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에 감춰진 50년 전 그날의 비밀: 로즈 (The Secret Scriptu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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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자신의 아이를 돌로 죽인 벌로 정신병원에 50년 동안 갇혀있는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어느 날 그녀가 갇혀있는 정신병원의 폐쇄가 결정나고, 로즈 역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준비하기 위해 재심의를 받게 된다. 그녀를 검사하기 위해 나타난 그린(에릭 바나)은 로즈에게서 뭔가의 신비함을 느끼던 중, 그녀가 목숨처럼 간직한 성경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성경책에 쓰여진 50년 전 그날의 비밀. 아일랜드와 로즈(루니 마라), 그리고 로즈가 사랑한 남자 마이클(잭 레이너)에 대한 진실은 증오가 남긴 상흔을 보여주게 되고, 그린은 그날에 있었던 일들 속에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 로즈의 이송을 위해 정신감정을 하는 그린


여자는 왜 항상 피해자여만 하는가?


  영화 <로즈>의 이야기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사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쟁이 한 창이던 그때, 북 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 살고 있던 로즈는 전쟁을 피해 이모가 살고 있던 아일랜드의 시골마을로 피란을 간다. 하지만 전쟁을 피해간 그 마을에서는 영국인인 그녀의 정체를 두고 말들이 말았고, 거기에 그녀의 미모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로즈>의 원제는 <The Secret Scripture>다. 영화 속 로즈의 성경책을 뜻하기도 하는 이 단어는 비밀스런 성경이라는 의미처럼 그날의 진실이 적혀있는 성경책을 의미하게 된다. 그날의 진실들. 영국인이면서 아일랜드에 살고, 영국인을 사랑했던 여인. 그래서 그의 성을 가졌지만, 마을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그의 성. 영화는 이렇게 아일랜드가 가지고 있던 반영감정과 그 속에서 희생되어야 했던 한 여인의 기구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50년이란 시간이 흘러 점차 밝혀지는 이야기들은 그날의 진실 속에 감춰진 증오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아름다웠던 한 여인이 그토록 오랜시간 유배를 당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즈>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 속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표현하기에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영화가 의도한 것은 뒤로 흘러가며 사건의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그것들이 커다란 진실을 만들어내며, 그로 인해 관객들이 진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아쉬운 진행은 그들이 의도한 바와는 달리,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리고 만다. 때문에 뒤로 가며 합쳐져야 할 이야기들은 극의 초반에 이미 완성된 퍼즐로 등장하게 되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울분과 상처들을 쌓아올려 줘야겠지만 이미 속알맹이를 노출시켜 버린 이야기는 신비감이 사라져 버린 허무함으로 남고 말았다. 


  <로즈>가 보여준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에는 분명 울분과 상처가 되어 관객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버린 이야기에서 여자는 왜 항상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여자이기에 기구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들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즉 여자라는 이름은 피해자가 되어 관객들의 눈물샘을 훔쳐야하는 운명이라면, 로즈의 삶을 망가뜨린 마을사람들이나 영화의 목적이나 다른 점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남게 되는 것이다.



▲ 오래 전 그날, 로즈가 사랑했던 한 남자


마치며...


  시대의 아픔이 한 여인의 슬픔이 되는 상황, <로즈>는 그것을 을 잘 녹여내고 있었다. 아름답기에 뭇 남성들의 눈길을 받아야 했던 여인, 그렇지만 그 상황이 여자라는 이름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진부했기에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은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짐 쉐리단 감독은 그의 전작 <아버지의 이름으로 (1993)> 등에서 시대의 아픔을 극 속에 잘 담아내고 있었고, 그러한 그의 노력은 관객들에게 그들의 아픔을 완벽하게 공유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고 있었다. 분명 <로즈>의 이야기는 뭉클한 감수성을 건드리는 정서가 녹아 있음에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짜고, 그 속에 시대의 아픔을 담는 작업은 그때의 짐 쉐리단에 비해서 분명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IMDb 평점은 6.5점인데 반하여, 로튼 토마토 지수는 29%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자 역시 로튼의 점수에 동의하는 바인데, 영화가 보여주는 감수성의 깊에는 근원적 문제점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남게 된다. 



▲ 그리고 로즈를 바라바보는 또다른 남자. 이 가운데서 로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요약
아일랜드 로맨스/멜로 외 2017.04.12 개봉 15세이상관람가 108분
감독
짐 쉐리단
출연
루니 마라에릭 바나테오 제임스에이단 터너  더보기
누적관객수
14,955 명 (2017.05.30,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역대 영화 순위








▥ 추천 : 한 여인의 삶을 통해서 바라본, 시대의 아픔과 상처들.

▥ 비추천 : 정당한 목적이 없는 여성의 피해자 코스프레화는 불편함만 남는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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