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가 낳은 학살과 증오가 낳은 미움에 관하여: 증오 (Hatred, Woly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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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1939년의 어느 날. 조시아(Michalina Labacz)의 언니 헬렌(Maria Sobocinska)이 우크라이나인과 성대한 결혼을 올리던 날, 그녀는 아비에 의해 폴란드인 대지주에게 팔려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조시아가 사는 폴란드 지방에 대규모 징집령이 내려지고 그녀의 남편 마치에이(아르카디우즈 자쿠빅)는 전장으로 끌려가지만, 전쟁에서 폴란드는 패배를 하게 되고 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소련군들이 들어오게 되고 사람들은 소련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된다. 조시아는 결혼 전 좋아하던 우크라이인 페트로(Wasyl Wasylik)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몸을 피하게 되지만, 마을의 실정은 폴라인들에게 비우호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때 시베리아에서 도망친 마치에이가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손에 죽고 마는 조시아의 남편. 


  이제 또다시 혼자가 된 조시아지만, 그녀의 상황은 더욱더 안 좋아지고 만다. 마을에서 소련군을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독일군이 등장하고 피바람은 더욱 커세지는 상황.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인들의 반폴란드 감정은 더욱 높아지게 되고, 마을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들은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을 통해 바라본 증오와 아픔들...


  <증오>의 이야기에 앞서,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간략한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조시아가 살고 있는 폴란드 지방은 1차 세계 대전 후 독일제국 및 합스부르크 왕조(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고, 그 후 소련과 볼셰비키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한 폴란드는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영토를 할양받게 되지만, 그 땅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살고 있는 땅이었고 그것이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지방인 것이다. (각주[각주:1]) 때문에 자신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폴란드에 대한 반폴란드 감정을 쌓고 있던 것이었고, 폴란드인들을 없애야 자신의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정서가 형성이 된다. 영화 속 스테판 반데라(각주[각주:2])를 추종하는 인물들이 폴란드인 학살을 자행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조시아의 언니 헬렌이 우크라이나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때부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종교적으로도 갈등을 빚고 있는 그들의 관계는 '왜 자신의 땅을 폴란드 인들이 지배하고 있느냐'에 대한 억울함을 확장되며, 그들의 반폴란드 정서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게 되는 영화. 이러한 과정은 마치에이가 마을의 촌장이며 대지주인 상황을 보여주며 그들에 대한 억울함이 어디로부터 기인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 어린아이까지 불지르며, 웃고 있는 반데라주의자들



  그러던 영화는 전쟁에 징집된 마치에이가 싸우는 도중 폴란드가 패배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주[각주:3][각주:4]) 그러면서 우크라인들이 폴란드의 '군복/국기/아이콘(각주[각주:5])'을 땅에 묻는 것으로 그들의 반폴란드 감정을 확인하게 되는 마치에이. 그리고 시작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공세를 보며 영화의 제목 <증오>가 의미하게 되는 진짜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증오>의 전반부를 우크라인들의 반폴란드정서에 대해 묘사하던 이야기는 후반부로 들어 그들이 가진 증오가 폭력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자세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치 고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화면들. 피가 튀고, 살이 잘리어나가는 그 장면들은 그 어떤 공포영화의 장면들보다 잔인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당했던 아픔이기에 더욱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제목에 맞게 그들이 가진 증오가 낳은 폭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조시아를 통해 보여진 그들의 폭력성은 여성이라는 존재로 인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맹목적인 증오가 맹목적인 폭력으로 변할 때의 무자비함. 그리고 그것이 한 가족과 한 민족에게 미치는 잔인함까지. 여성이라는 가녀린 존재는 당시 그들이 받은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게 되며, 영화는 그것을 통해 폴란드인 대학살이 지니는 고통의 과정을 불편하고도 무거운 감정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폴란드 대학살에서 반데라주의자들을 피해야만 하는 조시아


마치며...


  <증오>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굉장히 무겁다. 즐거워야 할 결혼식 조차 폭력으로 들이는 영화의 표현들까지 이 영화는 불편하고 무거운 장면들로 그날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치중하고 있었다. 혹 <증오>를 전쟁영화라고 생각한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전쟁 영화지만 전쟁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전쟁보다 더 무서운 내용을 그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증오가 폭력을 낳고,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는 이야기. 영화의 마지막 모든 것을 잃고 어디론가 향하는 열린 결말의 구조 속에서 우리는 누구도 승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영화가 말하는 진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데, 증오의 끝에는 어떤 것도 남은 것이 없게 된다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증오>에 대한 평점은 매우 높은 편이다. IMDb 평점은 7.9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의 내용 역시 당시의 아픔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점수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이 든다.



▲ 어디에도 갈 곳 없는 그녀의 운명. 과연 조시아와 그녀의 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추천 :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증오.

▥ 비추천 : ...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 (조시아로 나오는 Michalina Labacz의 노출 및 배드신 등장)



※ 예고편



  1. 볼셰비키 전쟁은 1919년 2월 14일부터 1921년 3월 18일까지 2년 간 진행된 전쟁으로, 영화의 중간 시베리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1920년 피우스트스키에게 패배한 보복이다" 라고 언급하는 것이 바로 이 전쟁에서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영화 속에서 '반데라주의자'들을의 반데라가 이 사람의 이름을 따온 명칭. 우크라이나 혁명 민족주의자 조직을 조직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극명한 평가로 갈리는 극우 우크라이나 독립주의자로 폴란드 대학살을 이끈 것으로 악명이 높음 [본문으로]
  3.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39년.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은 독일과 소련은 동시에 폴란드를 침공하게 되고 여기서 패배한 폴란드는 주권을 잃게 된다. [본문으로]
  4. 영화 속 마치에이와 패트로가 전쟁을 대하는 모습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인 패트로는 폴란드의 패망으로 자신들(우크라이나인)이 전쟁에 참여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중세 시대 방패등에 새겨진 그림으로 자신들이 폭한 영토의 표시가 되어있다. 많은 지방을 가진 나라는 아이콘에 여러지방들이 합해져 있는 문양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어떤 나라가 분리를 하게 되면 그 지방의 아이콘은 사라지게 되는 것도 볼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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