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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를 그들의 화법으로 이야기하다.
<해안가로의 여행>은 지극히 일본적인 이야기다. 그렇다고 기분나쁜 우익적 사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에는 일본식 죽음에 관한 문화인 '성불'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본에서는 '성불하셨다.'는 단어를 죽음에 비유하여 사용하곤 한다. 이는 아시아 전역에 퍼져있는 불교의 진리가 일본식으로 토착화(土着化 - 각주)되었다고 볼 수 있다. 1
영화는 무의미한 삶을 보내고 있는 미즈키의 일상을 잠깐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나타난 유스케의 모습. 아내의 찹쌀 떡을 맛있게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것부터가 우리에게는 이상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낯선 그들의 문화임에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성불하다.' 일본식 문화에서 성불이란 '하늘로 올라가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거기서 하늘로 올라가는 과정에는 여러 조건들이 수행되게 되는데, 그 조건이 부족한 자들은 땅에 남아 나머지 조건들을 이수하려하고 영화는 그들의 성불을 돕는 유스케와 미즈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 부부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작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 신문 배달 할아버지의 침실을 보는 미즈키
때문에 영화는 자칫 지루하게 보일 수 있다. 죽음이라는 낯선 소재는 그러한 지루함을 더욱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그들이 준비하는 죽음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 미즈키의 소원은 단 하나다. 바로 '남편과 오래도록 있는 것.' 첫번 째 에피소드 격인 신문배달 할아버지와의 이야기에서 할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게된 미즈키는 놀란마음으로 남편을 찾게된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그녀로서는 남편 역시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때문에 매일 아침마다 남편의 존재를 확인하는 미즈키. 영화는 이런식으로 남아있는 자가 죽은 자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안가로의 여행>에는 각기 다른 3가지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어찌보면 액자식 구성같기도 한 진행은 각 이야기가 지닌 삶의 의미에 관해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데는 삶의 의미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임감' 혹은 '죄책감' 그리고 '집착' 등을 보여주는 영화는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일본식 화법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각 에피소드에 잠깐씩 등장하는 아오이 유우, 에모토 아키라, 코마츠 마사오 (왼쪽부터)
마치며...
<해안가로의 여행>은 참 기분좋은 지루함을 안겨준다. 모습은 분명 지루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게 개성있는 후카츠 에리와 아사노 타다노부가 펼치는 감정선도 묘한 기분을 안겨준다. '사랑하지만 보내줘야' 하는 역설적인 의미가 가장 잘 살아나는 이야기가 아닌가도 싶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이야기에 끌리는 가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가 주는 끌림은 호불호가 분명하지만,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는 왠지 매력적인 것임에도 분명하다.
▲ 자신의 영정(침실)에 사용할 꽃들을 모으는 신문 배달원 할아버지
▥ 추천 : 많은 질문들이 불편하지 않았다.
▥ 비추천 : 잔잔한 진행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 감자평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어떤 제도나 풍습, 사상 따위가 그 지방의 성질에 맞게 동화되어 뿌리를 내리게 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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