역시나 일본식 담백화법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사내의 죄책감의 원인. 그리고 그 사내가 타인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과정을 바라보는 과정을 담게 된다. 그러면서도 계속 슬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내의 모습은 어쩐지 구슬피 우는 그것에 비해 더욱 애타는 듯, 관객들의 마음을 슬프게 만든다.
이 영화는 분명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고,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다. 충실하지 못했던 결혼이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사내의 위치, 그리고 남겨진 자가 짊어져야 하는 것에 대해 깨닫는 과정들. 일본 영화는 사소함의 의미를 가장 크게 가져오고, <아주 긴 변명>은 그러한 일본 영화의 흐름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순간들은 아주 섬세하면서도, 사내가 가진 감정의 흐름들을 실타래를 풀 듯 잘 늘어놓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내가 왜 슬픔을 마주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애써 그것을 거부하려 드는 지에 관해 이해가 되고 그것들이 만드는 더 큰 슬픔에 관해 배우게 된다.
그렇다고 <아주 긴 변명> 속에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의 이야기 속에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것이 남겨진 자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그리고 다가온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들을 통해 치유의 모습들도 함께 보여주게 된다. 때문에 시작은 슬픔의 전이였지만 뒤에는 아픔의 치유라는 섬세한 힐링을 받게 되며, 우리는 먹먹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유족들을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오미야와 마주치는 사치오
마치며...
언젠가에도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감자는 일본영화가 전해주는 섬세함과 담백함을 사랑한다. 이러한 흐름은 사소함에서 의미를 찾고, 그렇게 찾은 의미를 관객들에게 전이시킨다는 점에서 먹먹함(혹은 훈훈함)이라는 따스함을 전해주게 된다. <아주 긴 변명>의 이야기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마찬가지로, 섬세함의 의미가 사내에게 미치어 그것이 치유의 과정으로 변하는 순간들을 나열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슬픔이란 것이 남긴 의미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우며 먹먹함이 만든 치유의 순간들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아주 긴 변명>의 훈훈한 흐름들이라 생각이 드는데, 우리들은 이 영화의 흐름 속에 사소함이 만든 따스한 그것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 그렇게 행복을 배워가는 사치오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 추천 : 남겨진 자의 모습을 먹먹함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 비추천 : 일본 영화의 담백화법은 호불호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영화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82년으로 넘어간 하루카의 노부나가 구하기 프로젝트!: 혼노지 호텔 (本能寺ホテル,2017) (0) | 2017.08.15 |
---|---|
기억이 가져온 어머니의 진실들: 기억의 원더랜드 (星ガ丘ワンダーランド, 2015) (0) | 2017.08.14 |
자아를 찾아가는 변태의 노력: 나는 변태다 (変態だ, I Am a Pervert, 2016) (0) | 2017.08.03 |
일본 인기그룹 로쿠데나시 블루스 의 실화를 그리다: 기적 - 그 날의 소비토(キセキ- あの日のソビト-, Kiseki: Sobito Of That Day, 2017) (0) | 2017.08.02 |
마작소녀 사키의 현대회 도전기: 사키 (咲-Saki-, Saki, 2017) (0) | 2017.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