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무한 루프가 만들어내는 신선한 스릴러 - ARQ,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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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렌튼(로비 아멜)은 6시 16분에 갑자기 깨어나고, 그 순간 괴한들이 침입한 것을 목격한다. 이유도 없이 그들에게 쫓기던 그는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고 렌튼은 그것이 꿈인 줄 알게된다. 하지만 6시 16분이 되고 데자뷔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렌튼은 자신들이 시간이라는 공간에 갇힌 타임루프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 집에 들이닥친 괴한들은 반정부 레지스탕스인 블록의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 해나(레이첼 테일러) 역시 그들의 멤버이며, 이 모든 것이 해나의 계획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랜튼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또다시 랜튼의 죽음이 찾아오고, 시간이 되풀이 될 때 해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순간. 블록 측의 요원인 줄만 알았던 서니(숀 벤슨)이 블록과 전쟁 중인 토러스 측 밀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들에게는 또다시 죽음이 찾아오게 되는데...




ARQ ARQ, 2016 제작
요약
미국 SF 88분
감독
토니 엘리엇
출연
로비 아멜레이첼 테일러제이콥 니아옘숀 벤슨 더보기





저예산으로 꾸릴 수 있는 최고의 스릴러


  2014년 톰 크루즈에밀리 블런트가 주연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보신 분들이라면 <ARQ>와 흡사한 점을 많이 느끼셨을 것이다. 먼저 일정한 시점을 두고 시간이 무한 루프를 이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루프를 생성되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죽어야 한다는 점. 여기에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시간을 기억하는 미믹의 존재에 그들이 기록되어 루프가 이루어졌다면, 여기에는 ARQ라고 부르는 무한 동력 장치에 의해서 시간이 되풀이 된다. 즉 시간을 저장하는 듯한 존재의 유무도 동일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억 8천만 불의 제작비(엣지 오브 투모로우) 대 2백만 불의 제작비 차이는 영화의 규모로 본다면 엄청난 차이였고, 더구나 <ARQ>가 토니 엘리엇이라는 신입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 여기에 스크린 상영 목적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홈 무비용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이 정도 사이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의 것들을 보여준다.


  시간이라는 공간. 타임루프가 이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14분 15초. 3.1415 라는 원주율 속 숫자를 사용하는 귀여운 루프코드. 여기에 괴한들은 파더, 브라더, 서니, 커즌에다가 해나는 마더라는 코드네임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빠, 엄마, 형, 아들, 사촌이라는 패밀리 코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가족이라는 코드에서 하나됨(?)을 느끼게 된다.(각주[각주:1]) 또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이 사과라는 점 역시 스피노자의 명언(각주[각주:2])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역시나 이야기가 가지는 코드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타임루프라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영화는 전체인원 6명, 공간적 배경은 랜튼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제한 된 공간이라는 완전 마이크로한 사이즈임에도 보여주는 것은 굉장한 스릴러를 보여준다. 감독 토니 엘리엇은 "해석은 너희들의 몫"이라며 무심한 듯한 인터뷰를 보냈지만, 그러기에는 영화에 숨겨진 코드는 너무도 재밌게 꾸려져있다. 위에서 언급한 표면적인 코드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영화는 정말 재밌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다.



▲ 6시 16분에 깨어난 랜튼은 이상한 것을 느낀다.



  처음 꿈인 줄 알았던 데자뷔의 끝이 타임루프라는 것을 알아내는 랜튼. 영화는 이때부터 시간이 되풀이되는 도돌이표의 상황을 보여주며 반복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구성역시 1, 1-2, 1-2-3, 1-2-3-4. 라는 구성을 통해서 이렇게 했을 경우 이런 반응이 일어나고 미션 실패. 그리고 또다른 상황. 그 순간도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고 미션은 또다시 실패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다음에 일어날 랜튼과 해나의 선택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다만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상황이 반복되면서 점점 앞으로 전진했던 것과는 반대로 <ARQ> 속 세상은 일정한 공간과 시간에 계속 갇혀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이 주는 이야기에서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은 두 영화 모두 흥미로운 호기심을 안겨주게 된다.


  이렇게 흘러가는 영화 속에는 TV 속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은 토레스라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토레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블록이라는 레지스탕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동시에 우리는 이것이 타임루프라는 것도 알게 된다.


악마가 당신이 가장 고독한 밤에 다가와 속삭인다면...

