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흐름 속에 그들의 변명을 녹여넣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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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줄거리 요약

  여배우이던 영희(김민희)는 유부남과의 스캔들로 독일의 한 지방에 몸을 피신하게 된다. 그러던 중 지영(서영화)을 만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희는 그도 날 생각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생각나는 한 사람. 그렇게 영희는 먼 이국땅에서 그를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영희는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희 천우(권해효)를 만나게 되는 영희는 그 일을 계기로 명수(정재영)와 준희(송선미)까지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일들도 끄집어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자신와 그의 일들을 풀어놓게 되는 영희의 시간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논란의 순간이 된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들의 변명을 조용히 읊조리게 된다. 



▲ 독일의 한 해변에서 그의 얼굴을 그리고, 그를 그리워하는 영희


민희는 영희가 되고, 상수는 상훈이 되어 그들의 변명을 이야기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만큼 논란이 되었던 홍상수표 영화가 또 있을까? 떠들석한 스캔들, 그리고 도주하다시피 떠난 해외의 생활과 자신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일련의 드라마처럼 탄핵 정국 속에서도 떠들석하게 그들의 존재감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논란의 중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논란의 주인공인 김민희가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누구도 다 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 관객들은 소문의 진원지인 본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이기에 어느때보다 더욱 홍상수표 영화에 귀를 기울기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홍상수표 영화들처럼 일상의 흐름을 조용히 관망하며 그 안에 자신의 변명을 녹여넣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표면적으로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있지만, 한국에서의 일 역시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진다는 점에서 총 3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독일에서의 생활. 그녀의 변명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논란이 터진 후 그녀가 겪었던 도피아닌 도피 생활을 그리며, 그 안에 지영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한 이들도 모두 다 제 짝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더라는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흔히들 결혼은 의리네 마네 하는 술자리에서의 농담은 그들의 이야기로 옮겨지며, 또하나의 변명거리가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도 나를 생각할까?'에 대한 의문점을 남기는 영화는 이제 시선을 한국의 어느 시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며 '사랑할 자격'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공식적으로 파트 2가 되는 한국에서의 이야기에서는 영희가 그녀의 선배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등장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자신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과 그것에 대한 항변을 던지는 이야기. 그러면서 '사랑할 자격'에 대한 논쟁을 펼치는 영희의 질문은 너희는 잘났냐로 이어지며, 소문에 소문을 모으는 세상 사람들에게 울분찬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옮겨진 장소. 이번에도 그녀의 변명이 이어지지만, 여기서의 분위기는 어딘가 다름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 그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창을 닦는 '누군가의 모습'은 그냥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란다는 감독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어떤것도 가로막지 않은 상태에서 투명하게 지켜봐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두라'는 천우의 대사 뒤에 이번에는 등을 돌리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 그것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그들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상훈의 이야기를 끄집어오게 된다. 그 전까지 그녀의 변명만 등장하고 있을 뿐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기에, 우리는 뒤늦게 등장한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모든 논란의 멍울을 그녀 혼자서 짊어짐을 보았기에 그러한 색안경은 쉽게 거두어지질 않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그의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 영화.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그는 그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건네게 된다. 그에 대해 '한 풀이라도 하려는 것이냐'며 거센 울분을 토하는 그녀에게 그는 또다시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의 변명과 함께 쓰디쓴 소주 한 잔을 머금은 기분이 되고 마는 것이다.(각주[각주:1])



▲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상훈에게 영희는 한풀이라도 하려는 것이냐는 울분을 토한다.


서식


  감자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접했을 때 과연 홍상수와 김민희의 변명은 아름다울까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그들의 변명을 감상하게 되었다. 거기서 발견한 그들의 결론은 아름답진 않지만, 진솔했고, 그들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귀착이 남았다. 그들의 변명 속에는 '우리 그냥 사랑하고 있다'는 울분이 담겨있었으며, '니들이 게 맛을 아느냐'는 항변도 담겨있었다. 그들 역시 게 맛은 모르기에 우리와 똑같은 존재였고, 그들의 사랑은 그냥 사랑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졸업앨범에 증거를 남긴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그 앨범을 꺼내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함정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영화 역시 그들의 흑역사로 남을지 혹은 범인들의 세계는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것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의 변명은 잘 전달 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제목 <밤의 해변에서 혼자>처럼 영희는 해변가에서 홀로 꿈을 꾸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에 대해 이 모든 것이 꿈인길 바라는 것일지, 아니면 영화의 내용자체가 꿈(단지 영화) 였지는지는 각자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변명은 우리들에게 선택을 남기고 유유히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한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을 것이며, 그 감당은 김민희와 홍상수의 몫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변명보다는 그의 변명이 조금 더 비겁해 보였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밤의 해변에서 홀로 발자국을 남기는 여인. 그녀의 이야기는 꿈처럼 왔다, 꿈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 추천 : 본인들의 생각이자, 본인들의 변명이자, 본인들에게 세상이 해줬으면 하는 말들.

▥ 비추천 : 그의 변명은 어딘가 비겁함을 남긴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1. 이미 홍상수 감독 <그 후 (2017)>라는 이야기로 자신들의 두 번째 변명을 준비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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