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라이마 가족의 구성원들
뭉클함의 감정을 어쩜 이리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자녀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상경한 시골의 부모님. 그리고 이리 저리 떠도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우리네의 드라마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소재다. 여기에 올케를 꾸짖는 고모의 등장과 부모님을 서로에게 떠미는 자녀들의 모습만 등장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동경가족>에는 우리네들의 막장드라마에는 없는 섬세한 감수성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MSG를 쏙 빼고, 천연 조미료로 감칠맛을 낸 것과도 같은 담백함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자녀들이 보고 싶어 상경한 부모님. 그들은 단지 자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고 싶은 것 뿐인데, 자녀들에게 있어 부모의 존재란 불편하게 느껴질 뿐이다. 자식들의 생각에는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호텔행을 선택하지만, 그 배후에도 자신들이 부모님을 감당하기 귀찮은 무엇이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즉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해서 자신들을 보러 온 부모님들을 유배아닌 유배 시키는 자녀들의 모습. 그러한 모습을 스크린 밖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때 쯤 집 밖을 지나는 고물상 차량의 "쓸모없는 물건 삽니다"라는 음성은 마치 지금의 상황을 대변하여 주는 것만 같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을 즈음하여 가족들에게 큰 사건을 제공하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들에서는 그때를 즈음하여 '부모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녀들이 개과천선을 하다'라는 일반적 결론을 지을법도 하지만, <동경가족>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에서 영화는 몰랐던 것을 큰 사건을 통해 깨닫게 되다라는 주제는 비슷하지만, 여기에는 자신이 키워놓은 자식들에 대한 또다른 발견으로 이어진다. 즉 "내가 너를 오해했구나"라는 정서가 그것인데, 이러한 정서는 가족의 화합으로 이어지며 뭉클한 감수성을 이끈다는 점에서 <동경가족>의 진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바로 이러한 감수성.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것은 일본식 담백화법의 교묘함도 발견하게 된다. 조용하게 다가와, 갑자기 뭉클함을 휙 던지는 수법들. 일본영화의 이러한 잔잔함은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하며, 마지막에 관객들을 휘감는 엄청난 뭉클함을 제공하게 된다. 여기서 느껴지는 감수성은 먹먹함을 넘은 뭉클함이라는 점에서 어느 순간 우리들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소리없이 다가와 나도 모르는 새에 나의 마음을 포위해 버린 이야기의 힘. 때문에 우리들은 <동경가족>이 던지는 감정의 소용돌이 빠지며, 이들이 전하는 감수성에 젖고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어머니는 자녀들의 집을 전전하다가 막내의 집에서 노리코(아오이 유우)를 만나게 된다.
마치며...
일본영화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감자로서는 이러한 이야기의 힘에 속절없이 당하고야 만다. 이토록 조용히 다가와, 소리없이 큰 한 방을 때리는 영화의 비겁함은 무방비의 나를 한 없이 뭉클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동경가족>의 이야기는 정말 소리 없이 강한 감수성을 전해준다. 여기에는 방비할 틈도 없었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막을 힘이 없었다.
<동경가족>을 본다면 분명 "이들은 어떻게 뭉클함의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남을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굳이 몰라도 된다. 다만 감수성은 우리를 눈물로 적혔고, 영화의 기분 좋은 뭉클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에게 대답따위는 필요치가 않은 것이다.
- 관련리뷰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
▲ 이들에게 있어 가족이 남긴 의미는 무엇으로 다가오게 될까?
▥ 추천 : 아오이 유우의 눈물샘이 터지는 순간, 나의 눈물도 함께 터지고 말았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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