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병원에 만나 서로의 닮음에 끌리게 되는 두 사람
양극성 장애를 통해 그들의 아픔과 사랑을 그리다.
어떤 때는 천재적인 감수성을 보이다가, 또 어느 때가 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 카를라와 마르코는 바로 수위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자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어느 날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과 비슷한 둘의 모습을 보고 급속도로 끌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들은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들과 같은 병을 앓을 때 보았다는 그 별을 따라, 자신들도 하늘에 있는 별을 보길 원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것. 어쩌면 아무도 보지 않으려 한 그것을 정면으로 바로 보려 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미쳤다고 소리쳤다.
<사랑에 미치다>의 원제는 '불을 만진 사람들 (Touched with fire)'이다. 세상에서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일, 그것은 태양으로 맨 눈으로 보고자 하는 무모함과 동일했고, 이들은 서로에게서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양극성 장애에 관해서 미쳤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남들과 다를 뿐이고, 그들은 남들과 다르기에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 것 뿐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고, 그들의 뛰어난 영감의 끝에는 남들과 다른 무엇이 있었음을 영화는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모습은 카를라와 타일러의 사랑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내 개봉명 역시 <사랑에 미치다>라는 제목을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먼 사랑에 미친 것이 아닌, 그냥 미친 사랑을 했을지도. 그래서인지 영화의 이야기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넘실대는 사랑의 모양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급속도 끌리게 되는 두 사람. 마치 세상에는 둘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신들만의 사랑을 추구한다. 그러던 사랑도 어느덧 쉬이 저물게 되고, 카를라가 다른 이들과 동일한 삶을 선택하게 되자 둘의 사랑도 급속도로 식어간다. 이렇듯 넘실대는 두 사람의 사랑. 그것은 마치 둘이 앓고 있는 양극성 장애의 모습을 닮은 듯 영화는 이야기의 전체를 양극성으로 물들이게 된다.
<사랑에 미치다>의 이야기는 분명 미치도록 예쁜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온 세상을 자기들만의 것으로 만든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은 누구나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그런 사랑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영화의 이야기는 조금은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다. 동시에 넘실대는 사랑의 모습은 너무 빨리 타올랐다가, 너무 빨리 식어버리기에 어쩌면 감흥조차 함께 식어버릴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영화의 단점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이들의 모습이기에, 어쩌면 영화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을 염원하는건지도 모른다. 다만 그 속은 이해할 수 없는 예쁨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영원할 것만 같던 두 사람의 사랑도 카를라가 일반인들과 같은 선택을 하면서 멀어지게 된다.
마치며...
<사랑에 미치다>의 이야기는 분명 호불호의 영역에 있다. 영화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학적 표현(더구나 영시다)이 그러하고, 난해 한 듯한 모습은 산만하게 비춰질 수 있다. 오죽하면 불을 만진 자들이라 했을까? 반 고흐는 누구도 볼 수 없는 것(각주)을 보고 그렸고, 그것을 사람들은 명작이라 부른다. 이것으로 영화 전체를 포용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영화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건드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
그렇지만 카를라와 마르코의 사랑 이야기는 예쁘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간질거린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을 수는 없었다. 영화의 진행도, 사랑이 갖는 모습도 그러했다. 때문에 호불호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렇지만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점에서 그 역시 여러분들의 몫일 거라 사료가 된다.
IMDb 평점은 6.1점, 로튼 토마토 지수는 72%(신선 32, 진부 15)로 높은 점수를 보여준다. 오랜만에 보는 케이티 홈즈의 좋은 모습도 괜찮았고, 사랑의 모습을 양극성으로 표현한 영화의 이야기도 괜찮았다. 로튼 토마토의 관람객 지수 역시 90%라는 점도 왠지 <사랑에 미치다>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영화의 이야기는 분명 호불호라는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예쁘고도 아름다운 이들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 추천 :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 비추천 : 영어권에 살고 있었다면, 영시에 대한 느낌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텐데.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혹자들은 이 그림에 나타난 11개의 별은 고흐가 성서 창세기 37장에 나오는 ‘열한 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 “우주에 피어난 고흐의 명작 '별이 빛나는 밤'”. 《동아사이언스》. 2015년 12월 23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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