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리코는 귀여움만이 최고의 가치라 믿는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독립 영화의 참신함이 잘 드러난다.
<걸 헤이트>의 원제 'おんなのこきらい'는 '여자 아이는 싫어!'라는 뜻으로, 제목 <걸 헤이트>는 여성 혐오와 같은 단어가 아닌, 나 아닌 다른 여인들이 싫다는 의미를 지닌다. 주인공 키리코는 귀여움만이 최고의 가치라 믿는다. 일본의 인기 모델 출신의 배우 모리카와 아오이가 맡고 있는 배역은 그녀의 모습을 꼭 닮았다. 큰 눈망울에 눈꺼풀만 몇 번 깜빡여주면 남자들은 알아서 키리코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세상. 그러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여자는 죽는 것이라 믿는다.
영화는 이러한 키리코의 가치관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다 그것은 여혐과 같은 여자에 대한 비난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사회가 만들어지게 된 까닭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여자는 예쁘고 귀여워야만 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소비하는 대상이 누군인가를 깨닫게 된다면, 영화가 던지고 있는 질문 역시 쉽게 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이렇게 키리코의 귀여움을 통해 질문을 던지던 영화는 중반을 즈음하여, 그녀의 귀여움이 도리어 발목을 잡아버리는 상황을 연출한다. 귀여움만이 최고의 가치라 믿었던 여인의 좌절은 영화의 위기를 만들게 되지만, 그것은 그것으로 또 하나의 성장 드라마를 만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귀여운 것만으로는 안되는 것 같다는 키리코의 깨달음은 동시에 여자는 그것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또 다른 반증의 기회가 된다. 즉 여자의 외모가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세상 속에서 여자들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던지며 훈훈한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 큰 눈을 깜빡이면 남자들은 모두 내게로 넘어오지. / 모리카와 아오이 양 옆의 두 남자는 밴드 페노타스의 기타와 드러머다.
마치며...
<걸 헤이트> 속에는 3인조 밴드가 전해는 유쾌한 음악이 있다. 일본의 일렉트로닉 밴드 'ふぇのたす(페노타스)'의 노래가 그것이다. 물론 인도 영화의 춤과 노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영화 속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극의 주제를 녹이고 있다는 점은 <걸 헤이트>의 또다른 재미가 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걸 헤이트>지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멍청한 말을 만든 이들에 대한 유쾌한 풍자라는 점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참신하게 다가온다.
다만 <걸 헤이트>는 적은 인원이 한정된 장소에 펼치는 저예산 영화라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점은 참신하지만, 보편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선택은 유의해야겠지만,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들을만한 가치를 던진다는 점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키리코의 귀여움을 위협하는 사야카의 등장. 키리코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걸 헤이트 (Girl Hate, 2015)
▥ 추천 : 일본 영화의 또다른 면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
▥ 비추천 : 재미적인 부분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 감자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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