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끝에 선 세 남녀
자쿠초 세토우치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여름의 끝>은 작가 자쿠초 세토우치가 1962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의 내용은 사랑을 좇아 남편과 아이를 버렸던 여인에게, 그때의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나고부터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남편의 제자와 사랑에 빠졌던 자쿠초 세토우치는 남편과 장녀를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집을 나선다. 그 후 정식으로 이혼을 하고 소설가가 되는 그녀. 그때의 후회가 남았던 것일까? 그녀는 1972년 만 51세의 나이로 일본 천태종에 입적하여 비구니가 된다.
여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옛사랑. 다시 시작된 그때의 감정은 지금의 토모코를 흔들어 놓는다.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것. 그러나 익숙함이 무뎌놓은 그것은 옛사랑의 침범에 틈을 내어주고 만다. 흔들리는 사랑의 확신들. 그러면서 토모코는 자신도 료타와 똑같은 정부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다 찾아간 료타. 하지만 매몰찬 료타의 거절에 지금의 상황이 미치도록 싫은 토모코. 그리고 서로에게서 토모코의 흔적을 찾는 남자들.
영화는 쌓여가는 감정들 위에 각자의 이해관계를 얹어 놓는다. 그와 함께 있을 때만 영원할 것만 같던 시간들. 그와 입맞춤을 하던 그때,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남자.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다른 남자에게 털어놓는 토모코. 이들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한 듯 그렇게 각자의 모습 위를 지나가고, 여름의 끝자락 역시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던 그때 찾아온 사랑의 이야기. 계속 될 것만 같던 이들의 삼각 관계 역시 여름의 끝과 함께 점점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나를 떠나지 말아달라는 남자. 그를 메몰차게 버려둔 여자. 그리고 다시 그를 찾아가는 여자. 누군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다고 했던가, 토모코의 심정은 어느 곳에 있어야 좋을 지 도무지 감을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토모코를 괴롭히게 되는 본처의 존재. 신고의 아내 앞에만 서면 언제나 자신은 불륜의 대상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자신이 애써 수놓았던 노렌(暖簾 / 각주)을 망가트리는 토모코. 마치 그러한 행위는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고 싶은 토모코의 심정이 묻어나는 듯, 이야기를 슬프게 만든다. 결국 또다시 혼자를 선택하는 토모코. 과거 자신이 남편을 떠나왔을 때처럼, 료타가 자신을 떠나갔을 때처럼, 토모코는 지금의 신고에게서 떠남을 선택하게 된다. 1
▲ 료타의 등장으로 토모코는 흔들린다.
마치며...
'방황하는 나비'가 되어 여기저기 흔들렸던 토모코. 그렇게 여름은 끝나고, 토모코를 찾아왔던 짧은 방황도 그렇게 끝이 났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는 그녀. 지금은 비구니가 된 작가. 이렇게 연결하면 마치 지난 날을 후회하는 문장처럼 되어버릴지 모르겠으나, 토모코의 이야기는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그때의 열병같이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신고와 료타, 그 가운데 있었던 한 여인. 그렇게 그녀의 여름은 끝이 났다.
<※ 본리뷰는 amorosoboy님(amorosoboy.tistory.com)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신고의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는 토모코는 본인의 처지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 비추천 : 일본 영화 + 일본 문학이 콤보를 치며 다가온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일본의 상점 앞에 쳐놓은 천으로 된 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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