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재밌는가?
- 원작을 알아도, 몰라도 동일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의 감수성.
- 원작의 의미를 헤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잘 살렸다.
- 극의 50%는 한지민의 몫.
# 이런 건 별로.
- 원작의 느낌이 너무 많다.
- 한지민이 만드는 조제가 너무 완벽해서 불쌍한 틈이 없다.
완벽한 지민씨라는 양날의 검이 풀지 못한 숙제들
솔직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이 먼저 됐었다. 이케와키 치즈루의 리즈시절 그 암울한 분위기를 한지민이 가능할까? 라는 우려와 남주혁이 '연기를 위해서라면 알몸 노출 및 동성애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1츠마부키 사토시가 만들었던 남자 주인공역'을 커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지민은 완벽했고, 그곳에 이케와키 치즈루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만드는 조제 속에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필요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 있는 남주혁을 완벽히 커버하는 '한지민의, 한지민에의한, 한지민을 위한 <조제>'를 탄생시켰음을 알 수 있었다. 한지민이 극 중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2
<조제>는 원작의 감수성을 뛰어넘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올드함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어떤 미친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가슴을 만졌어'라는 원작의 오마주 조차도 한지민의 <조제>가 되는 순간이다. 한지민의 <조제>는 잘 만들었다. 솔직히 영화를 지배하는 원작의 느낌들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한지민에 의한 커버력은 원작의 의미를 헤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스토리를 잘 살리고 있다. 덕분에 원작을 몰라도 그냥 <조제>가 되고, 원작을 알아도 그냥 <조제>가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조제> 일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과도기를 겪으며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아픈 성장드라마가 잘 살아난다. 감자는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원작보다 더 잘 살아나는 것 같다. 남주혁이 맡은 영석이라는 인물은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에 조제라는 여인을 만난다. 취업의 문턱에 지도 교수와 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늘 불안하기만 하다. 그럴 때 나타난 조제의 존재. 조제로 인해서 영석은 진짜 남자가 되어가는 과도기를 겪게 된다. 이 부분 역시 한지민이란 존재의 커버력이 남주혁이 가졌던 여러 문제들까지 완벽히 가려주며, 남주혁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이게끔 만들었다. 3 감자는 이 조차 한지민의 힘이라 본다. 때문에 영석이란 인물이 가져할 '청년과 어른의 어디쯤'이라는 분위기가 완벽히 살아남을 볼 수 있었다. 4
한지민이 살려놓은 감정의 불씨. 이는 '이 영화를 보고 또 비판하는 글을 써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 감자에게 완벽한 원투 펀치를 먹였다. 여기에 원작 영화스러운 BGM도 좋은 느낌을 더한다. 반면 이 원작스러움은 영화가 풀지 못한 단점이 된다. 여기에는 원작이 너무 좋았음도 있다. 때문에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리메이크 버전의 부담도 이해가 된다.
한지민의 조제가 너무 완벽하다는 것도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다. 조제는 동정의 대상이자, 영석으로 하여금 그녀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되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완벽한 한지민에게 동정을 할 틈이 없었다는 스토리를 감성적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단점이 된다. 이는 빌런의 부재로 연결이 된다. 원작에서는 신예 우에노 주리가 이케와쯔 치즈루의 빌런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너무 완벽한 지민씨에게 그 어느 누가 빌런이 될 수 있었겠는가? 이는 한지민이란 배우의 양날의 검이 영화 속에서 그대로 노출된 아쉬움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조제> 현재의 감수성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코로나가 무서워 극장에 가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조제>는 완벽한 안방극장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완벽한 지민씨의 <조제>가 선사하는 감동과 함께 하시길 감자 블로그 독자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다. 5
★ 감자 평점 (5개 만점)
- 스토리 : ★★★☆
- 노출 : 없음
# 예고편
# 이 영화도 꼭 보세요 : 더 테이블 (The Table, 2016)
# 이 영화도 괜찮습니다. :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Yourself and Yours, 2016)
# 지난 주 영화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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