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줄거리 요약 |
고속도로의 어느 식당. 난데 없이 총을 들고 사람들을 쏘기시작한 여인은 자신의 행동에 당황했다는 듯이 문밖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식당안에 있던 보안관들은 그녀를 쫓기 시작했고, 여인은 넘어지고만다. 그때 나타난 한 대의 차량은 그녀를 플라밍고(캐서린 이사벨)라 부르며 재빠른 동작으로 그녀를 구해 사라진다.
또다른 화면 화면 속의 플라밍고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길에 너부러져있다. 그리고 나타난 빨간 자동차는 그녀의 안전을 물었지만, 플라밍고는 도리어 그 사내를 때려눕히고는 88번이 쓰여져있는 자동차키를 가지고 도망을친다.
그리고 도착한 주유소의 편의점에 들른 플라밍고는 지나치는 음료수 칸에 있는 우유에 눈길이 간다. 그녀는 돈도 안내고 우뮤를 마신 후 방금 전 빼앗은 자동차키를 점원에게 주고는 사라진다.
또다시 화면이 바뀌고 그곳의 플라밍고는 또다시 당황을 한다. 자신도 모르는 88번 모텔키를 쥔 플라밍고는 그곳에 어떠한 단서가 있을까 찾아가보지만, 있는 것은 시체 뿐이고 낯선 누군가는 갑자기 자신에 총을 겨눈다. 그때 나타난 Ty(팀 도리온)의 도움으로 위기는 벗어나지만, 이 남자가 누군지 그리고 자신이 여기에 왜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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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동차를 빼앗는 플라밍고
88 : 살인자의 기억법 (2014)
나름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 하지만 연출이 부족했다. |
<88 : 살인자의 기억법>은 해리성 인격장애(각주)의 일종인 '둔주 상태'를 겪고 있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1
어느날 사라진 기억. 화면 속에 이야기는 각각 그웬(정상일때)과 플라밍고(또다른 인격)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교차편집의 상태로 영화를 전개시킨다. 때문에 <88 :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는 관객들은 영화가 가르키는 이야기가 과연 어떠한 것을 지칭하는지에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고 있는 '88'이란 숫자는 아마도 <빽 투 더 퓨쳐 (1987)>에 대한 오마쥬일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 '88'에서는 사일러스로 출연)는 그가 개발한 드로리안을 가지고 88마일/h로 달리면 과거든 현재든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이렇듯 <88 : 살인자의 기억법> 속의 그웬은 자신의 실수로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되었고, 그에 대한 충격으로 '둔주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기억이 없는 가운데서도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고, 때문에 '88'이란 숫자에 집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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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이 쓰여진 자동차 키를 남자아이에게 주는 플라밍고
또한 그웬이 플라밍고의 상태가 되었을 때, 식당을 찾은 플라밍고는 항상 펜케이크와 우유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의 인물 들 중에는 반드시 입에서 우유를 뱉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는 그웬이 실수를 할 당시 애스터가 우유병을 떨어트렸고,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렇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88 : 살인자의 기억법>이 설치해 놓은 여러장치들, 그리고 이야기를 꾸미는 수법 등은 굉장히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마지막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장치나 88에 감춰놓은 의미 등 이야기가 가지는 작법은 굉장히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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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그웬
하지만 연출에서 그 아쉬움은 굉장히 크다.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흔드는 장치를 엮는 과정에서 너무 교차편집에 매달리는 듯한 느낌은 오히려 극에 집중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마이너스로 보인다. 즉 이야기가 A에서 B로 넘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넘기지 못하고, '이걸 보여줘야'라는 강박처럼 억지로 교차편집을 시키기때문에 관객들은 오히려 극의 몰입이 안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좋은 시나리오임에도 이야가 숨겨놓은 마지막 반전이 궁금해지지 않는 점은 분명 연출의 잘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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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구하러 온 TY를 보고 놀라는 그웬
마치며... |
마지막 우유 병이 떨어지는 것을 본 후 우유가 더럽다는 인식이 확 바뀌면서, '88'이 가지는 의미까지 돋보이는 효과로 드러난 것 같다. 특히 <빽 투 더 퓨처>의 오마쥬를 이용한 장치는 전율이 흐를만큼 짜릿함을 준다는 점에서 굉장한 장치로 보인다. 여기에 런닝타임까지 88분으로 맞춤으로써 88덕후가 아닌가 싶을만큼 88에 엮힌 장치는 잘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장치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연출은 여전히 아쉽다. 연출에서 조금만 잘 풀어줬다면, 저예산 영화로서 기억에 남을만한 대작이 되었을 텐데 참 아쉬운 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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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찾는 사일러스와 만나는 플라밍고
▥ 추천 : 88 덕후가 만들어낸 훌륭한 시나리오.
▥ 비추천 : 갖다 줘도 못 만드는 연출.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한 사람에게 여러 명의 인격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인격장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