삶의 모래시계가 끊임없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어서

당신의 삶이 수없이 반복된다면


  TV 속 흘러나오는 소리, 그리고 깨어난 랜튼에게 주어진 타임루프라는 상황.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선물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계속 해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그들의 고통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것이 악마의 선물이라는 TV 맨트에 공감을 하게 된다.



▲ 파더에게 심문을 당하는 해나와 랜튼



  이렇게 반복되는 상황. 하지만 영화를 즐겁게 보던 우리들은 영화가 준 찝찝한 상황에 '얘는 뭥미?' 라는 황당함을 하게 된다. 악마의 선물. 그리고 반복되는 상황. 그리고 랜튼과 해나가 밖으로 나갔을 때 그것이 랜튼의 집에서만 반복되는 타임루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또다른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밖의 시간이 흐르고, 안의 시간만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때문에 그러한 반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3.1415라는 원주율, 투명한 칠판에 쓰여진 수학 공식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해나의 이상한 표정. 여기서 계속 되는 의심과 궁금증들은 이 영화를 계속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랜튼과 해나가 깨어나고 일이 벌어지는 시간은 6시 16분. 랜튼은 해나에게 타임루트와 해나가 블록의 인물임을 알았음을 털어놓을 때 이러한 말을 한다.


내가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그날...


  끝을 다하지 못한 이야기. 하지만 타임루프를 만드는 ARQ의 패스워드가 9월 19일이라는 사실은 이 곳이 실은 랜튼이 창조한 그 하루라는 것을 알게한다. 그들이 헤어진 시간인 9월 19일을 거꾸로 돌린 시간. 6시 16분. 그리고 그때부터 일어나는 3시간 14분 15초라는 시간.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3.1415.... 그것이 바로 악마의 선물이고, 수 없이 반복해야 할 랜튼의 하루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들의 반복한 시간이 9번이 아닌, 실은 수천 번의 반복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며 이야기는 그들이 창조하고, 그들이 갇혀버린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 해나에게 타임루프에 관해 설명하는 랜튼


마치며...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랜튼의 집념은 9월 19일을 6시 16분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루프임을 깨닫게 되는 랜튼. 그는 또다른 자신에게 이제는 고집을 버리고 해나의 말을 따르라는 조언을 남긴다. 그리고 다음 장면 또다시 시작한 하루에서 우리는 기존과 다른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아침에 깨어난 사람이 랜튼이 아니라 해나라는 점.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할 수 있는데, 해나는 그들이 타임을 리셋하기 전 칠판의 공식에 주목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만든 다음이 해나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점은 랜튼의 루프가 해나의 루프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즉 다시 살 수 있었던 랜튼이 아니라 이제는 모든 것을 깨달은 해나의 루프가 시작된다는 점이고, 어쩌면 그들은 루프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가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 루프의 주체가 바뀐다는 점. 그리고 루프에 속한 다른 이들도 ARQ의 존재로 인해서 루프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는 점이 이야기를 이렇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토록 촘촘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이 정도의 사이즈로 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보여진다. 때문에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짜놓은 스릴러에 또다른 해석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ARQ>의 세상에는 그들의 타임루프 뿐만이 아니라, 해석의 루프라는 다양한 해석들도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감독이 말한 "해석은 너희들의 몫"이라는 무성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IMDb 평점은 6.4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60% (신선 3, 진부 2)로 준수한 성적을 보이지만,, 넷플릭스라는 매체의 한계로 참여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함정이다. 하지만 감자가 본 타임루프 물 중에서는 잘 쩌여진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에, 이러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패스워드는 9월 19일. 그들은 ARQ가 만든 타임루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 추천 : 시간만 무한루프가 아닌, 해석도 무한 루프가 된다!!!

▥ 비추천 : 생각하는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귀찮은 영화가 될 듯.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1. 이 부분은 성적 농담도 담고 있는데, 파더는 자신들을 가족이라는 코드네임으로 설명한 뒤, 랜튼과 해나에게 "너희는 아이들" 이라는 코드를 준다. 여기서 "너희들 의사놀이(Playing doctor)하고 있던 것이냐? 고 묻는데, Playing doctor의 다른 뜻에는 근친상간(Incest)이라는 은유적 표현도 있다. 즉 파더역의 그림과 해나는 연인사이였고, 자신의 여자친구가 랜튼과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랜튼과 해나를 가족이라고 했으니, Incest가 성립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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